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 근거없다고? 대법관 여러분, 현실을 직시하십시오"

민변·민주노총 공동기자회견... "사법부는 속죄, 검찰은 철저한 수사해야"

등록 2018.06.18 15:03수정 2018.06.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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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민변과 민주노총 관계자 30여 명이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입장 발표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배지현


"대법관은 물러나라! 사법적폐 청산하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벌인 '재판 거래' 사건에 '모르쇠'로 나선 대법관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판결 관계자들이 대법원 앞에 모였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동문 앞.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과 민주노총 관계자 30여 명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입장 발표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법원의 이름으로 법은 죽었다" "대법관들이 이러니 공범이라 생각할 수밖에" "대법관 여러분, 현실을 직시하십시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대법원의 공식 입장을 비판했다. 

지난 15일 김 대법원장은 직접 형사고발이나 수사의뢰 등 형사조치를 취하지 않겠지만,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대법관 13명은 김 대법원장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법관들은 오후 4시쯤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관한 입장'이라는 문서로 "재판거래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13명 입장 발표, 양승태 같아"

시민단체와 재판거래 의혹 관계자들은 대법관들이 여전히 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석제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은 "대법관들이 이번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양승태가 연상됐을 정도"라며 "사법농단 판결문을 작성한 대법관이 취할 입장으론 부적절하다. 어떻게 피의자가 조사를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나"라고 말했다.


조승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또한 대법관들을 향해 "한심하기 그지없다. 안일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관 13명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은 문서 300여 개가 남았음에도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며 "지금 대법관들은 자격이 없다. 사퇴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법원장의 입장 또한 소극적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호철 민변 회장은 "사법권 독립이 내부에서부터 철저히 무너졌다는 것에 대한 참담함과 분노를 잠재우기엔 거리가 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법원장의 담화문에는 피해당사자에 대한 사과와 원상회복 조치가 전혀 없다"며 "그 피해를 원상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언급하는 것이 진정한 사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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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민변과 민주노총 관계자 30여 명이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입장 발표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배지현


이들은 김 대법원장에게 ▲사법농단 관련 모든 자료 투명 공개 및 철저한 진상 규명 ▲재판거래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원상회복 방안 마련 ▲사법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민주적 사법개혁 실시를 요구했다.

김 회장은 "법원 스스로의 개혁은 어렵고 불가능하다. 사법개혁은 법원이 아닌 행정, 입법을 포함해 전 국민이 노력해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사법부는 속죄하고,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야"

이들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에 배당돼있던 재판거래 의혹 사건을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로 재배당했다.

판결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자 권익을 위해 투쟁을 이어가면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최후의 보루가 법원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얼마나 잘못되고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죄지으면 처벌받는다는 건 전 세계에 통용되는 기본"이라며 "제대로 된 조사와 피해자에 대한 원상회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법부 스스로 국민 앞에 속죄하고, 뼈와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책임자 처벌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함이 마땅하다"며 "검찰은 즉각 사법농단이라는 헌법을 파괴한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승태 #김명수 #대법관 #재판거래 #사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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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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