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로 구속됐는데... '채용성비' 공개 못 한다는 은행

[현장] 여성단체, '채용성비' 공개 포함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제정 촉구

등록 2018.06.18 16:56수정 2018.06.1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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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 규준'에 채용성비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 박정훈



"채용절차의 매 단계별 성비공개 요구한다"
"은행 채용성비 공개 거부, 대놓고 성차별"

은행권 채용 성차별로 주요 은행 임직원들이 구속되는 가운데서도, 은행권이 이를 개선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18일 은행연합회에서 의결할 예정인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안에' 여성·노동계가 제안하는 '성비 공개'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열릴 이사회에서 '채용 단계별 성비 공개'를 담은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사회자는 "은행연합회에서는 채용 성비를 공개하라는 안이 빠진 채로 모범규준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채용 성차별을 막을 의지가 있는가? 채용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떳떳하다면 (매 단계)채용 성비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여성TF에 참석하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 임윤옥 대표는 "일자리위원회 여성TF에서는 '채용 성비'를 공개하는 것이 성차별 채용의 핵심 대책으로 보고, 은행연합회에 모범규준 수정안을 지난 5월 제시했다. 그러나 은행연합회는 이와 같은 의견을 사실상 거부하는 답변을 지난 15일 보내왔다.

임 대표는 '30일 이내에 채용 분야 또는 직무별로 면접자 및 최종합격자의 성비 공개'라는 여성TF 안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공개할 때마다 이슈화 될 수 있다'고 답하며 자율규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면접 위원 위촉시 특정 성이 10분의 6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안에 대해서도 은행연합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은행의 2013년 상반기 채용에선 성비 9.4:1로 채용하기로 계획을 짰는데 실제 결과는 10.8:1, 남자 97명 여자 9명이었다"며 "하반기에서는 4:1로 계획했으나 실제 결과는 5.5:1, 남자 104명, 여자 19명이었다. 성차별이 없었다면 서류전형의 여성 합격자가 무려 619명이 늘었을 거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며 채용 성차별의 심각성을 알렸다. 또 여성 취준생의 사례를 제시하며, 은행연합회가 지금이라도 채용 성비 공개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하나은행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여성 취준생을 알고 있습니다. 모든 걸 걸고 취업준비를 했으나 왜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우울증약을 먹으며 밖에 나가기도 힘들어했습니다. (...)은행연합회의 답변을 받고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얼마나 여성들을 우습게 알면 은행연합회가 일자리의원회 공식 의견까지 무시할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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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 규준'에 채용성비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 박정훈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주수정 활동가는 "그동안 여성청년이 특별한 일자리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았다"며 "공기업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떨어진 청년들이 대거 호출되고, 힘들게 패배와 절망을 증거로서 제시하고 나서야 사회가 여성 청년이 특수한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것을 믿어주게 됐다"고 밝혔다.

주 활동가는 "은행연합회의 채용절차 모범규준에는 불공정한 채용 관행을 막을 뚜렷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자구책 마련한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 허울뿐인 모범규준만으로는 역부족이다"라고 지적하며 "채용절차 전 단계에서 합격자 성비를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 위원장은 "공적인 기관인 은행이 채용 비리로 여성청년들의 꿈을 짓밟았다"면서 "핵무기만큼이나 이런 비리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완벽하고 검증가능하고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투명한 채용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 결과 채용 성차별이 드러난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과 관련 혐의로 수사 중인 신한금융 등을 규탄하고, 이날 은행연합회 이사회에 참여하는 은행들의 명단을 열거하며 '성비 공개'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에 은행연합회 이사회를 구성하는 10개 은행장들은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 규준안'에 대한 의결을 하고, 이 규준안은 다음 정규 신입직원 공채 때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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