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도 시작 안 했는데 '공약 추진계획' 제출해라?

인천 중구, 당선 일주일도 안 됐는데 계획 제출 요구... 공무원들 '부글부글'

등록 2018.06.19 19:23수정 2018.06.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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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공무원들이 인수위원회에 업무 보고도 아직 시작 안 했는데, 각 부서별로 당선인(민주당 홍인성)의 공약 추진계획을 제출하라고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당선 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상태에서 공약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 한데다, 20일부터 시작되는 부서별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로 인해 업무가 바쁜데, 19일 저녁까지 각 부서의 팀별로 당선인의 공약 추진계획을 제출하라고 해 공무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 중구에 따르면 19일 오후 기획감사실에서 홍인성 당선인의 공약을 각 부서별로 한 줄로 정리한 뒤, 해당 팀에 나눠주고 각 팀마다 19일 저녁까지 공약 추진계획을 문서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업무 지시를 받은 각 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직원이 20일부터 시작하는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준비로 바쁜데, 갑자기 공약 추진계획을 제출하라는 '비상식적'인 업무지 시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중구 공무원 A씨는 "중구청장 공약 처음 받았다. 평소에 하던 업무도 아니고, 각 과별로 업무보고가 시작되기 때문에 업무보고서 만드느라 경황이 없다. 한 장으로 제출하라고 하지만, 한줄 공약을 보고 전후 설명도 없이 어떻게 만드냐. 이런 경우는 없다."고 혀를 찾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비슷한 입장이었다. B씨는 "단체장의 피엠(PM, 단체장의 주요 공약사항) 사업은 중간중간 보고하고 점검한다. 하지만 취임 하기도 전에 공약 추진계획을 보고했던 경우는 없다."며 "그것도 어떻게 달랑 공약 한 줄 가지고 추진계획 작성하라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같은 불만에 대해 홍인성 당선인 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 당선인은 그런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관례적으로 공약 추진계획을 인수위원회에 보고했으니 그렇게 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홍 당선인은 "인수위가 마치 점령군처럼 굴면 안 된다고 했다. 민선7기가 해야 할 일을 파악해 보라고는 했지만, 제 공약의 추진계획을 보고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한 뒤 "부구청장과 기획감사실장이 의례 인수위원회에 '공약 추진계획'을 보고했다고 하면서, 보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에 당선인의 공약 추진계획을 보고한 사례는 없다. 게다가 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도 시작 안 한 상태에서 공약 추진계획 보고는 상식을 빗나가는 행정이다.

홍 당선인 말대로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으니, 중구청 내부에서 당선인에 대한 과잉 충성이 빚어낸 촌극인 셈이다. 홍 당선인은 "지시한 적 없는 만큼, 알아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 중구 #중구 #홍인성 #민주당 #업무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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