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후보 만났더니 '내가 청년'만 반복, 아쉬웠지만"

[2030 인터뷰 프로젝트 우리동네 청정지대 - 비하인드 스토리] 인터뷰로 꽃 피운 우리동네 '자치' 청년들

등록 2018.06.12 10:55수정 2018.06.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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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에도, 늦은시각 이라도 모여서 인터뷰를 기획중인 청년기자들. 웃음꽃이 만발했다. ⓒ 김민수


약 3주간 7명의 청년들이 '뭔가 해보자!'라면서 모여 청년과 부산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집중 조명해봤다. 청년들을 대표해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을 검증해 보는 실험을 진행한 것. 촛불도 들어봤겠다, 거침없이 '정치'를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장착한 우리들은 후보들과의 직접 대면, 서면 질의응답 등을 통해 거침없이 견제구를 던지며 유권자로서, 정책 제안자로서 최선을 다했다.

몇 마디만 나눠 봐도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낙관적인 믿음은, 의외로 통했다. 그들이 인터뷰에 임하는 태도와 준비성 그리고 주요 지역 문제들에 대한 집행계획과 더불어 집행 능력을 일부 엿볼 수 있는 일종의 '정치 철학'은 그들이 알게 모르게 뱉어낸 말 한 마디에 숨겨져 있었다. 우리의 역할은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후보별로, 주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유권자들과 후보들의 판단을 배제한다고 생각해 취재진의 사적인 판단과 의견을 배제하고 기사에 후보들의 '말'을 최대한 담아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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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하인드 스토리'에서는 인터뷰를 기획한 청년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연재된 지방선거 인터뷰 기사에는 없었던 솔직한 인터뷰 소감과 아쉬운 이야기들, 7명의 청년들 옆에서 다시 살아 숨쉬는 '정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투표할 사람을 인터뷰하는 건 무척 즐거운 일"

- 여러분의 '인터뷰'가 후보들, 유권자들에게 나름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금정구편 인터뷰는 특히, 많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들을 나눠 봤으면 좋겠습니다.


형묵 : "저는 프로젝트에 조금 늦게 참가했지만, 그래도 '나'의 생각과 목소리를 기사화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에서 아주 재미난 에피소드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우진 :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 대해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동아리와 함께하고 있다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솔직히, 나의 목소리가 약간 유리되어 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인터뷰를 집행하고 기사를 편집하면서 일본군 성노예문제에 내재된 '여성문제'에 좀 더 현실성 있게 접근할 수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지훈 : "'청년의제' 하면 떠오르는 것이 '최저임금' '비정규직' '청년 취업 및 공간' 이잖아요? 이번 기사에서도 많이 다뤘는데... '큼직한 중앙의제가 지역에 어떻게 녹아들어야 하나?'라는 의문점을 '인터뷰'하는 분들 각자가 해소 했을 것 같습니다. 이제야 진짜 우리의 '주장'이 된 것 아닐까요? 내가 평소에 슥 지나쳐버린 지역문제를 의식하고, 나의 인생과 연결해 보는 과정이 의미 있었다고 봅니다."

민아 : "투표할 사람을 직접 인터뷰한다는 건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공보물만 보고 '아 좋은 사람이겠거니' 하고 찍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 만이라도 후보 한 사람을 나름 평가하면서 뽑을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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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강민아 청년기자. ⓒ 강민아


- 네. 그렇다면 인터뷰 과정에서 여러분이 바랐던 것들, 바랐던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좋겠어요.

다솜 : "지방선거...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 항목을 준비하면서 '별난 것' 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교육을 공부하는데요, 공부하다 보면 당장 해소돼야 할 문제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 참가하게 된 계기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부당한 제도, 부당한 복지체계에 화만 내는 것을 넘어, 나름 새로운 대안과 좋은 개선점을 연구해보고 이를 후보자에게 제시하려고 했어요. 부족하지만, 내 의견을 직접적으로 피력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도 우리가 제시한 주제들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고 믿습니다."

형묵 : "아직까지 제 머릿속에 있는 말인데요. '일반인도 몸 하나 보전하기 어려운데, 장애인은 왜 챙겨주나?'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제일 안타깝고 화가 났어요. 생각할수록, 내 마음이 더 꿈틀댄다고 해야 하나?

