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며느리' 되겠다는 후보들... 왜 '맏딸'은 없을까

[주장] 고정된 성 역할 강요하는 호칭 두루 사용... 선거가 '시월드' 인가요

등록 2018.06.11 09:33수정 2018.06.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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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맏며느리' 되겠다고 자임하며 나선 여성후보자들의 선거공보와 홍보물. ⓒ 페이스북 갈무리


"OO 지역의 자랑스러운 맏며느리가 되겠습니다!"

선거 때마다 지역사회 헌신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 후보자들이 들고 나오는 대표적인 슬로건 중의 하나다. 종가의 '맏며느리'처럼 열심히 일하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스스로 여성의 성 역할에 얽매이는 현실은 불편하다.

'시월드'까지 각오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맏며느리'를 자처하겠다고 나서는 여성 후보자가 많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맏며느리'라는 슬로건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가부장제를 위해 충실히 봉사하는 역할'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맏며느리'라는 단어는 이미 '족쇄'라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장남의 며느리로 들어가 결혼, 출산, 육아, 제사, 명절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여성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실, '맏며느리'의 원조격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이기도 하다. 추 대표는 지난 2004년 민주당 선대위원장시절을 기점으로 2016년에는 대선 후보자 경선 때 '민주 종가 맏며느리'라고 자신을 지칭해 왔다. 그리고 최근까지 이 표현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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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8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추미애 필승캠프'에 올라온 홍보물. 추 대표는 '민주종가 맏며느리'라고 본인을 지칭했다. ⓒ 추미애 페이스북


지난 1일 상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모래내 시장에서 열린 전주시장 지원 유세에서 추 대표는 자신을 "전북에 온 전북의 맏며느리"라고 표현했고, 8일 목포에서 열린 중앙당선대위에서 "목포는 민주당의 종택이자 종갓집으로 민주 종가의 맏며느리인 저에게 목포는 각별하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맏며느리'라는 슬로건을 내건 후보는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가 많다.

한국 사회에서 '맏며느리'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자처하면서 지방정치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성에 고정된 성 역할을 강요하는 '맏며느리'라는 호칭은 평등하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만드는 막중한 책임을 진 여성 정치인의 덕목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혹시 '맏딸'이나 '맏아들' '맏사위'가 되겠다고 나선 후보자를 본 적이 있는가? 후보자를 표현하는 호칭과 슬로건은 조금만 고민하면 얼마든지 많다. '맏며느리'라는 말은 결코 지방자치의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인의 덕목이나 칭찬이 될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쩌면 수백 년간 '맏며느리'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가부장적 사회가 바뀔 수 있도록 변화를 추구하는 출구를 열어주는 드라마가 될지도 모른다. 여성 정치인 자신의 역할을 틀에 가둬놓음으로서 다시 시집살이를 대물림하는 어리석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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