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스캔들', 수원·부천·성남 유권자에게 묻다

[르포] '깜깜이 기간' 중 불거진 변수로 격전지로 변한 경기도지사 선거, 직접 들은 민심은...

등록 2018.06.12 21:06수정 2018.06.1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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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경기 부천역 북부 광장에 붙은 6.13 지방선거 벽보. ⓒ 곽우신


여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경기도지사 선거가 막판 최대 격전지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배우 김부선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특히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선거' 기간 중 의혹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각종 '자체 분석'들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역시 이 문제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 후보에게 협박죄·무고죄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대세엔 영향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11일 유세 때는 "요즘 (선거운동 중 만난 이들) 90%가 '힘내라' '이기자 이재명'이라고 응원한다"라고 밝혔다.

누구의 분석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오마이뉴스>는 지난 11일 경기도 주요 도시 세 곳을 찾아가 민심을 직접 들어봤다.

[수원] 갈팡질팡하는 시민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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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민심은 어디로?2018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1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스캔들이 선거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경기도청 소재지이자 경기도 내 최대인구를 자랑하는 수원시 표심은 어디를 향할까. ⓒ 곽우신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남경필을 찍어? 이재명 찍어줘야지."
"아니, 이렇게 시끄러운데 뭘 믿고 이재명을 뽑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양꼬치집. 남성과 여성이 섞인 중년 시민들이 맥주를 마시며 난상토론 중이었다. 화제는 단연 지방선거, 그중에서도 경기도지사 선거였다. 인구 130만 명의 수원시는 경기도청 소재지이자, 경기도 내 도시 중 인구가 가장 많다. 그만큼 다양한 성향의 유권자가 존재한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가 수원 팔달구(수원병) 선거구에서 아버지 남평우 전 의원(14, 15대)의 뒤를 이어 내리 5선을 하기도 했지만 현직 수원시장은 민주당 소속 염태영 후보다.

이날 기자가 수원에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잘 모르겠다"였다. 수원의 한 대형마트 앞에서 염태영 민주당 수원시장 후보의 유세를 한참 지켜보던 한 할머니도 "어휴, 도지사는 잘 모르겠다"라며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처음에는 당연히 이재명 후보를 믿었는데, 지금은 누구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당만 아니면 남경필 찍어줄 텐데 그것도 좀 그렇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역시 유세를 지켜보던 40대 이아무개씨는 "시장은 염태영 찍을 거지만, 도지사는 남경필 찍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이지만, 이재명은 잘 모르겠다"라면서 "남경필이 현직으로 그렇게 못한 것도 아니고, 한국당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사람이지 않냐"라고도 이야기했다. 특히 최근 스캔들에 대해서 "딸 가진 엄마로서 마음이 참 그렇다"라면서 "차라리 시원하게 인정했으면 모르겠는데, 이렇게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니까 사람 자체에 대한 신뢰가 안 간다"라고 밝혔다.

학원에서 일하는 정상민(29)씨도 "원래는 이재명 쪽이 우세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라면서 "투표 당일 아침에야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캔들 이후 자꾸 발뺌하는 모습 때문에 주변에도 돌아선 사람이 제법 있다"라며 "이재명이 싫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남경필을 찍기도 싫어서 누구 찍을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라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인간 남경필도, 남경필의 네거티브도 싫지만 그렇다고 도지사로서의 남경필이 그렇게 별로였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30대 직장인 신선미씨는 본래 자신은 민주당 성향이라면서도 "사전투표 때 이재명 안 찍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사는 친구들이 걱정해줄 정도이다"라면서 "부모님도 연락이 와서 '경기도 찍을 사람이 없어서 어쩌냐'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래도 51대 49로 이재명이 당선되지 않겠느냐"라면서 "여전히 반 한국당 기류가 강하다. (스캔들 때문에) 민심이 흔들려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라고 점쳤다.

기술직에 종사한다고 밝힌 박대현(30)씨는 "사적 영역에서의 도덕성을 정치인에게 크게 요구하지는 않는 편이다"라면서도 "대선후보였으면 절대 지지하지 않았겠지만, 경기도지사 자리라면 조금 생각이 복잡해진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국당 찍기는 좀…. 찝찝하지만 그래도 투표 당일엔 이재명 찍을 것 같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한 뒤에라도 이 문제는 깔끔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부천] '이부망천' 여파가 더 크다... 스캔들 여파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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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망천' 규탄 현수막홍진아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의원 후보자 측에서 부천역 북부 광장에 건 현수막.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이부망천'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 곽우신


"홍준표가 주둥아리를 다무니까 이제는 대변인이 XX이야."

