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해법, 빠른 난민인정 심사가 우선이다

[주장] 불필요한 인권침해, 국민 불안 불식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신속한 심사

등록 2018.06.27 10:44수정 2018.06.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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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8일 한국 생활과 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예멘 난민 문제가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관련단체들이 난민 지원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반대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글이 300건 넘게 올라와 있고, 이들은 오는 30일 서울도심에서 난민반대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민이나 난민 문제는 상호 이익이 상충되기 때문에 좌나 우나 정답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복잡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장기화될수록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사회 갈등은 커져가고, 불필요한 논란과 인권침해가 발생하게 된다. 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진 이들은 자기 확신을 갖고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이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반면, 관련 단체들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합의 없이 난민을 수용했을 경우 생기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난민 문제는 국경 통제와 관련돼 있고, 결국 주권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다분히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보수적인 문제를 진보적인 단체들이 의제를 끌고 나가는 형국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이런 문제를 길게 끌고 갈수록 사회갈등과 편견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최선의 해법은 빠른 시간 안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법 밖에 없다.

얼마 전 예멘 난민을 바라보는 제주도민들 심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착잡한지를 친구가 알려줬다. 중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는 난민들을 돕고 싶은 심정을 이렇게 말했었다.

"요새 예멘 난민 수천 명 들어왔는데 도울 방법이 없다고들 하더라."

친구는 난민 수천 명이라 했지만 오백 여 남짓한 인원이라는 면에서는 과장이 심했다. 분명한 것은 유래 없는 난민 신청자들로 인해 고향 제주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번 주부터 549명 난민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심사가 시작된다는 보도를 들으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증원되었다는 난민 심사관이 3명이요, 아랍어 통역 인력은 고작 2명이라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난민 심사 과정이 복잡하고 장기화될 여지가 있다는 면에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 없이는 이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다.

보수적 입장에서 난민 수용을 반대하려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은 난민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난민 신청자들은 국제법과 난민법에 따라 심사 시간 동안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법무부는 출도제한조치를 통해 신청자들 신원을 확보한 가운데 난민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아무리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법이 정한 권리마저 부정하면서 추방 운운하는 것은 억지요,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합리성과 법적 근거를 가지려면 난민인지 아닌지 빨리 가려 달라고 해야 한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난민 인정 심사를 위한 심사관과 통역 등의 인력 부족이다. 법무부와 제주도를 비롯한 관련단체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부터 논의해야 한다.

난민 심사는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사회 갈등을 키울 뿐만 아니라 사실 관계를 왜곡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난민신청자들이 심사 과정을 서로 공유하며 학습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신청자들 사연이 대동소이하여 정확한 심사를 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청 즉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대로 된 통역도 없는 상황에서 해법을 찾기 어렵지만, 방법이 없지 않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 중에 영어가 가능한 인원이 30%가 넘는다고 한다. 그들 중에 상당한 인원을 선발 교육시켜서 보조 인력으로 활용하면 된다. 그들에게 난민신청자 인적사항 파악을 위한 초기 면접을 실시하게 하고 법무부 심사관 등이 진위여부를 재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빠른 심사와 난민신청자 취업지원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물론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면접을 실시하기 전에 면접관이 지인, 친인척인지를 진술하게 하고, 그럴 경우 배제하도록 하는 등의 기술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이런 방법은 난민신청자를 공식적으로 면접에 활용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에 법무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 있는 제안일 수 있다. 그러나 난민법 제14조(통역)에는 전문 통역인으로 하여금 통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장관은 난민신청자가 한국어로 충분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면접 과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통역인으로 하여금 통역하게 하여야 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③항 "난민신청자가 사용하는 언어에 능통한 난민전문통역인이 없거나 긴박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방법으로 통역하게 할 수 있다. 1. 난민신청자가 사용하는 언어를 다른 외국 언어로 1차 통역하게 한 다음 그 외국 언어를 난민전문통역인으로 하여금 한국어로 2차 통역하게 하는 방법 2. 난민신청자가 사용하는 언어에 능통한 사람에게 통역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실시한 후 통역하게 하는 방법"

난민 전문 아랍어 통역이 부족하다고 핑계만 대고 있어선 안 된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다. 매개 언어인 영어를 구사하면서 목적어(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통역을 활용하는 방법은 난민법 취지에도 부합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난민신청자의 지인 등이 통역인으로 활동해 왔던 전례들이 충분히 많다는 점을 법무부가 쉽게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빨리 빨리'를 부르짖다 허술한 난민심사가 우려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민과 같은 국경 통제 문제는 주권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16년 통계에 의하면 지금까지 난민신청자 중 1.3%만이 난민 인정을 받았을 정도로 엄격하다. 그런 면에서 심사 과정을 빨리 진행한다고 해서 허술한 심사가 될 거라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예멘 난민 문제는 빠른 심사만이 불필요한 인권침해와 오해,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고, 관련단체들로부터도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더불어 제주도는 빠른 난민 심사 진행을 위해 예멘난민 대책을 위한 민관대책위를 구성하고 법무부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제주도가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중앙 정부와 대통령만 바라보며 관망하는 것은 책임있는 공직자가 취할 자세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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