두테르테 "필리핀은 한국의 신남방정책 환영한다"

문재인-두테르테 대통령 정상회담... "신남방정책 이행의 가속화"

등록 2018.06.04 19:21수정 2018.06.0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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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필리핀 정상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서로 박수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순방한 데 이어 로드리고 두테르테 (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여는 등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4일 정상회담을 열고 신남방정책의 4대 중점협력 분야인 교통·인프라와 에너지, 수자원 관리, ICT/스마트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은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환영한다"라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에 참석해 인도·아세안(ASEAN)과의 교류·협력관계를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대강국의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했다.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오는 2020년 2000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신남방정책의 'VIP국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방문했고, 지난 3월에는 베트남을 두 번째 국빈 방문했다. 이어 이날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까지 열리면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한층 더 탄력받는 모양새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의 지난 3월 베트남 방문에 이어 이뤄진 이번 필리핀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 이행은 더 가속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지난 2016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방한한 '첫 번째 아세안 국가 정상'이라는 점에서도 그의 방한은 의미가 있다.      

청와대는 이러한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양국 간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재확인하고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격상시켜 나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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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을 공식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정상회담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문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오후 4시부터 청와대 본관에서 소규모회담과 확대회담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작년 양국간 교역액은 143억 달러를 기록했고, 인적 교류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연간 200만 명을 넘었다"라며 "나는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국은 서로간에 교역과 투자, 인적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갈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필리핀의 다양한 건설·플랜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완수되어 양국 간 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LNG 터미널 건설사업, 마닐라 신공항(불라칸 공항)사업, 지방공항 운영 민영화사업 등 여타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양국이 총 10억 달러에 이르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약정을 체결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건설, 건설, 건설(Build, Build, Build) 정책' 하에서 역점을 두어 추진 중인 인프라 확충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양국 간 기존 지원액을 2배로 확대했다"라며 "이에 따라 앞으로 신항만, 교량 등 다양한 인프라 건설사업이 EDCF 사업 지원을 통해 추진되어 양국 간 경제협력 기반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은 바나나 등 열대과일 수출에 관심이 많다"라며 "한국이 관세를 인하하고, 시장을 개방하기를 희망한다"라고 열대과일 시장개방을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필리핀 측의 한국 바나나 시장 개방에 대한 관심을 잘 알고 있다"라며 "현재 진행 중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되어 그 틀 내에서 필리핀 측이 원하는 바나나 시장 개방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라고 화답했다.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총 16개국이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지난 2013년 5월 협상을 시작한 이후 총 21차례의 공식 협상과 10차례의 장관급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한-아세안 대화관계수립 3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도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지난 30년간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 이룩한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세대에 새로운 협력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기념비적인 행사가 되도록 준비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국내외의 인식과 지지, 나아가 추진 동력도 제고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에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필리핀은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환영한다"라며 "이전에 언급했듯이 필리핀의 운명은 아시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우방국, 협력국가들과 협력해 우리 국민과 지역의 공통된 염원을 이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내년 특별정상회의 개최에 대해 필리핀 측이 우리 측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데 감사드린다"라며 "아직까지 아세안 내 컨센서스(동의)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아세안 측 의견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수렴되어 올해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싱가포르)에서 대외발표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필리핀 정부의 역할과 지원을 당부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세안 지역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인정하고 지지한다"라며 "한국은 30년 동안 꾸준히 아세안 국가와 협력을 지속해 왔다, 2019년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적극 지지한다"라고 화답했다.

'상생번영을 위한 실질협력' 확대해 나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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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을 공식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인프라, 에너지, 농업 등의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모범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고, 이후 '상생번영을 위한 실질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세안과의 연계성을 증진하기 위한 신남방정책의 4대 중점협력 분야인 교통·인프라와 에너지, 수자원관리, ICT/스마트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전자정부, 이동통신 등의 분야에서도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필리핀의 발전소와 LNG터미널, 공항 등 인프라 분야 발전에 한국 기업들이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기술 공유를 통해 자동차와 금형기술 등 제조업 분야의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사람중심의 더불어 잘 사는 평화공동체' 구현을 위한 '신남방정책'이 필리핀이 추진중인 '국가비전 2040'의 실현에도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필리핀의 '국가비전 2040'(Ambisyon Natin 2040)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2016년 10월 제시한 국가비전으로 ▲ 2040년까지 중고소득국 진입 ▲ 국민의 건강한 삶 ▲ 빈곤없는 중산층 사회와 신뢰사회 건설 등의 비전들이 포함돼 있다.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교통과 경제통상, 재생에너지 보급사업, 과학기술, 세부신항만건설사업 차관공여 등 5건의 양국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필리핀 수교 70주년... 2019년 '한-필리핀 상호교류의 해'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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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필리핀 정상 공동언론발표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문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양국 상호 방문객이 200만 명을 넘었다는 점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수교 70주년을 맞는 오는 2019년을 '한-필리핀 상호교류의 해'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가운데 한국과 수교한 최초의 국가다(1949년).

두테르테 대통령은 양국 치안당국 간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감사 인사를 건네면서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가 더 지속적인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보호와 안전을 위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관심과 성원, 그리고 필리핀 정부의 협조에 감사한다"라고 화답했다.

한국 정부는 한국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필리핀 지역에 순찰차 130대와 오토바이 142대, 과학수사키트 120개 등 치안장비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 치안인력들을 초청연수하고, 한국의 치안관련 전문가를 필리핀 현지에 파견해 교육을 실시해왔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는 것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한국의 리더십에 소망을 걸고 신뢰한다, 우리는 당신 편에 서 있을 것이고 함께 방어하겠다"라며 "(한반도 비핵화 등) 이 모든 게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 처음으로 경의를 표한다"라고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 현재 분위기에 온전히 함께하는 듯하다"라며 "성공하기를 바란다, 지난 70년간의 시간이 우리 두 나라를 묶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문재인 #한-필리핀 정상회담 #신남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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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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