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구원투수' 이쿼녹스, 4000만 원 넘는 값어치 할까

[오마이뷰] 기본기는 탄탄하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아

등록 2018.06.24 17:03수정 2018.06.25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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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쿼녹스 전측면. ⓒ 최은주


한국지엠은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무너진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량 회복을 위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종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카드가 중형 SUV인 이쿼녹스다. 한국에서 생산 중인 캡티바와 올란도는 곧 단종되기 때문에 분위기 반전을 할 만한 차종이 없어 미국 본사의 모델을 들여오기로 했다.

회사는 미국을 비롯한 110개 전 세계 시장에서 상품성이 증명된 만큼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 모습이다. 과연 회사의 자신감만큼 이쿼녹스가 좋은 차인지 주행성능과 상품성을 직접 느껴봤다. 시승은 서울 강서구의 메이필드 호텔과 경기도 파주의 반환점까지 약 46km를 오가는 코스였다.

차량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전면부를 보면, 금색의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으로 쉐보레의 제품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를 감싼 크롬 장식은 린 머스큘러리티(Lean Muscularity)로 불리는 쉐보레의 디자인 기조를 대표하는 특징이다. 선이 크고, 굵직해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어느 한 요소가 두드러지게 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면을 강조해 강인한 인상을 연출했다.

이쿼녹스는 경쟁차종에 비해 차체가 작은 편이다. 준중형 보다는 크지만, 중형 보다는 작다. 길이4650mm, 높이 1690mm, 폭 1845mm다.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는 각각 4770mm, 1680mm, 1890mm다. 그래서 회사는 머리를 썼다. 디(D)필러를 검은색 유리로 마무리해 시각적으로 차체가 실제보다 길어 보이도록 했다. 시승하는 동안 옆차선을 달리는 이쿼녹스와 다른 차량들을 보면서 차가 작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후면부가 실망스럽다. 밋밋한 뒤태에 유일한 장식인 후면등도 매력적이지 않다. 차체에 비해 크기도 작고, 미적으로 눈을 끄는 디자인도 아니다. 최근 엘이디(LED) 조명을 사용해 기능과 미를 둘 다 잡고 있는 흐름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실내는 센터페시아가 낮아 전체적으로 개방감이 좋다. 전면 유리와 이어지는 천장이 낮은데도 시야 확보가 잘된다. 뒤로 기울어져 있는 인포테인먼트 7인치 화면도 걱정과 달리 주행 중 정보 전달에 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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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쿼녹스 후면부.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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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쿼녹스 실내. ⓒ 최은주


아쉬운 부분은 곳곳에서 원가절감을 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계기판의 화살표, 문 안쪽 등 저렴한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기어노브를 감싼 인조가죽은 80년대 아빠 차를 떠올리게 한다. 핸드폰 무선충전 기능은 갤럭시는 지원하나, 아이폰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쿼녹스의 실내외 디자인은 신차라고 느낄 만한 새로운 요소가 없다. 특히, 외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롭게 출시된 차량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을 찾기 힘든 정도다.

주행 성능은 역시 쉐보레다. 기본기가 잘 잡혀 있다. 회사에서도 인정했듯이 차체에 비해 엔진의 출력이 모자란 편이긴 하다. 이쿼녹스의 최대출력을 137마력이다. 언덕을 오르거나, 대기 후 저속 출발할 때 충분히 발휘할 만한 힘이 없다. 그럼에도 매끄러운 가속력은 이쿼녹스의 엔진이 터보라는 것을 잊게 만들 정도다. 터보 엔진 특유의 터보렉(엑셀 페달과 실제 가속에서 느껴지는 시간차)은 느껴지지 않았다. 감속은 페달을 밟은 순간의 초반부보다는 압력을 가한 후반부에서 더 확실하다.


첨단 안전주행 보조시스템은 시장의 평균에서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사측에서는 '보수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보수적인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차선 유지보조보다는 이탈을 방지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도료나 노면 상태에 따라 작동의 정도가 달랐다. 운전대를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방어를 한 경우도 있는 반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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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쿼녹스 측면 ⓒ 최은주


경고음이 아닌 좌석의 진동으로 알려주는 햅틱 시트는 전방 추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작동되지 않았다. 여러 차례 감속 페달을 밟지 않고 앞차와의 거리를 최소한으로 좁혀봤지만, 진동을 울리지 않았다. 차량개발본부 조환철 차장에 따르면 햅틱 시트는 주차 시 장애물이 있거나, 정속 주행 중에 차선을 벗어날 경우에 진동으로 위험을 방지한다. 실제로 차량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해당 방향에만 진동을 전달했다.

짧은 거리의 시승이었지만 이쿼녹스는 기본기가 탄탄한 차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주행 중 좋은 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자꾸만 4000만 원이 넘는 가격이 뇌리를 스쳤다. 이날 상품 설명을 위해 행사에 참석한 프로덕트 마케팅팀 정우규 차장에 따르면 국내 판매용 이쿼녹스에는 한국 특화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하이패스 룸미러, 터널 디텍션, 전자동 좌석벨트 등이 있다. 하지만 경쟁차종과 비교해보면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승을 모두 마친 뒤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도 역시나 높은 가격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에 데일 설리반 세일즈마케팅 부사장은 이번에도 "가격보다는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쿼녹스의 국내 판매 타깃층은 이제 막 가정을 꾸렸거나, 어린 자녀들이 있는 30~40대의 젊은 부부다. 지출이 많은 만큼,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층이다. 회사가 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쉐보레 #이쿼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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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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