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민간인 집단학살 추정지, 68년 만에 확인

희생자 고무신, M1소총 탄피 등 발굴... 조사팀, 25일까지 계속 시굴

등록 2018.06.23 20:30수정 2018.06.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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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세종시 연기면 일원에서 1950년 7월 집단희생된 보도연맹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고무신이 발굴됐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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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세종시 연기면 일원에서 1950년 7월 집단학살추정지에서 당시 군경이 사용한 소것으로 보이는 소총 탄피가 여러 개 발굴됐다. ⓒ 심규상


1950년 한국전쟁 시기 세종시 연기면 일원에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추정지가 68년 만에 확인됐다.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와 유해매장지 시굴조사팀은 23일 세종시 연기면 산울리(257-2번지,구 연기군 남면 고정리) 일원 야산 기슭에서 집단희생지로 보이는 곳을 찾았다고 23일 밝혔다.

발굴 현장에서는 당시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고무신이 발굴됐다. 또 고무신 주변에서는 살해 당시 군인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M1소총 탄피와 경찰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칼빈소총 탄피가 여러 개 발굴됐다.

발견된 곳은 야산 능선 아래쪽 부근이다. 세종시 보도연맹희생자들의 정확한 희생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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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가운데) 등 시굴조사팀이 현장 시굴조사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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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7일, 집단학살 현장에서 제4회 보도연맹희생자 위령제가 열릴 예정이다. ⓒ 심규상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1950년 7월 7일 경부터 3일 동안 당시 예비검속돼 조치원 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보도연맹원 중 남성 약 100여 명이 끌려와 총살됐다. 여성들은 이 곳에서 1km 떨어진 은고개 인근에서 희생됐다.

임아무개씨(80)는 "전쟁 당시 맞은 편 야산에서 총살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며 "군인과 경찰이 트럭에 실려 온 사람들을 야산 능선에 일렬로 세워 놓고 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어 "총에 맞아 고통스러워 하는 신음 소리가 며칠 동안 났다"며 "이후 대부분 시신을 수습해 갔다"고 말했다.

때문인지 희생자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박 명예교수는 "유가족들이 뒤늦게 시신을 수습해 갔다고 증언하고 있어 유해가 매장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무연고 희생자의 유해가 일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해매장 추정지 시굴조사팀은 LH의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현장 시굴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굴조사는 오는 25일까지 인근 능선을 주변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세종에서는 현장 주변에 주로 여성들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은고개 학살추정지를 비롯해 세종북부지역(전의면 또는 전동면 지역)과 부강면(세종 동부지역)에 각각 미확인 학살 추정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세종민예총과 경원사, 세종시민단체연대회의, 세종민주평화연대, 세종 국제고 사회탐구 동아리 등은 내달 7일 오전 10시, 집단희생 추정지에서 제 4회 보도연맹희생자 위령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종시 #보도연맹 #집단희생 추정지 #고무신 #집단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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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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