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이후 신규 7억 투입된 공원, 잡초밭으로 방치

[현장] 공주시가 금강에 조성한 ‘계절별 꽃단지’

등록 2018.06.11 13:01수정 2018.06.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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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금강과 맞닿아 있는 석장리 계절별 꽃단지 공원. ⓒ 김종술


"공주시가 금강 변에 공원을 만들었다고 해서 가족들이랑 돌아보러 왔는데, 공원이라 하기에 부끄럽네요. 꽃은 말라 죽고 잡풀만 우거져서 뱀이라도 나올까 들어가 보지도 못할 지경입니다"

11일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은 1964년 한국 최초로 구석기유적 발굴과 연구가 시작된 사적 제334호 석장리박물관과 맞닿아 있는 '석장리 계절별 꽃단지'다. 이곳은 지난해 공주시가 7억 원을 투입해 4대강 사업으로 취득한 강변에 신규로 조성한 곳으로 '금강가도 경관 조성사업'이라는 목적으로 조성했다.

"석장리 계절별 꽃단지는 석장리 박물관과 금강 변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계절별 꽃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하였습니다. 약 4만㎡의 단지에는 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산책길을 만들었으며 쉼터, 포토존이 있습니다. 계절별 꽃단지가 관광객과 시민들이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이 휴식되는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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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존으로 향하는 길엔 잡초가 무성해 진입도 못 한다. ⓒ 김종술


경비초소 옆으로 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에 적힌 내용이다. 금강 변 4만㎡ 규모의 공원에는 포토존, 쉼터, 산책길 등 시설물과 산수유, 튤립, 수선화, 유채꽃, 플록스, 무궁화, 코스모스, 구절초 등을 볼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적혀있다.

강변에 설치한 시멘트 포장도로에는 지렁이와 달팽이가 말라 죽어 있다. 야생동물의 배설물도 곳곳에 수북이 쌓여 바닥이 얼룩졌다. 조경수로 심어놓은 나무 일부는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산책로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자 10m 앞부터는 잡초와 유채가 우거져서 더는 진입이 불가능했다.

포토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장소로 가기 위해 찾아간 곳도 유채와 잡풀이 우거져 진입이 어려웠다. 바닥에 표기해놓은 굵은 밧줄을 따라 들어가자 망초, 줄풀, 칡 등이 뒤엉켜 자라고 외래종 식물인 단풍잎돼지풀과 가시박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단풍잎돼지풀과 가시박은 환경부지정 유해식물로 생태계 교란 식물이다. 단풍잎돼지풀은 성장 속도가 왕성해서 빨리 자랄 때는 하루에 40cm도 자란다고 한다. 또 주변 식생을 순식간에 잠식할 뿐 아니라 알레르기와 비염 등을 유발한다.


이용자 없는 공원에 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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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금강과 맞닿아 있는 석장리 계절별 꽃단지 공원은 주변 잡초에 묻혀있다. 이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도 힘들다. ⓒ 김종술


현장에서 만나 시민은 "이곳은 상류 청벽과 잘 어우러져 자연 생태계가 아름답게 변하던 곳이었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공원도 사람이 찾지 않고 관리가 안 되서 방치되어 있는데 또다시 공원을 만든 것 부터가 문제다. 혹시 앞으로 공원을 만든다면 시민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만들고, 방치하다가 또 밀어버리고, 방치할 공원은 시민의 혈세만 잡아먹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공주시 담당자는 "국비 포함 7억 원 가량이 투입됐다. 유채꽃을 심었는데 꽃이 진 것이다. 강변이라 잡풀이 많은 것으로 다시 트랙터로 갈아엎고 코스모스를 심을 예정이다. 2~3년 로터리를 치다 보면 좋아질 것이다. 공사는 끝났는데 준공은 올해 12월에 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꽃만 심으면서 가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조성된 공원 중 이용률이 떨어지는 수변공원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자연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때부터다. 자치단체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존의 4대강 공원의 이름을 바꾸고 신규로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일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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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강변 국토부 관리사업소 사무실 주차장에 강변 조경수에 뿌려질 비료가 쌓여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으로 농민들이 쫓겨났다. 강변에서 농사를 지으며 농약과 비료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떠난 강변 둔치는 중장비로 밀어버렸다. 공원을 짓기 위해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원은 해마다 갈아엎고 질소, 인산, 가리, 고토, 붕소, 유황 등의 성분이 함유된 비료를 뿌려 꽃길을 조성한다.

땅콩밭은 파헤쳐져 시멘트가 깔린 산책로로 변했다. 배추와 무가 자라던 곳은 산과 들에서 옮겨온 조경수가 심어졌다. 황량한 강변은 축구장과 운동시설 등 도심 공원에 있던 시설물로 채워졌다. 4대강 사업비 22조2천억 원 중 수변 생태 공간 조성비용만 3조1132억 원의 국민 혈세가 들었다.

이렇게 세운 수변공원이 전국에 357개. 금강 변에 90개의 공원이 있다. 잡풀만 우거지고 사람이 찾지 않는 공원을 사람들은 '우범지대' 또는 '유령공원'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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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자 10m 앞부터는 잡초와 유채가 우거져서 더는 진입이 불가능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공주시 #수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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