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폭탄' 던진 김성태 "지금 이 순간부터 중앙당 해체 돌입"

혁신 비대위 통한 노선·당명 변경까지 제안했지만 로드맵 없어, 당내 반발 불가피

등록 2018.06.18 13:37수정 2018.06.1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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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불' 들어온 한국당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 방안으로 중앙당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또 지도부 공백 사태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외부에서 영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 남소연


"오늘부로 자유한국당은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곧바로 중앙당 해체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당대표 권한대행인 저 자신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청산과 해체 작업을 진두지휘해 나갈 것이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김성태 원내대표가 '폭탄'을 던졌다. 김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당 해체를 선언했다. 의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선언이었다. 같은 시각,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모임에 참석 중이던 김진태 의원은 "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하는데 벌써 당 해체 선언을 했다. 이래서 안 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13 지방선거 참패 후폭풍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김 원내대표가 이날 내놓은 메시지 모두 그 파괴력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오늘 이후 당 사무총장을 비롯해 각급 위원장, 본부장, 대변인, 여의도연구원 등 당직자 전원의 사퇴서를 수리하고 비상대책위 구성을 위한 위원회와 질서있는 당 해체와 혁신을 위한 구태 청산 TF를 동시에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앙당 해체를 선언했다. 그는 "집권당 시절 방대했던 당 구조를 다 걷어내고 원내 중심·정책 중심 정당으로 다시 세워나갈 것"이라며 "중앙당 조직을 원내 중심으로 집중하고 필수적인 기능 위주로 슬림화 해 간결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들겠다. 당 정책위를 당 조직과 별도의 원내 조직으로 분리시켜 정책 전문성을 강화 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앙당사를 공간적으로 최소화하고 전국에 산재해 있는 당 자산을 처분해 마련한 재원으로 당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라면서 "이념·철학 혁신과 더불어 정책·조직 혁신이 맞물려 가도록 하겠다. 그 마무리 작업은 당 간판, 새 가치와 이념을 갖는 새 이름으로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혁신 비대위의 '길'을 미리 제시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은 주저앉은 서까래와 기둥 다 걷어내고 반석 위에 새 집을 지어야 한다. 집권당 시절의 체제와 관행, 관습을 다 바꾸고 확실한 세대교체와 인적혁신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라면서 '해체 후 재창당'을 주장했다.

이어, "냉전과 반공주의를 떠나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정당, 일자리를 추구하는 경제실용주의의 경제중심정당, 서민과 함께 하는 사회개혁정당으로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당의 새로운 정체성도 주장했다.


"혁신 비대위원장은 외부인사가", 그 외 결정된 것은 아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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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습니다' 내건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 방안으로 중앙당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의 뒤편에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적은 문구가 내걸렸다. ⓒ 남소연


김 원내대표의 '구상'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그가 밝힌 중앙당 해체 방침조차 당헌·당규에 따라 당 의결기구를 거쳐야 할 결정이다. 더욱이 지난 15일 비상 의원총회 때도 확인됐듯, 소속 의원 전원이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한 상황.(관련기사 :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한국당, 무릎은 꿇었지만... )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당헌·당규상 권리와 의무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혁신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선, "중앙당 해체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 원내 중심정당으로 가겠다. 그러기 위해선 (중앙당) 기능을 슬림화 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최대한 우리 환부를 도려내고 수술하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당내 인사가 혁신 전권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혁신 비대위 구성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만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엔 "외과적 수술뿐만 아니라 외과적 수술, 정신과적 치료까지 포함된 전방위적인 혁신을 담당할 위원장을 모셔야 하는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 어떠한 당내 세력이 사심을 발휘하지 않도록 하겠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날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구태 청산 TF'에 대해서도 "중앙당 해체를 포함한, 우리 당의 보신주의·무사안일주의·기득권 정당의 관행과 관습을 끊어내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TF 구성원 및 가동 시점 등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을 향해 "재촉하지 말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임기응변식의 땜방질 처방이 되지 않기 위해선 시간을 필요로 한다"라면서 "그런만큼 언론인 여러분들이 저희들에게 재촉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부터 많이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혁신 비대위가 내놓을 메시지를 지금 다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오늘 이야기한 정도만 갖고 한국당이 혁신했다 할 수 있겠나. 이 내용을 훨씬 뛰어넘어야 한다. 혁신 비대위가 오늘 발표한 내용들만 할 것 같으면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당이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이나 남북정상회담 지지결의안 및 체포동의안 처리 등 국회 안에서부터 반성과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여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너무 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반성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방탄국회를 즉시 철회하고 국회정상화부터 해야 한다"면서 조속한 원 구성 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야당도 수습할 시간을 필요로 한다.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단 걸 알면서"라며 "(현 상황을) '원 구성 회피하는 야당'이라는 공격거리로 삼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 구성 등 의사일정 협상은 어떻게 진행할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도 "지금 할 수가 없다. 바른미래당도 원내대표를 새로 뽑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긴급 의총' 소집 요구한 재선 의원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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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습니다' 내건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 방안으로 중앙당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의 뒤편에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적은 문구가 내걸렸다. ⓒ 남소연


한편, 김 원내대표의 구상에 대한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명연·김선동·김진태·김한표·박대출·박덕흠·박인숙·염동열·이채익·홍철호 등 재선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따로 간담회를 열어 지방선거 패배 수습책 등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선 지난 15일 비상 의총 당시 김 원내대표 발언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도 나왔다. 김 원내대표가 당내 논의 과정 없이 성급히 당의 이념·노선 변화를 주장한 것을 탓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박대출 의원(경남 진주갑)은 "민심은 저희에게 반성과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진정성 있는 변화여야 한다"라며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가치를 잃어버리는 표변이나 돌변은 곤란하다"라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도 "우리가 가진 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담을 그릇이 문제였다"라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민심이 이재명(경기지사)을 선택했으니 이재명 형수가 이재명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냐. 그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 15일 김 원내대표의 대국민 사과 퍼포먼스와 관련,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원내대표가 월권하는 것"이라며 "(당의) 이념까지 자기 마음대로 건드리려고 하고, 그런 것도 혼자 독단적으로 정하지 말고 같이 고민해서 정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비공개 회의 후 김 원내대표에게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키로 결정했다. 김 원내대표가 이날 당내 상의 없이 중앙당 해체를 주장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다.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기자들과 만나, "단 한 명이 변화와 혁신을 독주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참여해서 변화·혁신을 꾀하자는 애기가 있었다"라며 "(중앙)당 해체 부분에 대해서 의총 소집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세대 교체 실현을 위해 재선의원들이 뜻을 적극 모아 지원하겠다는 얘기를 나눴다"라며 "(재선 의원 모임은) 매주 2차례 정기적으로 하고, 의총 땐 난상토론을 요구해서 1박 2일 정도 토론하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김진태 #비상대책위원회 #중앙당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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