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한폭탄을 몰고 다닌다" 수입 만 트럭 운전자들의 하소연

운전자들 "전수조사해서 결함 파악 해야"...만트럭코리아는 부인으로 일관

등록 2018.06.17 17:47수정 2018.06.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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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트럭버스코리아 덤프트럭 TGS 500. 엔진 내 녹 발생, 기어빠짐 결함이 발생한 덤프트럭 TGS 500. ⓒ 결함 제보자.


"저 혼자만 다치면 괜찮은데 2, 3차 피해자가 생길까봐 무섭습니다."
"화물차 때문에 승용차까지 사고 나는 뉴스가 남일 같지 않습니다."

지난 11일 부산시 사하구에서 만트럭버스코리아(아래 MTBK)의 차량 운전자들을 다시 만났다. '2018 부산 국제모터쇼' 집회 현장에서 만났던 이들도, 처음 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차를 안전하게 타고 싶다"고 소망했다. 안전하게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제작 결함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길 바랐다.

MTBK 차량 운전자들이 공통적인 제작 결함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차종은 중형 카고 티지엠(TGM) 290과 대형 카고 티지에스(TGS) 500, 그리고 덤프트럭 전차종이다. MTBK 차량 운전자 연합회(아래 연합회) 측은 3개 차종의 결함 발생률이 1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형 카고 TGM 290은 거리의 시한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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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M 290의 하부 차량 하부의 라디에이터 팬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 290 차량 결함 제보자


총체적인 결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차종은 290이다. 브레이크 시스템 불량, 엔진 이상 진동 및 이상 소음, 기어 변속 충격 및 이상 소음, 미션 및 엔진 오일 누유, 히터 미작동 등이다.

김아무개씨의 차는 약 3만 킬로미터(km) 정도 주행했을 때부터 미션 충격과 브레이크 밀림 현상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저단에서 차가 정상적으로 매끄럽게 나가야 하는데 말을 타는 것처럼 울컥거리고, 딱하는 기어 변속 충격 소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같은 차종을 보유 중인 변 아무개씨도 동일 증상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정차할 때의 기어 변속 충격이 심각한 편이다. 뒤 차가 박은 것처럼 덜커덩거린다. 변씨에 따르면 기어 변속 충격을 접촉 사고로 착각하고 차량에서 하차한 운전자도 있었다.


차량 하부의 라디에이터 팬도 해결해야 한다. 돌아가는 팬을 가려주는 커버(껍데기)가 없어 잠재적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것. 김씨는 "고속도로에서 라디에이터 팬에 돌이라도 튀거나 비닐이 끼기라도 하면 운전자는 물론 다른 차량 운전자들의 생명까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팬이 쉴 새 없이 작동하는 문제도 있다. 변씨의 경우 차량 출고 당일부터 팬의 오작동이 골치였다. 시동을 끈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팬이 멈추지 않고 돌아 과열로 연기까지 피어 올랐다.

김씨는 "290 카고는 문제가 많은 차로, 잘못하면 피해자가 엄청나게 생긴다"면서 회사에서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시정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90 차종을 거리의 시한 폭탄이라고 표현했다.

대형 카고 TGS 500, 각종 센서 교체해도 브레이크 시스템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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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차축(5축) 조향장치 이상 경고등이 뜬 TGS 500 계기판. ⓒ 만트럭버스차주연합회


브레이크 시스템 고장은 대형 카고 500에서도 확인되는 증상이다. 강아무개씨는 "한달도 안된 새 차가 브레이크 콘트롤 시스템 이상으로 밀림 현상이 있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지난 5월 4일 출고한 강 씨의 차는 주행거리 약 6000km를 기록했을 때부터 문제 증상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씨는 브레이크 밀림으로 2,3차 사고가 일어날까봐 무섭다고 했다. 차량이 제때 멈춘다고 해도, 적재함에 실려 있는 짐들이 쏟아질 수도 있어서다. 그는 "코일이라는 철 제품을 싣고 다니는데, 급제동 같은 상황에서는 앞으로 밀려 쓰러질 수도 있다"면서 식은 땀이 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서비스센터에서는 엔진 및 차량 제어 컴퓨터인 이씨유(ECU) 등의 센서를 교체하자고 했다. 걱정은 센서를 교체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씨에 따르면 주변에서 이미 다른 운전자들이 ECU, 전자 제어 브레이크 시스템 이비에스(EBS) 등 관련 센서를 바꿔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같은 차종을 함께 출고했던 지인을 언급하며 브레이크 시스템 결함이 전체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적재함의 끝에 있는 다섯 번째 바퀴의 축(5축)에도 문제가 있다. 적재함을 올렸다가 내리면 5축만 꺾여서 경고등이 뜬다. 5축이 앞 바퀴인 1, 2축과 방향이 같아야 하는데, 돌아가 있다는 것. 강씨는 "축을 내리고 앞뒤로 왔다갔다하면 경고등이 없어지는데, 센터에 입고하면 고장코드 내용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센터에 원인을 물었지만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강씨는 회사가 변경된 조향각도 법규 통과를 위해 차량에 추가로 장착한 부품이 원인일 것으로 추측했다. 예정대로라면 그는 5월 2일에 차량을 받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담당 직원으로부터 조향각이 작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추가 부품을 주문해 장착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강씨는 "구형때는 조향각 검사 자체가 없었으니까 아예 경고등 뜨는게 없는데, 주변에 같은 모델 타는 형들에게도 같은 문제 나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이날 오전으로 잡혀 있던 일도 미루고 올 정도로 속앓이 중이다.

