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꼽은 '한국당의 7가지 죄'

"지방선거 패배는 자업자득의 결과, 한국당 스스로 청산해야" 일침

등록 2018.06.19 16:26수정 2018.06.19 16:26
10
원고료로 응원
a

마이크를 잡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 남덕우기념사업회가 주최한 '대한민국의 보수: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살릴 것인가?' 공개 세미나에 첫 발제자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참여했다. 19일 오후 2시 서강대학교 남덕우경제관 101호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경제학계 보수학파로 분류되는 '서강학파' 교수들과 보수계 원로 인사들이 모였다. ⓒ 곽우신


"이런 정당이 패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현 부산대학교 석좌교수)이 자유한국당을 향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그는 "자유한국당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적폐청산이 아니라 스스로 청산해야 한다"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자유한국당 들어갈 사람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19일 오후 2시, 서강대학교 남덕우경제관 101호에서 열린 남덕우기념사업회 제1회 공개 세미나 '대한민국의 보수: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살릴 것인가?'의 발제자로 나섰다. 첫 발제자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대해 "보수정당의 자승자박"이라며 "인과응보이자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없어 보이는 보수', '막말 보수', '무능한 보수'로 전락한 야당에는 미래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선거 전부터 민의는 콜드게임을 선언했다"

김 전 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일부 정책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지만, 발제 시간 대부분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을 꼬집는 데 할애했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 "14:2, 11:1. 야구 스코어가 아니라 선거결과표"라면서 "아마추어 경기라면 콜드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전부터 민의는 콜드게임을 선언했다. 이변은 없었고, 민심은 분명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보수야당은 생존과 몰락의 기로에 서 있다"라면서 "전국정당은커녕 전통적인 텃밭마저 뿌리째 흔들리며 지역정당으로 전락했다"라고 평했다. 그는 보수야당의 죄로 ▲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한 죄 ▲ 권력의 사유화에 침묵한 죄 ▲ 계파이익 챙기느라 국민 전체 이익을 돌보지 않은 죄 ▲ 야당이 된 후에는 집권여당에 제대로 싸우지도 대응하지도, 대안 제시도 못한 죄 ▲ 교만과 오만, 막말과 품격 없는 행동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한 죄 ▲ 반성하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죄 ▲ 희망과 비전 제시를 못한 죄 등을 꼽았다.

특히 지난 과거 동안 보수가 전통적으로 우위를 점했던 국가 안보, 치안과 안전, 성장 등의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정부, 보수정권에서 군대 안 간 사람이 너무 많았다"라면서 "그토록 강조한 안보를 위해 한국 보수정권은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유럽에서 치안과 안전은 보수정부가 진보정부보다 훨씬 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정부는 어땠나"라며 "세월호 사태가 일어나면서 정권이 흔들렸다. 위기관리시스템이 엉망이었다. 더 강화해야 할 해경을 해체하는 건 무능의 표본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30년 동안 성장하면서 왜 그 뒤안길을 돌보지 못했나"라면서 "왜 빈곤층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지 못했나. 제대로 된 보수라면 사회 그늘진 곳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과 분배는 얼마든지 양립가능하다. 이를 이론적, 실천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보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면서 "민주주의의 기반은 중산층인데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동안 보수는 뭘 했는가"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국민이 믿을 때까지 모범 보여야"

a

보수 혁신을 주문한 김 전 의장 김형오 전 의장은 2004년 천막당사 시절의 한나라당을 언급하며 "어떻게 몸을 던질 것인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보수야당에게 "한 알의 밀알처럼 땅에 떨어져 썩어 죽을 각오로 자신을 던지라"고 제언했다. ⓒ 곽우신


김형오 전 의장은 "우리나라는 선거를 하면 국회의원의 50%가 바뀐다. 이렇게 많이 바뀌는 나라가 없다"라면서 "미국의 경우에는 의원의 재당선율이 80~90%에 육박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국회가 개혁되지 않는 이유는 "물갈이를 하지 않고 물고기 갈이만 했기 때문"이라면서 "썩은 물에 새 물고기를 집어넣은들 물고기가 온전히 살아가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개헌, 국회 개혁, 정당 문화 및 정치인의 자세 개혁 등을 '판갈이'를 위한 요소로 꼽았다. 특히 보수야당을 향해서 "보수주의로 진보하라"라면서 "국민이 믿을 때까지 먼저 모범을 보이라"고 제언하며 발제를 마쳤다.

김 전 의장은 14대부터 18대까지 부산 영도구에서 선출된 5선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이다. 18대 때 2년간 국회의장을 지냈으며,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상임고문 등을 지낸 바 있다. 현재는 정계 은퇴 후 탈당한 상태이며, 부산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김형오 #국회의장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