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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생중계된 수석보좌관회의 주재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대회의실(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청와대 전 직원에게 생중계됐다. ⓒ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 결과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른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후 2시에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지역으로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와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가르는 분열의 정치"가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오랜만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불러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지역주의'와 '색깔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래 계속 붙들고 싸웠던 한국정치의 적폐였고, 문 대통령을 정치에 뛰어들게 한 화두였다.
"제가 정치에 참여한 목표 중 하나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6.13 지방선거 결과를 길게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미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14일) "선거결과에 결코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겠다"라고 다짐한 대통령 입장문을 내놓은 터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아주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고, 또 국정도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라며 "아주 기쁜 일이고, 한편으로는 아주 어깨가 무거워지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압도적 승리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 이상으로 이번 선거 결과에 아주 깊은 감회를 갖고 있다"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서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 그리고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가르는 분열의 정치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일갈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지역주의 정치, 분열 정치 속에서 정치적 기득권을 지켜 나가는 정치도 이제는 더 이상 계속될 수 없게 됐다"라며 "제가 정치에 참여한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를 이룬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불러냈다. 문 대통령은 "그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정말 꿈꿔왔던 일이고, 3당 합당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눈물을 흘리면서 노력한 결과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지역주의 정치, 색깔론에 의지하는 분열의 정치를 꺾어놔야 우리 정치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라며 "이번에 아주 높은 투표 참여와 정말 성숙한 주권자 의식으로 새로운 정치를 마련해준 국민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개인기 때문? 온당치 못한 이야기"
또한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는 데 크게 역할한 곳으로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을 지목하면서 지난 1년간 일해온 이들의 역할을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은 전적으로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이 아주 잘해준 덕분이다"라며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분이다, 대통령의 개인기가 그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정말 온당치 못한 이야기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혼자서 잘할 수가 없는 것이다"라며 "대통령이 뭔가 잘했다면, 또 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면 그것은 (대통령과) 함께한 청와대 비서실이 아주 잘했다는 것이고, 함께한 문재인 정부 내각이 잘했다는 뜻이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문 대통령은 "물론 부분적으로는 청비서실 내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내각에서도 부처별로 부족한 부분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라며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하나의 팀으로서 청와대 비서실, 또 하나의 팀으로 문재인 정부의 내각이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한다"라고 거듭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 간에도 하나의 팀으로서 아주 잘 해주었다"라며 "그래서 오늘 임종석 실장, 장하성 실장, 정의용 실장을 비롯한 우리 비서실 직원 모두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을 이끌어온 이낙연 국무총리도 한껏 띄웠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를 비롯한 내각에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드린다"라며 "제가 국회에서 총리추천제를 주장할 때 제가 '그렇게 된다면 이낙연 총리 같은 좋은 분을 과연 총리로 모실 수 있을 것인가'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말은) '총리추천제를 통해서 협치를 잘하자고 하는 뜻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우리 정치문화가 성숙하다면 아마도 협치를 잘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제도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우리 국회 상황에서는 이낙연 총리 같은 좋은 분을 모시기가 힘들 것이다'는 뜻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치하는 여기까지였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도 지난번 선거결과에 정말 자부심을 갖고 아주 기뻐해도 된다"라며 "그러나 그것(기뻐하는 것)은 오늘 이 순간까지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에 우리가 받았던 높은 지지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두려운 것이다"라며 "우리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지가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가 높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더 잘 하라는 주마간편(走馬加鞭) 같은 채찍질이다"라며 "그 지지에 답하지 못하면,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고,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의 골도 깊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사를 보더라도 앞 선거에서의 승리가 그 다음 선거에선 냉엄한 심판으로 돌아왔던 경험들을 많이 갖고 있다"라며 "그래서 오늘 정말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지방선거 결과에 한편으로 기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무겁고 두려운 마음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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