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개혁특위 '보유세 개편안'
문 대통령 꿈에 한참 못 미친다

공평과세와는 거리가 먼 '개편방안'... 토지보유세 강화 없이 토지공개념 실현은 불가능

등록 2018.06.24 19:14수정 2018.06.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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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민간인 '전문가' 30여 명을 모아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에다 국가의 기본틀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사를 맡겼으니 말이다. 무슨 말이냐고? 6월 22일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이야기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재정개혁특위 위원들 중에 토지와 부동산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이해하는 개혁적인 인물은 소수였다. 그래서 나는 이번 '개편방안'이 어떤 내용으로 나올지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재정개혁특위가 내놓은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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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혁 방안'토론회에서 최병호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발표된 '개편방안'은, 큰 사회적 이슈가 됐으니 보유세 강화를 하기는 해야겠고, 그 정책을 싫어하는 청와대나 정부 내 사람들의 심기(心氣)는 살펴야겠고, 여기저기 눈치를 보다 궁리 끝에 내놓은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니 발표되자마자 '찔끔 강화', '핀셋 증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왜 청와대나 정부는 스스로 개편 방안을 만들지 않았을까? 나는 문재인 정부 내에서 실무 책임을 맡아야 할 인사들이 오래 전부터 '종부세 트라우마'에 시달려 온 탓이 크다고 본다. 민간 위원을 선임해서 개편 방안을 만들게 하면 정책 추진을 주도한 사람이 받을 비난을 모면할 수 있고, 특위 구성을 적당히 하면 그다지 부담스러운 방안을 만들지도 않을 터이니, 일석이조라 판단했을지 모른다. 회피하고 싶었던 마음은 이해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은근슬쩍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국정을 맡은 사람들이 취할 자세는 아니다.

이번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 발표의 분위기는 얼마 전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토지공개념을 명시해 넣었을 때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게다가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토지공개념의 핵심 정책이니, 이 괴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결심한 문재인 대통령이, 재정개혁특위의 제안 내용이 사실상 '찔끔 증세'임을 확인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부동산 보유세를 OECD 평균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려면 부동산 보유세 세수를 약 3.2조원 늘려야 하는데, 이번에 재정개혁특위가 발표한 방안의 세수 증대 효과는 거기에 훨씬 못 미친다. 가장 강력한 제3안으로도 세수는 약 1.3조원밖에 늘지 않으니 말이다. 재정개혁특위가 별 이유 없이 대통령의 소신과 공약을 무시하는 방안을 마련한 셈인데, 이를 그대로 수용해도 될까?

공평과세와는 거리가 먼 '개편방안'

이번 '개편방안'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첫째,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목적과 정책 내용 간의 괴리가 크다. 재정개혁특위는 '개편방안'의 모두(冒頭)에서 부동산 보유과세를 강화하여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과세 형평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제적 불평등 해소 차원에서 자산 관련 조세부담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편방안'을 시행할 경우 추정되는 세수 증가액은 최소 1949억 원, 최대 1조2952억 원에 불과해서, 공평과세나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보유세액/부동산가액)은 0.16퍼센트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자료 확인이 가능한 OECD 13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0.33퍼센트이며, 미국의 경우(2014년) 무려 1.04퍼센트이다. 특위의 '개편방안'에 나오는 몇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강력한 것을 시행하더라도 실효세율은 0.18퍼센트로밖에 올라가지 않는다. 표방하는 목적과 정책 내용에 큰 괴리가 보일 경우 정책 내용으로 목적을 짐작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둘째, 부동산 보유과세에서 공평성을 실현하려면 부동산 공시가격의 불공평을 시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이번 개편 방안에서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부동산유형별·지역별·가격대별로 천차만별이어서 조세 부담에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가 시가 15억 원짜리 아파트를 세종시에 보유하는 경우와 15억 원짜리 단독주택을 울산시에 보유하는 경우의 세 부담을 계산해 본 적이 있다. 전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서 246만원을 부담하는 반면, 후자는 종합부동산세는 내지 않고 재산세만 116만 6400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진정으로 '공평' 과세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이런 문제부터 시정해야 한다.

셋째, 공평과세란 차등과세를 피하고 시가에 상응하여 과세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종합부동산세는 주택분, 나대지분, 상가·건물 부속토지분으로 나뉘어 부과되고 있어서, 똑같은 가액의 부동산이라도 어떤 형태로 보유하느냐에 따라 조세 부담이 달라진다.

이번 재정개혁특위의 '개편방안'에는 주택, 나대지, 상가·건물 부속토지 간 차등과세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고, 유독 상가·건물 부속토지를 우대하려는 경향이 드러난다. '개편방안'에서 나대지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합산 토지의 세율은 0.2 ~ 1.0퍼센트 포인트 인상하는 데 비해, 별도합산하는 상가·건물 부속토지의 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0.1 내지 0.2퍼센트 포인트밖에 인상하지 않는 것이 결정적인 증거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서도 별도합산 토지는 제외된다. 상가·건물의 부속토지 중에는 대기업과 금융기관, 그리고 '갓물주'라 불리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보유하는 토지가 많다는 사실에 유의하라.

조세저항을 극복할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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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공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방안이 도입되면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최대 37.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넷째, 이번 '개편방안'은 조세저항을 염려하여 가능한 한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는 '핀셋 증세' 방안을 제시했겠지만, 이를 효과적인 조세저항 완화 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소수의 극렬한 조세저항이 정권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10여 년 전에 종합부동산세를 통해 이미 경험했다. 흔히 생각하듯이 과세 대상을 좁히는 것만으로는 조세저항을 막을 수 없다.

나는 거꾸로 과세 대상을 활짝 넓혀서 모든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국토보유세 세수 순증분은 다른 데 쓰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1/n씩 기본소득(토지배당)으로 분배하자.

만일 국토보유세를 15.5조원 걷어서 몽땅 기본소득으로 분배할 경우, 모든 국민은 1인당 연간 약 30만원을 받게 된다. 내가 한신대 강남훈 교수와 함께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경우 순수혜 가구는 전체 가구의 94퍼센트에 달하게 된다.

순전히 경제논리로만 따질 경우, 종합부동산세는 과세 대상자 전원이 손해를 보므로 자연히 반대하게 되어 있는 세금인 반면, 국토보유세는 과세 대상자의 94퍼센트가 찬성하고 나머지 6퍼센트가 반대하게 되어 있는 세금이다.

조세저항에 대처한다는 면에서 종합부동산세 강화보다 월등한 방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토지배당은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여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다.

토지공개념은 보유세 강화로 실현하자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됐을 때, 나는 <오마이뉴스> 칼럼 "노무현 능가하는 전략가 문재인 '부동산 공화국' 해체 승부수 던졌다"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 같은 백면서생과는 생각의 차원이 다른 모양이다. 몇 가지 정책 따위가 아니라 근본 철학의 깃발을 들고 가려 하니 말이다. 대통령이 먼저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향한 걸음을 뗐다. 이제 국민이 호응할 차례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꿈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으리라. 그러나 꿈이란 구체적인 실현 수단이 없다면 헛될 수밖에 없다. 토지보유세 강화 없이 토지공개념을 실현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번에 재정개혁특위가 발표한 '개편방안'은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할 것까지 생각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꿈을 이루기에는 한참 못 미치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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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헨리 조지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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