부천역 앞 포장마차에서 분식 장사를 하는 50대 여성 박아무개씨는 정태옥 전 한국당 대변인(대구 북구갑)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발언에 대해 격정적으로 욕설을 뱉었다. 그는 "어차피 그쪽(자유한국당)에 표 줄 생각은 없었지만, 자폭을 해도 어떻게 이렇게 하느냐"라며 "자유(한국)당은 이 참에 사라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포장마차 바로 앞에는 "서울에서 잘 살다가 이혼하면 이사 오는 곳? 부천시 비하 막말에 맞서는 부천시의원이 되겠습니다"라는 더불어민주당 홍진아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부천 민심은 '여배우 스캔들'보다 '이부망천' 발언에 더 화가 나 있었다. 인구 90만 명이 조금 안 되는 부천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든든한 우군이다. 현직 부천시장도 민주당 소속이고, 부천 4개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이 민주당(김경협, 설훈, 김상희, 원혜영)이다. 수원 민심과 비교하면 '여배우 스캔들' 파장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박씨 역시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힘을 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이재명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권순범(32)씨는 "나는 그냥 '피식' 하고 말았는데 부모님께서 '이부망천' 발언 때문에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시더라"라면서 "같이 이재명 찍자고 설득하려고 했는데, 이미 마음 굳히셔서 말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캔들 때문에 판세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 "최소한 내 주변 또래 중에서는 마음을 바꾼 친구가 없다. 젊은 사람들은 그런 이슈에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택시를 운전하는 김형찬씨는 "원래 선거 때마다 보수당에서 '북풍'을 동원하지 않았느냐"라며 "이제 더 이상 북풍이 안 통하니까 다른 걸로 시비를 거는 것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김부선씨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사생활이지 않나"라며 "우리 국민들이 이제 그런 스캔들에 휘둘릴 수준의 국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그런 막말이나 하는 한국당을 이번 기회에 싹 쓸어버려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전투표 때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야쿠르트 판매원 역시 "스캔들보다는 최저임금 개정안 같은 이슈가 훨씬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저쪽이 워낙 몰리니까 지저분한 이슈를 들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살기 좋아져야 야쿠르트도 시켜 먹는다.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끊는 것도 야쿠르트다. 서민경제를 신경써도 모자를 시간에 쓸데 없는 거나 시비 걸고, 헛소리나 뱉는다. 최저임금 때문에 민주당에 실망해서 비례는 5번(정의당) 찍었지만, 그래도 지역은 1번을 찍어줬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당은 망해야 한다."

[성남] 이재명의 정치적 고향 민심은? "실망이지만 영향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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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일대의 모습. ⓒ 김성욱


"에이, 이미 다 지난 얘기잖아요. 그리고 8년 동안 다 검증 끝난 얘기 아닙니까."

성남시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이 '여배우 스캔들'에 대해 한 말이다. 이재명 후보가 시장을 지낸 성남시는 이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민심 변동은 감지되지 않았다. 여권 성향 지지자들은 "보긴 안 좋지만 큰 영향은 없다"라는 반응이 많았고, 야권 성향 유권자들은 "그럴 줄 알았다"라며 결집하는 모양새였다. 다만,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탈 움직임이 집중 포착돼 이들이 선거 당일 얼마나 투표장에 나올 지 여부가 변수로 보였다.

성남시 중원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한 50대 남성은 "선거 막판이 되니 네거티브를 하는 것 아니냐,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라며 "어르신들이야 그런 스캔들 뉴스를 보고 싫어하고 실망할 순 있겠지만 당락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후보가 8년 동안 여기서 시장을 했으니 더 높은 경기도지사가 되면 성남에 더 보상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심리도 성남 바닥에는 있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모란역 근처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한 70대 남성은 "김부선이니 뭐니 말이 많은데 그런 걸 물으려면 여기서 나가라"라고 격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반 한국당 정서도 한몫했다. 성남동에 거주하는 한 40대 여성은 "언론으로 그런 걸(스캔들) 보니 별로 보기가 좋지 않다"라면서도 "그렇다고 또 자유한국당을 찍을 순 없지 않나, 한국당은 원죄가 너무 커서 뒤집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현역 주변 분당 번화가에서 만난 한 20대 남성도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자유한국당 찍을 생각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아무리 스캔들이 터져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면서 "스캔들로 인해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가 된다 해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계속 되겠지만 8년 동안 일은 잘했으니 경기도지사가 되면 더 잘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표심을 바꿨다"는 이들도 있었다. 주로 20~30대 여성들이었다. 성남 소재 대학에 다니는 이아무개씨(22)는 "사생활 문제이긴 하지만 어제 오늘 스캔들 사건이 계속 터지는 걸 보고 솔직히 공직자로서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꼈다"라면서 "원래 시장할 때는 좋게 봤지만 이번엔 표를 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이씨와 동행하던 한 20대 여성 경기도민도 "이번 일로 이재명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진 게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모란역 근처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도 "(스캔들은) 별로 깊게 생각은 안 해봤지만 저건 좀 심하지 않나 싶다"라면서 "투표하기가 꺼려진다, 마음을 바꾸려 한다"라고 털어놨다.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이번 스캔들을 통해 결집할 지도 주목된다. 성남시 분당구는 오랫동안 '보수텃밭'으로 분류됐다.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천당 밑에 분당"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다만, 분당구는 지난 총·대선에선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택했다. 자신을 '우파'라고 소개한 60대 여성도 분당구 주민이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는 꼭 투표하겠노라고 말했다.

"유명한 정치인이 (여배우와) 그랬다니, 너무나 부도덕하고 위험하다. 원래 투표를 잘 하지 않았다. 이번엔 꼭 투표하러 가겠다. 이런 사람을 후보로 내놓은 민주당은 최소한 사과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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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일대의 모습.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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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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