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부인한 이명희...
"필리핀 가정부 고용, 지시 안 했다"

[현장] 이민특수조사대, 피의자 신분 소환... 이씨 "성실히 조사 받겠다"며 황급히 출석

등록 2018.06.11 11:38수정 2018.06.2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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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불법 고용 혐의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내 이명희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법무부 산하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 했습니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희씨가 대한항공 비서실 등에 고용을 직접 지시했는지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대한항공 내부 이메일 곳곳에 "사모님 지시"라는 문구가 등장함에도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이씨는 이메일 내용을 거론하며 재차 혐의를 인정하냐고 묻자, "성실히 조사받겠다"라고 답을 피했다.

이씨는 10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린 이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 받겠다",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뒤, 조사를 받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씨가 차에서 내려 황급히 건물에 들어가기까지 약 1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허위로 초청하고 불법 고용한 사실 인정합니까.
"성실히 조사를 받겠습니다."

- 대한항공 비서실에 직접 (필리핀 가사도우미 고용을) 지시했습니까.
"(지시) 안 했습니다."

- 이메일에 "사모님 지시"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성실히 조사를 받겠습니다."

- 여론재판 당하거나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점 있으십니까.
"..."


- 죄송하다는 말 외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십니까.
"죄송합니다."

이씨, 경찰·법원 이어 네 번째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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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불법 고용 혐의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내 이명희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법무부 산하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씨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과 관련해 대한항공 총수 일가 중 두 번째로 소환된 인물이다. 앞서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명희·조현아 모녀가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에 관여됐다고 판단해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24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먼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관련기사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3년만에 다시 포토라인 선 조현아).

당시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고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불법 초청한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약 9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조 전 부사장은 오후 10시께 귀가했다. 이씨도 이날 출석하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에, 조사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민특수조사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필리핀인을 마닐라지점 직원으로 채용한 후 일반연수생 비자(D-4)를 발급받게 해 한국에 입국시켰다. 이들은 채 50만 원이 안 되는 돈을 받으며 연수가 아닌 총수 일가의 가사도우미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나 결혼이민자(F-6)으로 한정돼 있다.

<오마이뉴스>가 단독 보도한 대한항공 내부 이메일에는 이씨가 이 사건의 몸통임을 증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씨는 대한항공 비서실·인사부·마닐라지점 등에 지시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적으로 입·출국시켰다. 메일 곳곳에는 "사모님 지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또 메일에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보낼 곳으로 "평창동"과 "이촌동"이 등장하는데, 이는 각각 조양호·이명희 부부의 자택과 조 전 부사장의 자택을 의미한다(관련기사 : "부엌일 할 줄 아는 애로, 돈 내지 말고 구해" 불법 필리핀 가정부 고용, 이명희가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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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필리핀 가사도우미 고용'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대한항공 내부 이메일 ⓒ 제보자


이씨는 최근 불거진 '대한항공 사태' 이후 이날까지 네 차례 사정 당국에 출석했다. 이 건 외에 특수폭행·상습폭행 등 7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는 앞서 두 차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첫 출석은 공개, 두 번째 출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후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이를 청구하면서, 이씨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위해 다시 한 번 포토라인에 섰다. 구속 위기에 처했던 이씨는 박범석 서울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범죄혐의 일부의 사실관계 및 법리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풀려났다.
#이명희 #대한항공 #필리핀 #가사도우미 #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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