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2라운드, 왜 금감원만 나오나

'분식회계' 결론내렸던 금감원만 출석... 금융위 "증선위원들 이해 돕기 위한 것"

등록 2018.06.11 16:26수정 2018.06.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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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7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일정인 감리위원회가 오는 17일 열린다. 2018.5.7 ⓒ 연합뉴스


오는 12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기 위해 임시회의를 연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이번 회의에 금융감독원 쪽만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증선위가 12일 오후 4시 30분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임시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회의에 대해 금융위는 "금감원이 마련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조치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위해서"라는 설명을 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특별감리를 통해 삼성바이로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아래 삼성에피스)가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처리했고, 삼성에피스 기업가치는 3300억 원에서 4조8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 결과 삼성에피스의 최대주주였던 삼성바이오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올리게 됐다. 금감원은 이같은 과정에 회사 쪽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본다. 이에 증선위 쪽에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대표 및 법인에 대해선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 원 부과 등의 제재를 건의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쪽은 지난달 2일 금감원 판단에 크게 반발하며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은 관련 회계기준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예정 없던 증선위원회, '분식회계' 주장하는 금감원 의견 청취

오는 12일 열리는 임시회의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가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금감원의 입장을 보다 깊이 있게 들어보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손영채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지난 회의에선 금감원 안건 자체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건이 두꺼운데, 금감원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들 사이에 같이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7일 증선위 1차 회의는 일반재판처럼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듣는 대심제로 열렸다.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금감원과 안진회계법인, 또 금감원과 삼정회계법인이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재판 형식으로 세 번에 걸친 논의가 하루 사이에 이뤄졌다(관련 기사 : 13시간 공방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여전').

이 같은 1차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30분쯤까지 13시간 넘게 진행됐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었지만 분식회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금감원의 의견만 따로 보기 어려웠고, 이에 대해 증선위원들끼리 논의할 시간도 부족했다는 것이 금융당국 쪽 설명이다.

또 손 과장은 "지난번 추가로 요청한 자료를 이번 임시회의에서 검토하진 않을 것"이라며 "자료를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안건에 대해 이해를 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1차 회의 종료 후 금융당국은 증선위원들이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회계법인들에게 각각 다수의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임시회의에서 해당 자료를 보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증선위도 일반재판처럼... "시간 끌기인 듯, 장난질 안 돼"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1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금감원의 주장을 조금 더 자세히 판단해야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불리한 건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20일에는 다시 대심제로 한다는 것이어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증선위가 최종 결론을 어떻게 내릴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공정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증선위원들이 모두 회계전문가인 것도 아니고, 이 중에 공무원도 2명이나 있다"며 "똑같은 대심제를 두 번이나 시행할 필요는 없는데 시간 끌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김용범 증선위원장과 김학수 상임위원(금융위 감리위원장), 조성욱·박재환·이상복 비상임위원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성욱 위원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박재환 위원은 중앙대 교수, 이상복 위원은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전 교수는 "(증선위원들이) 본인에게 부담이 넘어오는 것이 싫어 최대한 뒤로 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감리위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 대심제를 활용해 심의했는데, 증선위 회의도 대심제로 시행되고 있다. 더불어 그는 "여론의 압박과 모피아(과거 재정경제부 출신 인사들) 내부의 이해관계 사이의 줄다리기 아니겠나"라며 "모피아가 (삼성에 유리한) 장난질을 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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