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노무현' 주장한 김철근, '장하성 논평'부터 사과하시라

[게릴라칼럼] 지방선거 전 제기한 의혹, 선거 후 철회... '아니면 말고'식의 전형

등록 2018.06.25 17:28수정 2018.06.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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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실이라면 조국 민정수석, 장(하성) 실장으로 대표되는 청와대 참여연대 출신들이 청와대를 장악한 것도 모자라 포스코마저 장악하기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6월 초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내놓은 논평 중 일부다. 당시 김철근 대변인은 제보를 전제로 "지난달 29일 아침 인천의 한 호텔에서 포스코 전 회장들이 모인 가운데 장하성 실장의 뜻이라며 특정 인사를 포스코 회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전임 회장들의 협조를 요청했다"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바른미래당의 이 의혹 제기에 청와대는 즉각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논평을 철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이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민생'이란 구호를 앞세워 청와대의 경제 정책을 헐뜯기 바빴던 때였다. 타격 지점이 너무나도 투명한 의혹 제기였다는 얘기다.

그리고 20여 일만에, 김철근 대변인은 실제로 논평을 철회했다. 24일 김 대변인은 "지난 4일 발표한 포스코 관련 논평을 취소한다"라며 "논평에서 거론된 장하성 실장과 참여연대에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전형적인 '아님 말고'식의 무책임한 '나 몰라' 정치의 전형이지 않은가. 유감 표명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과와 해명이 필요한 부분인데 말이다. 하지만 김철근 대변인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던 듯하다.

아무래도 논평 취소를 발표한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쓰느라 여유가 없었던 걸까. 이날 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의 정치는 거대 양당 기득권정치 극복을 위한 '헌신과 도전'의 정치>라는 글을 게재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3등으로 낙선한 안철수 전 대표를 위로하는 글을. 그런데, 그 글의 논지가 한마디로 '가관'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역주의 타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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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지방선거 캠프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거대 기득권 양당 정치의 극복을 위한 안철수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는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 부산시장에 도전했던 '바보 노무현'에 비견되는 커다란 정치적 결단이었다."


사과를 해도 부족할 판에 "안철수는 '바보 노무현'"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 더군다나 그는 이날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쏟아지는 '정계 은퇴'와 같은 비판 혹은 비난을 염두에 둔 듯 "안철수 정치는 오뚝이 정치"라고 맞받았다. 심지어 그러한 위기설이 "무지의 소산"이라는 논지도 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입문 이후 위기와 긴장감을 갖지 않고는 지속하기 힘든 '새정치', '제3의길'의 연속이었다. 거대 기득권 양당의 무차별한 공격을 이겨내고 정치적 성과를 국민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의 연속이다. '안철수 현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신드롬의 현실화 과정의 연속일 뿐이다.

2012년 무소속 대선 출마 후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지방선거 승리, 국민의당 창당으로 다당제 정착,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세력의 통합세력인 바른미래당 창당 등 대승적인 결단을 통해서 끊임없이 거대 기득권 정치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안철수 전 대표의 '헌신과 도전'의 정치행보로 일관성 있게 관통하고 있다."

좋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외칠 줄 아는 그 도전 정신. 당 대변인으로서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전 대표를 품어 안으려는 자세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안 전 대표의 정치 여정을 '헌신과 도전'으로 평가하는 것 역시 개인의 평가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설득 가능한 비유를 들어야 그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을까.

잘 알려진 대로, 안 전 대표는 단 한 번도 '험지 출마'를 한 경험이 없다. 수 년 전부터 같은 정당 안에서도 '부산 출마' 권유가 여러 번 나왔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그가 노원구를 선택한 것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역시 부산이 아닌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 역시 '바보 노무현'의 지역주의 타파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게다가 국민의당 창당 또한 바른미래당 창당으로 인해 표 확보를 위한 한시적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다시 요약해 볼까. 지난 대선에서 '3등'을 한 안 전 대표는 '대선후보'로서의 인지도를 가지고도 험지 출마를 고사한 채, 자신이 그리도 반복 또 반복하는 첫 번째 '아름다운 양보'의 주인공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붙었고, 다시 3등에 머물렀다. 과연 누가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결단이었다고 평가하나.

오히려 자신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놓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의 동어반복 아니었던가. 어디가 '바보 노무현'이고, 또 무엇이 '헌신과 도전'이란 말인가. 아니면, '노무현=안철수'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살리기'의 새 노선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안철수 전 대표다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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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쓸어 넘기는 안철수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있다. ⓒ 유성호


"과거에 노무현 대통령은 더 하지 않았나."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18일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안 전 대표의 재기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의 말에 위와 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한 번 패하고, 안 하고 이 자체를 가지고 결정되는 부분은 아니라고 보고, 본인이 얼만큼 노력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마 김철근 대변인이 정병국 의원의 비유를 이어받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좀 더 신중할 필요는 있지 않았을까. 최소한 한국 지역주의의 그 깊은 골을, 그 피해의 산물들을 좀 더 사려 깊게 고려한 뒤에 비유를 들 수도 있지 않은가. 그 비유가 본인의 깊은 속내에서 우러나온 신념과 철학이라면 말릴 도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사실 정병국 의원이 노무현의 비유를 들었을 때만 해도, 안철수 전 대표의 입지를 우호적으로 전망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후 전개되는 양상은 악화일로다. 3등이란 성적도 충격이었겠지만, 수치와 각종 하마평들은 더 최악이다. 지방선거에서 나온 안 전 대표의 득표율 분포는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 안철수를 지지했던 지지자들마저 떠나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안철수의 책사였던 이들도 '정치 은퇴'를 조언하고 나섰다. 만약 안 전 대표가 부산과 같은 '험지 출마'를 선택했다면, 분위기는 또 달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철수는 '바보 노무현'이 아니지 않은가.

이와 관련, 안 전 대표가 앞장선 '공천파동'의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도 여전히 '험지 출마'를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한 방송에서 이 위원장은 안 전 대표를 "먹고 살 걱정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정치를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렇게 조언했다.

"제가 안철수 후보의 지금 정치적 상황이라면, 부산에 가서 밑바닥부터 완전히 훑고 싶을 것 같다. 먹고 살 걱정 없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만한 과제고, 전 그랬을 때 안철수 대표는 살 수 있다고 본다."

25일 바른미래당의 새 원내대표로 김관영 의원이 선출됐다. 각종 논란성 발언으로 유명해진 이언주 의원을 제친 결과다. 칩거 중인 안 전 대표와 유승민 공동대표를 뒤로 한 채, 새출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당을 위해서도, 보수의 개혁을 위해서라도, 김철근 대변인은 제대로 된 사과부터가 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그 정도 얼토당토않은 비유로는 유권자들은, 국민들은 현혹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우치시고 말이다.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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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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