일본과 캐나다는 제일 '불편한 사람'의 기준으로 많은 것들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문화가 있어요. 특히 캐나다에서는 '장애인아동'을 위해 교실 문턱을 모두 제거하는 학교의 수고로움이 아주 당연하다고 합니다. 정치의 변화는 이렇듯 제일 불편한 사람을 위해, 아주 사소한 '문턱'하나 제거해 주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진 : "'정치' 참여의 정도가 술자리에서 떠드는 정도로 만족했던 것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혼자만의 외침을 모으고 다듬어서 질문을 만들었어요. 후보가 선거 유세만 하러 다니면 안되죠. 강제로(?)라도 우리가 질문을 만들어서 요구하고 고민하게 만든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내가 청년이다'만 반복... 이런 후보는 아쉽죠"

- 인터뷰동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후보들에 대한 아쉬운 점이 제일 좋겠네요.

우진 : "후보자를 인터뷰 하다 보니 배울 것도 많았지만, 아쉬운 것도 많았어요. 제대로 답변해주신 분들도 있지만, 아예 응답조차 안한 분들도 있었어요. 아마 유권자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은 선거 사무실 개소식에 직접 초대하신 분도 있었어요. 좀 난감했지만... 그래도 이러한 소통방식으로 후보와 친근해 질 수 있었다는 참신한 경험도 되었네요."

민아 : "기사에도 쓰긴 했는데.. 제가 청년이니까, 당연히 청년 정치에게 기대했던 것이 많았어요.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게 맞고, 더 많은 청년들이 이렇게 출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정작 만났을 때 아쉬움이 많았어요. 청년 이미지라는 긍정적인 첫인상을 잘 살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청년 이니까 잘 봐주세요! 로 끝나면 안된다고 봐요.

서면 인터뷰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분들도 많았지만... 인터뷰 내내 '내가 청년이다! 끝!' 이런 분은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고민이 깊지 못했고, 질문에 대해 이해도 못하고 인터뷰에 응했던 청년 후보들 몇몇은 정말 실망스럽기도 했고요.

한 예로, 금정구의 핵심 주제인 여성육아에 대해 '그러한 정책에 대해 모르니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인터뷰 내내 저를 가르치려 드는 후보도 있었고요. 요즘 유권자들은 똑똑한데 말이죠... 당선 유무를 떠나서 그분들은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진짜 '청년대표' 기초의원으로써 세대의 문제에 대한 폭넓은 성찰을 했으면 좋겠어요."

- 이제, 뭘 하고 싶나요? 나만의 '정치목표'?

민아 : "예술 분야 인터뷰 항목을 만들 때 저는 청년예술가 이기에, 주로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은 문화예술을 창조해 낼 수 있을까에 국한되어 생각했었어요. 근데, 인터뷰 내내 느낀 것 이지만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대상들에 대해 한번 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현재까지 예술영역은 '고급 문화'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잖아요. 미술이나 발레, 악기 하나 배우는데 엄청난 돈이 들고... 저도 예술가가 되는 과정에서도 그런 것을 느껴 왔고요. 그래서 저는 '문화예술'을 편하게.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우진: "저는 이제 부산지역 '페미니즘' 관련 기사 연재를 해보려고 해요. '지방선거' 인터뷰에서는 유권자였지만, 이제는 저도 다양한 공간에서 '정치'를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에요."

청년 변화의 토대, 6.13 지방선거

'시장 인터뷰까지 가보자!'라는 다짐은 아쉽게도 대학생·취업준비생이라는 현실의 한계에 부딪혀 기초의회선거 후보 인터뷰 선에서 마무리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많은 기자들의 영감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정치'에서 소외된 주변적 존재에서 '자치'가 가능한 주체적인 청년이 될 것임을 다짐하기까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동네 청년들이 변화하기 위한 토대는 '6.13 지방선거'에서부터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주장해왔던 변화를 실현시킬 '청년의원'들과 '자치'를 실현하는 청년들이 함께 '다이내믹 부산'을 살려내리라 생각한다.
#지방선거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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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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