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걷기 목표 1만보'는 어떻게 탄생했나

[서평] 다나카 나오기의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등록 2018.06.13 15:05수정 2018.06.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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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중에 한때 보디 빌더로 활동하던 친구가 있습니다. 전국 규모 대회에서 입상까지 한 경력이 있으니 근육이 대단한 것은 당연합니다. 가슴패기는 물론 허벅지와 팔뚝 등 온몸의 근육들이 울퉁불퉁 팽팽합니다.

하지만 정작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건 구석구석 울퉁불퉁한 근육이 아니라 그 근육들을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그 친구에게 가슴패기 근육을 움직여 보라고 하면 장단 맞춰 손뼉이라도 치듯 근육을 벌떡 일으켜 움찔움찔 움직입니다. 엉덩이 근육을 움직여보라고 하면 엉덩이 근육이 화를 내듯이 벌떡 일어서고, 장딴지 근육을 세워보라고 하면 개구리를 삼킨 뱀처럼 장딴지가 불뚝해집니다.


그 친구가 하는 걸 보고 '네가 하는데 나라고 못 할 소냐?' 싶어 호기롭게 가슴패기를 내밀고 움직여 보려하지만 뭐가 그리 쑥스러운지 도대체 불거지지를 않습니다. 불거지기는커녕 내 몸뚱이가 분명한데도 힘조차 제대로 들어가지를 않습니다.

우리의 몸에는 근육이 400개나 된다고 합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남성의 경우 체중의 약 2분의 1이 근육이고, 여성의 경우 체중의 3분의 1이 근육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많고 많은 근육 중에는 누구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있는가 하면, 연습을 하고 훈련을 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있고,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근육도 있습니다.

수천 명 환자를 일으킨 재활치료사가 전하는 '기적의 걷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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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 지은이 다나카 나오기 / 옮긴이 송소정 / 펴낸곳 포레스트북스 / 2018년 5월 18일 / 값 13,800원 ⓒ 포레스트북스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지은이 다나카 나오기, 옮긴이 송소정, 펴낸곳 포레스트북스)의 저자는 일본 도쿄 후생성병원 재활치료사이자 세계 수영 선수권대회 일본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활동한,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이학요법사입니다. 국가대표 선수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그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1년 이상을 대기할 만큼 뼈관절, 생리요법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저자는 '제대로 걷기만 해도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캐치프레이즈처럼 내걸고 있습니다. 자세와 걸음걸이만 바꿔도 '허리와 무릎통증이 사라지고, 노화와 비만을 늦출 수 있고, 당뇨병, 고지혈증, 통풍 같은 생활습관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탄탄한 복근, 날씬한 아랫배로 거듭날 수 있고' '칼슘의 감소를 막아 골다공증을 완화할 수 있으며' '쉽게 피로해지지 않고, 얼굴에 생기가 돌고, 전신의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냉증과 부종이 줄어들고' '두통이 사라지고 불면증이 잦아들며, 불안, 무기력이 사라지고 전신에 활력이 넘치는' 놀라운 변화가 내 몸에 나타난다고 정리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하지만, 일부러 새겨보지 않으면 그 중요함을 잊고 사는 게 꽤 여럿 있습니다. 숨쉬기가 그렇고, 보고, 듣고,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걸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이것들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잊고 살아가는 게 걸음이지만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지금 당장은 물론 나이를 먹어서의 건강까지 확연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하기야 같은 연령대라 해도 어느 누구는 꼿꼿하고 건강해 보이는 걸음을 걷는가 하면 어느 누구는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 걸음을 걷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아주 간단한 운동법... '뭐 이런 게 다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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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자, 또 걷자. ⓒ unsplash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자세도 중요하고, 걷는 데 필요한 근육을 강화시키거나 유지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책에서는 어떻게 걷는 게 제대로 걷는 것인가와 제대로 걷는 데 꼭 필요한 근육을 강화하거나 유지시킬 수 있는 운동법 등을 그림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운동, 근육을 강화시키기 위한 트레이닝 방법은 '이게 뭐 운동 되겠어?' 싶을 만큼 쉽고, 간단합니다. 별다른 운동기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별도의 공간이나 복장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책에서 일러주는 대로 따라하다 보면 '어!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만큼 효과적입니다.

가려운 곳을 콕 집어 긁어 주는 효자손처럼 그동안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근육별 운동, 운동을 하고자 하는 근육에 힘이 가해지고 있다는 걸 분병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힘이 가해지는 느낌을 기분 좋은 통증으로 확인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강한 시원함이 감칠맛처럼 따라옵니다. 마치 기지개를 시원하게 켰을 때의 시원함과 손맛 좋은 안마를 받고 났을 때의 시원함이 번갈아 다가오는 듯 건강하고 후련한 운동입니다.

참고로, 하루의 목표 걸음 수가 1만 보가 된 것은 건강을 위해서는 신체 운동으로 하루 300칼로리를 소비해야 한다는 한 기사가 발단이었다. 그 300칼로리에 상당하는 신체 운동을 걸음 수로 산출했더니 1만 보라는 숫자가 나왔을 뿐이다. 그러니 근거가 부족한 1만 보 걷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 본문 182쪽


하루나 이틀, 한두 번 정도의 연습이나 운동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하고 반복해 훈련하다 보면 제대로 걷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물론 어떻게 걷는 것이 제대로 걷는 것인지를 몸으로 느끼며 알게 될 것입니다.  

필요한 근육에 맞춤식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맞춤식 그림과 함께 설명돼 있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습니다. 대둔근과 대흉근, 넙치근과 장요근 등을 콕콕 짚어가며 운동할 수 있을 겁니다.

근육과 걸음이 어떤 관련이 있고, 근육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실감하며, 제대로 걷는 데 필요한 근육 강화 방법까지 익히다 보면 '발이 편한 신발을 고르는 법'까지를 어느새 알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노후 자산이 될 수도 있는 건강을 제대로 다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 지은이 다나카 나오기 / 옮긴이 송소정 / 펴낸곳 포레스트북스 / 2018년 5월 18일 / 값 13,800원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 수천 명의 환자를 일으킨 재활치료사의 기적의 걷기수업

다나카 나오키 지음, 송소정 옮김,
포레스트북스, 2018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송소정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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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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