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의 질문 "정의당은 승자인가? 패자인가?"

[6.13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 "절반의 성공" 자평... "유권자가 표 준건 미래에 대한 투자"

등록 2018.06.20 16:52수정 2018.06.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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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평가 토론회 참석한 이정미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갸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동시지방선거 결과와 평가, 향후 전망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지방선거 끝나고 비대위 얘기가 안 나오는 당이 두 당이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두 당의 처지가 같다고 얘기한다면 국민들은 화를 낼 것이다. 정의당은 과연 승자인지 패자인지 애매하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인사말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6.13 지방선거가 여당의 독식으로 마무리되면서 여러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제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와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는 끝났다"라고 말했다.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역시 14일 의원총회에서 "국민들께서 낡은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거부하고 수구냉전 세력에게는 매서운 회초리 드셨다"라고 평했다.

보수야당의 평가는 더욱 참혹하다. 스스로 '보수의 궤멸'이라 평가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노 원내대표의 말처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현 상황을 수습하려는 중이다.

이 와중에 원내 유일의 진보 정당인 정의당은 웃기도 울기도 어려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모두 241명의 후보를 냈다. 이중 광역비례대표 10명, 광역지역구 1명, 기초비례대표 9명, 기초지역구 17명 등 총 37명을 당선시켰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20명이 당선됐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전국 평균 정당득표율 8.97%(226만7690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 6.17%) 득표율보다 높아진 수치로, 창당 이래 최다 득표율이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광역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에선 1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김종민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TV토론 등에서 선전했지만, 득표 결과 신지예 녹색당 후보에게 밀리며 5위에 그쳤다. 기대를 모았던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후보도 낙선했다. 1인 선거구인 광역 지역구의 경우 전남 영암군의 이보라미 도의원이 유일한 당선자이고, 2인 이상 선거구에서 당선된 후보들 중에서 1위를 기록한 후보는 전무하다.

정의정책연구소가 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7회 동시지방선거 결과와 평가, 향후 전망 토론회'를 연 이유이다. 이 자리에 이정미 정의당 당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를 포함해 김종대 의원과 당직자들이 모였다.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이 발표를 맡고, 김형철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교수,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신장식 정의당 사무총장,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정의당 비례득표는 유권자의 미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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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주최로 열린 제7회 동시지방선거 결과와 평가, 향후 전망 토론회에서 서복경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이 발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철한 정의정책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서복경 연구원,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 남소연


서복경 연구원은 이번 선거 결과가 "집권당의 승리"라면서 "대통령 효과이지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 얻은 결과는 아니다"라고 봤다. 그는 이번 선거의 의미는 "수십 년 만에 자유한국당의 뿌리가 최초로 흔들렸다는 데 있다"며 "자유한국당을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던 유권자들이 다른 곳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영호남의 유권자가 다른 선택지를 가질 기회가 생겼다"라고 분석했다.


이 기회를 활용하기에 앞서 정의당이 처한 상황의 어려움도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정의당을 향해) 더 진보적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고, 더 수권야당이 되라는 분도 있을 것이다"라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탈한 지지층과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과의 갈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책임있는 수권정당의 능력을 갖추느냐 안 갖추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며 "유권자는 원내정당인 정의당을 원외 다른 진보정당들과 같은 급으로 보지 않는다.원내 노선 정할 때 책임과 무게를 많이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서 연구원은 "기초의회가 지역 정치의 실핏줄이고 핵심단위"라면서 기초의회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을 주문했다. 당선 가능성이 낮아도 최대한 많은 후보자를 내보내라고도 제안했다. "후보자가 늘어나야 지지자들도 늘어나고, 비토자도 생긴다"라며 "공직 후보자 그룹을 형성할 수 있는 활동가 그룹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유권자들이 정의당 비례대표에 표를 준 건, 정의당의 현재를 보고 준 게 아니라 일종의 미래투자이다"라면서 "그걸 내 재산으로 만들면 된다"라고도 첨언했다.

김형철 교수는 "정의당이 개혁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했으며, 그 결과가 이번 선거 결과에 반영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다루지 않거나 미흡한 개혁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고 정책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면서 "국민의 개혁 요구에 반응하는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혁세력과의 연대 및 연합정치에 대한 개방적 인식과 사회적 지지기반의 확대가 필요하다"라며 집권여당과의 관계설정을 강조했다.

박정은 사무처장 역시 "정의당이 이번 선거에서 별로 보이지 않았다. '갑질없는 세상', '오비이락' 등의 구호도 눈에 띄지 않았다"라면서 "무엇을 내걸었고, 유권자에게 무엇을 어필하려고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정한울 위원 또한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눈 감고 들으면, 지금 말하는 사람이 민주당 사람인지 정의당 사람인지 모를 때가 있다"라면서 "나쁘게 표현하면 민주당 2중대"라고 평했다. 이어 "수권정당이 되려면 독자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사회집단적 차원에서의 대표성도 중요하지만, 정치 세력으로서 독립적인 이미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득 논리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장벽으로 꼽히는 게 현재의 소선거구제이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 서 연구원은 "선거제도 개혁 전망의 키는 자유한국당이 갖고 있다"라면서 "올해까지 비례대표 확대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손 털어라"라고 제안했다. 그는 "원내에서 할 일과 원외에서 할 일이 있다"라면서도 "원내에서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서 하는 건 2, 필드에서 조직을 만들어 후보자를 만드는 게 8"이라고 강조했다.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라면서, 선거제도 개편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선거 대비에 더 치중하라는 맥락이었다.

서 연구원은 원내정당으로서 정의당의 역할을 수차례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젠더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 기존의 세력에 얹혀가는 프레임이면 안 된다"라면서 "정의당이 하려면 죄 다 앉혀놓고 말 시켜놓고 얘기를 듣고 그들 사이의 갈등을 코디네이션 해야 한다. 그게 원내 정당인 정의당이 가져야 할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정의당 선거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씀 드렸다"라면서 "창당 6년차 접어들면서 굉장히 어렵게 진보정당의 토대를 만들어나기기 위해서 애써왔는데, 결과적으로 조금 못 미치는 지지 얻었다"라고 평했다. 이어 "다음으로 나가기 위한 디딤돌은 단단히 놓았지만, 여전히 진보정당이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유력한 정당으로 나가는 장벽이 아주 높다는 것을 느끼는 선거였다"라면서 "정의당이 그 다음 도약으로 확실히 발돋움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지방선거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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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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