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군수' '부부군수' 오명 털어낸 13:0 압승

[광주전남 화제의 당선자 인터뷰 ①] 구충곤 전남 화순군수

등록 2018.06.21 20:42수정 2018.06.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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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6.1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하지만 들여다보면 그냥 치러지는 선거는 없다. <오마이뉴스>는 이정우 더좋은자치연구소 연구실장과 함께 광주전남지역 화제의 당선자를 만나보았다. 이 실장은 kbc광주방송 ‘시사터치 따따부따’에서 깊이 있는 시사비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정우가 만난 첫 번째 당선자는 구충곤 전남 화순군수다. [편집자말]
선거는 승패의 게임이다. 한 표 차든, 10만 표 차든 승리와 패배의 법적 구속력은 동일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정치적 전망을 가졌다 하더라도 패하면 물거품이다.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는, 그 무엇에도 앞자리를 내 줄 수 없는 절대적 목표가 된다.

구충곤 전라남도 화순군수가 민선6기 4년을 '무사히' 마치고 민선7기 재선에 성공했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정치이력이다. 하지만 화순군민에게, 그리고 구 군수에게는  매우 각별한 '사건'이다.

민선3기(2002년)부터 5기(2010년)까지 화순군수는 모두 6명이었다. 총 3번의 동시 지방선거가 있었고 같은 횟수로 재선거를 치렀다. 세 명의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하차 했고, 또 한 명의 군수는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돼 군수 자리를 비웠다.

기현상이 벌어진 화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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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충곤 당선자와 아내 이숙자 여사 민주당은 화순군에서 압승했다. ⓒ 구충곤 선거사무소


연이어 세 번 치른 재선거에서 남편이 군수직을 잃자 아내가 재선거에 나와 당선됐다. 형이 군수직을 잃자 동생이 재선거에 나와 당선됐다. 이른바 '부부군수', '형제군수'가 순차적으로 탄생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거듭된 재선거 와중에 지역사회는 사분오열됐다. 정치혐오가 하늘을 찔렀다. 임명직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군수 자리에 있더라도 각종 의혹 제기와 투서 등으로 군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지역 권력의 잦은 교체 탓에 공무의 안정성이 사라진데다 일부 공직자들의 줄서기로 군정에 대한 신뢰는 한없이 추락했다. 군민들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구충곤 후보(새정치민주연합)를 포함해 총 4명이 출마했다. 그 중 두 후보가 '부부군수'와 '형제군수'의 당사자, 곧 '전 군수'였다. 흑색선전과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구 후보는 33.43% 득표율로 당선됐다. 겨우 1/3의 지지에 선거과정은 혼탁했다. 재선거의 악몽이 다시 화순군을 뒤덮었다.


초선(2014년)의 구 군수에게 쏟아진 가장 많은 주문은 "성과는 내지 않아도 좋으니 감옥 가지 말고 임기를 마쳐달라"는 것이었다. 그 주문을 구 군수는 '지역사회통합'으로 받아 들였다. 자신과 경쟁했던 쪽의 사람이더라도 필요할 경우 두말없이 중용했다. 군정 수행 중에도 여전히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렸지만 사사롭게 대응하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덜 시끄럽게, 그리고 무사히 임기 4년이 마감되어 갔다. 그 사이 촛불혁명이 있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민선7기 선거 판세는 민주당 쪽으로 심하게 기운 운동장이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재선은 저절로 될 일이었다. 그러나 구 군수는 욕심을 부렸다.

"승리만 목적으로 한다면 조용히 있어도 됐죠. 그렇게 편한 길을 선택할 거면 굳이 정치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갈라진 민심을 모으고 군민들이 화합하는 것, 군정이 안정을 되찾는 것 또한 정치의 목적인데 화순군에서는 특히 그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천히 나와도 된다는 주변의 만류를 듣지 않았다. 공식 선거개시일보다 보름 앞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출마를 선언했다. 나홀로 출마선언이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도의원, 군의원 후보자들과 함께 공동출마선언을 했다.

"도의원, 군의원, 비례의원까지 13명 전원 승리를 목표로 내 걸었습니다. 저는 70% 이상 지지율 획득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이번에도 경쟁후보로 '전 군수'가 출마했다. 두 번째 맞붙는 '리턴매치'였다. 경쟁후보의 소속정당인 민주평화당의 저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모두가 무리한 목표라고 여겼다. 구 군수 스스로도 "정말 그렇게 될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주저 없이 밀어 붙였다. 꼭 필요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군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저와 공직자들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도의원들도 도에 가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군의원도 자부심을 가지고 군민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이 시기가 군민화합을 위한 큰 걸음을 내 딛는 절호의 기회라고 봤습니다."

