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라서..." 70년만에 육사 찾은 독립운동 후손들

[현장] 독립운동가 흉상 설치에 기념식까지 연 육사, 역사 바로 세우기 나서나

등록 2018.06.08 18:16수정 2018.06.0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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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독립군과 광복군의 전신인 신흥무관학교의 107주년 기념식에서 생도들이 분열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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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윤경로 상임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연병장에서 열린 신흥무관학교 10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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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독립군과 광복군의 전신인 신흥무관학교의 107주년 기념식에 생도들이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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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독립군과 광복군의 전신인 신흥무관학교의 107주년 기념식에서 생도들이 분열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빼앗긴 국권을 되찾고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바치며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 당대 최고의 명문가였던 우당 이회영 일가는..."

독립군과 광복군의 기반이자 전신인 신흥무관학교의 역사가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울려 퍼졌다. 매일 아침 신흥무관학교에서 불렀다는 교가를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함께 부르며 그 정신을 기렸다.

신흥무관학교의 107주년 기념식이 8일 오후 2시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렸다. 육군사관학교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신흥무관학교는 우당 이회영 선생이 세운 군사학교로, 항일 독립투쟁의 기지 역할을 했다. 1911년 6월 10일 만주 서간도에 설립된 신흥무관학교는 1920년 폐교될 때까지 3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신흥무관학교의 정신은 육군으로 계승되지 않았다.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듯, 육사는 자신의 뿌리로 1946년 5월 1일 개교한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삼고 있다.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가 지난 2011년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식을 육사에서 열려고 했지만, 거절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육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의 역사만 중시하고 그 이전 역사인 독립군·광복군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에 대한 대우를 중시하는 등 '독립운동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서자, 육사도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육사의 뿌리를 독립운동에서 찾기 시작한 것이다. 육사는 지난해 12월 '독립군·광복군의 독립전쟁과 육군의 역사'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해, 자신의 모체로 신흥무관학교를 언급했다. 이어 올해 3월 1일에는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과 항일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등의 흉상을 제작해, 육사에 설치하기도 했다.

육사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계승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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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생도대장 김태진 준장이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윤경로 상임대표(오른쪽 두번째)등과 함께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항일독립군 흉상을 살펴본 뒤 기념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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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윤경로 상임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연병장에서 열린 신흥무관학교 10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치고 육사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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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윤경로 상임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신흥무관학교 10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육사의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보이는 이날 기념식은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시민들이 육사 화랑연병장에 모여, 신흥무관학교의 역사를 돌아보는 영상을 시청했다. 이후 사관생도들이 신흥무관학교 졸업생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분열을 하는 것으로 기념식은 마무리됐다.


이 자리에서 육사는 독립운동가들을 '선배'라 칭하며 그들이 자신들의 뿌리임을 강조했다. 육군사관학교 김태진 생도대장(준장)은 "독립전쟁의 역사가 신흥무관학교의 역사다"라며 "눈보라 몰아치는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기꺼이 감내하며 백두산 서쪽 기슭, 봉오동 산야, 청산리 계곡에서 오직 조국의 독립만을 위해 헌신하신 신흥무관학교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서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육군과 육사는 조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항일 독립전쟁에 앞장섰던 선배님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이어나가겠다"라고 했다. 그는 또 육사 내 설치된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거론하며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전쟁에 모든 것을 헌신하신 선배님들의 고귀하신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저희들의 다짐이었다"라고도 했다.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윤경로 상임대표는 "신흥무관학교 독립운동가들의 나라 사랑을 현재의 장교들인 육사생도들이 알기를 원했는데 육사에서 기념식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라며 "정권이 바뀌어서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윤 상임대표는 "앞으로도 매년 기념식을 육사에서 열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독립운동가 후손들 "문재인 정부라 가능했다"... "늦었지만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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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독립군과 광복군의 전신인 신흥무관학교107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이 생도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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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과 항일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등의 흉상에 신흥무관학교 107주년을 맞아 꽃목걸이가 걸려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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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독립군과 광복군의 전신인 신흥무관확교107주년 기념식이 끝나고 참관객들이 항일운동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 이희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정철승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조직위원장은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의 목표는 육사의 전신을 신흥무관학교로 인정받는 것, 국군의 전신이 독립군과 광복군임을 인정받는 것이었다"라며 "이 행사로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 조직위원장은 "해방 후 70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오늘 처음으로 육사에서 행사를 가졌다"라며 "신흥무관학교 독립운동가들이 후배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면 정말 기쁘셨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지청천 장군의 후손인 이준식 독립기념관 관장도 '잘못된 역사가 바로 잡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장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역사가 많이 뒤틀렸다"라며 "뒤틀린 역사가 최근 들어 다시 바로 잡히고 있는데 (이날 행사도) 그 일환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하늘에 계신 지청천 장군이 굉장히 흐뭇해하시면서도 '왜 이제야 했냐'라며 야단치셨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관장은 이어 "군대에서도 노력을 하기 시작했는데, 더 나아가 장교들에게 대한민국 군대의 뿌리는 독립운동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도록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라며 "그래서 이런 행사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당연한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기념식에 참석한 손아무개씨는 '개벽'이라고 이날 행사를 표현했다. 손씨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었으면 열렸을 리 없는 행사다"라며 "이 행사를 시작으로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대우, 일제 청산 등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박아무개씨도 "나라를 위해 고생하신 분들이 이제야 이렇게라도 대접받는 것 같아 뭉클했다"라며 "이 행사를 시작으로 지금도 어렵게 살고 있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신흥무관학교 #육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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