덤프트럭, 엔진 내 녹에 이어 기어 빠짐 증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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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트럭버스코리아의 덤프트럭 TGS 480 엔진. 엔진 내부에 녹이 슨 TGS 480. 500은 같은 동력계를 사용하며 마력을 높여서 출시한 신형이다. ⓒ 엔진 녹 제작 결함 제보자


덤프트럭의 문제는 앞선 보도에서 언급했듯 엔진 내 녹 발생이다. 사측에서는 엔진 내부가 아닌 냉각 장치의 관에 녹이 생기는 것이며 서비스센터에서 공급하는 냉각수를 공급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운전자들은 워터젯 방식의 프리리타더가 엔진 전체에 녹이 슬게 만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워터젯 방식으로 인한 고열과 고압으로 인해 냉각수에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는 것. 워터젯 방식이 아닌 차종에서는 엔진 내 녹 발생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비스 보증 기간이 지나도 사측에서 해당 결함 발생 시 무상으로 수리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기어 빠짐 결함도 새롭게 드러났다. 김아무개씨가 보여준 동영상에는 그가 주행 중에 기어를 N(중립)으로 놓지 않았는데도, 계기판의 기어는 N으로 바뀌어 있었다. 김씨는 "이전에 간헐적으로 1, 2초간 겪은 적은 있어도 40초나 지속된 적음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당시 차량은 고속도로에서 시속 70km로 주행 중이었으며 보조 제동 장치인 리타더를 비롯해 엔진 브레이크, 브레이크 페달 어떠한 것도 조작이 되지 않았다.

기어 빠짐을 잡기 위해 ECU 업데이트를 했더니 연비 주행을 돕는 프리 기능(에코 기능)이 작동되지 않았다. 프리 기능 불량은 변속기 제어 컴퓨터인 피티엠(PTM) 교환으로 수정이 됐다. 김씨는 자신의 차량에서만 나타난 문제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알아보니 덤프를 비롯해 카고, 트렉터까지 이미 다른 운전자들도 해당 결함으로 유상 수리를 받은 상태였다. 김 씨에 따르면 그가 제작 결함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사측은 해당 부분 수리를 무상으로 전환하고, 유상 수리를 받은 차주에게는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

3개 차종에서 나타나는 결함에 대한 회사측의 입장은 여전하다. 전반적인 결함이 아닌 개별적 사안이니 하루빨리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수리를 받으라는 것이다. MTBK 관계자는 "한국에 연구개발센터가 있는 메이커가 아니다 보니 글로벌 본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으며 모터쇼 직전에 본사의 A/S 담당자가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불편-불만 호소에도 서비스센터에서는 '정상'이라는 답변만

운전자들은 서비스센터의 대응이 더욱 황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결함의 심각성을 인지시키기 위해 증상이 발현될 때 마다 동영상을 찍어서 보여줘도 센터에서는 "정상적인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운행을 지속하라는 식이었다.

또, 냉각수 오염에 대해서는 세차 여부를 물었고, 브레이크 시스템 오작동에는 세차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요소수 모듈 막힘에 대해서는 "차량 운행을 적당히 하라"고, 겨울철 히터 미작동에 대해서는 "냉각 잘 되고 좋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가 새는 차량 내부에는 일명 '뾱뾱이'라고 불리는 완충체를 둘러줬다.

긴급출동서비스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주행 중 사고 위험 가능성이 있음에도 견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브레이크 기능에 이상이 있어 주행을 멈추고 출동서비스를 요청했지만 센터에서는 "천천히 주행해서 오시라"고 답했다.

또, 이들은 회사에서 수리의 책임을 운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증 기간이 지나면 제작 결함으로 인한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유상으로 진행한다는 것. 김 씨는 "회사에서는 결함의 근본적인 원인도 찾지 못하면서 무상 보증 기간이 지나면 수리 비용을 모두 차주에게 지불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운전자들은 부품가격에 대한 부담도 크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대형의 경우 차량 할부금, 기름값 등을 모두 포함해 한달 동안 차량 운행에만 드는 비용이 1000만 원에 이른다. 중형은 600~700만 원 정도다. 여기에 부품가격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부품의 배송 또한 너무 느려 차량 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건데 이런 분들이 (차량) 운행 안하고 집회에 나올 정도면 굉장히 심각하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오는 7 월 첫째주에 사측에 결함 인정 및 서비스 개선을 요청하는 2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규모는 100여 명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 산하의 한국교통안전공단은 MTBK 운전자들이 주장하는 증상들의 제작 결함 여부 판단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만트럭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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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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