선거 슬로건은 '화순 사는 자부심'으로 정했다. 그동안의 정치적 혼란 때문에 자부심을 갖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위험한 말이었다. 한편으로는, 자부심을 회복하자, 자부심을 갖을 수 있는 화순을 만들자는 호소이기도 해서 꼭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선거가 시작됐다. 어김없이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했다.어떠한 경우에도 네거티브도 고소·고발은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그리고 지켰다. 경쟁후보의 어처구니없는 비방에도 대응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지지호소보다 군의원, 도의원 후보를 돕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마땅히 답해야 할 질문에는 솔직히 밝혔다. "4년 동안 한 게 없다"는 '정치공세'에는 "화순군 최초로 어느 군보다 많은 5500억원 예산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 예산을 이렇게 썼다"며 상세히 설명과 함께 자료를 내밀었다. 민선5기 구 군수의 핵심 공약이었던 '화순농특산물유통회사 출자금 전액 보상' 미해결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이해를 구했다.

"경쟁후보는 저를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선거운동을 했던 것 같아요. 잘못된 거라고 봅니다. 화순군민의 민도를 낮춰 보는 태도입니다. 민도는 높은데 그동안 정치가 그 민도를 못따라 갔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비방이나 정치공세에 게의치 않고 군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운동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만 하는 것 말고, 향우들이나 군민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비전, 정책을 내 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천원버스 추진, 월 10만원 농민수당 도입, 433개 경로당에 급식도우미 배치, 이미 성공한 농촌 100원 택시 혜택을 임산부까지 확대 등 군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생활공약을 내 놓았다. 승리를 위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 놓는 것은 배격했다. 100%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기 위해 예산을 정밀하게 검토했다.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군민들에게 근거를 제시하고 약속했다.

화순-장흥-나주를 연결하는 생물의약산업 벨트 구축, 백신연구소 유치, 암 관련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유치 등 화순의 미래를 열어줄 대형 사업도 제시했다. 100% 가능성을 가진 것은 아니더라도 군민의 힘을 모아 함께 추진해야 하는 사업들이다.

화순군민들을 가장 무서워하는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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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 민주당 원팀 마지막 유세 마지막 유세 ⓒ 구충곤 선거사무소


"정치인은 유권자를 무서워해야 합니다. 저에게는 화순군민이 가장 무서운 분들입니다. 섬겨야할 분들이고, 또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상황을 다 알고 정확히 판단하십니다. 비방과 흑색선전이 한바탕 휩쓸고 가면 놀랍게도 저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거결과는 완승이었다. 도의원 2석과 군의원 10석(비례의원 포함)을 얻었다. 구 군수의 득표율은 70.31%였다. 민자당과의 경쟁구도에서 치른 제1회 선거를 제외하면 70%대 득표는 구 군수가 유일하다. 초선 33.43%의 두 배를 훌쩍 뛰어 넘는 수치도 주목된다.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향우분들이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합니다. 제가 고맙다고 해야 하는 데 거꾸로 됐죠. 그만큼 그 동안의 분열과 갈등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는 이야기입니다. 70%대 득표와 민주당 전승을 목표 삼았지만 제 스스로도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기쁘지만, 또 당황스럽기도 하고 정말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제 누구 탓도 못하고 무조건 저와 민주당 당선자들이 100% 화순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 마음으로 군민들 잘 모시면서 일해 가겠습니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무사히' 초선 임기를 채웠고, '크게' 승리해 재선 군수직을 시작했다. 당초에 그가 자신의 승리만을 목표로 삼았다면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을까 질문해 본다.

구 군수는 '군민화합' 곧 '군민 모두의 승리'를 목표로 세웠다. 선거가 승리를 목표로 한 게임이라는 건 분명하다. 다만, 그것이 개인의 승리에 머무느냐, 공동체의 승리로까지 이어지느냐는 그 개인이 설정한 '공적 욕망'의 크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구 군수의 공적 욕망이 화순 사는 자부심을 높였을뿐 아니라 자신의 승리까지도 유래 없이 값지게 만들었다.
#화순군수 #구충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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