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불어난 금강, 꼬마물떼새 알도 새끼도...

[현장] 스멀스멀 피어나던 녹조도 장맛비에 다 사라졌다

등록 2018.06.27 14:54수정 2018.06.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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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금강하굿둑 상류 1km 지점에 피어난 녹조. ⓒ 김종술


여름 장마기 강의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밤 충청 지역에 강한 빗줄기가 쏟아졌다. 장마전선을 동반한 강한 비구름이 몰려오면서 금강 상류에도 50mm 정도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세종보, 공주보 수문개방으로 물밖에 드러났던 모래톱도 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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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개방으로 상류에서 흘러든 모래톱이 드러난 세종보도 이번 장맛비에 물속에 잠겼다. ⓒ 김종술


27일 찾아간 세종보는 전날 내린 장맛비로 강물이 불어났다. 상류에 드러난 모래톱이 물에 잠기고 흙탕물과 부유물이 빠른 물살을 타고 흘러내렸다. 세종보 콘크리트 4m 고정보가 1m 정도만 보였다. 어림잡아 불어난 강물은 3m 정도로 추정됐다.

세종보 수문개방 이후 만들어지기 시작한 하류 학나래교 모래톱도 버드나무 머리만 남기고 불어난 강물에 잠겼다. 지난 21일 이곳을 찾았을 때 낮은 여울이 발달하면서 물고기 치어들로 넘쳐나던 곳이다. 용포천과 대교천에서는 누런 흙탕물이 밀려들고 있다.

꼬마물떼새 알도 새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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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찾았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공산성 앞에 만들어진 모래톱에 막 깨어난 꼬마물떼새와 3개의 알.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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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공산성 앞에 만들어진 모래톱도 이번 장맛비에 물속에 잠겼다. ⓒ 김종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 앞에 만들어진 모래톱도 물에 잠겼다. 지난 22일 투명카약을 타고 들어갔던 이곳은 꼬마물떼새 4마리가 태어나 있었다. 당시 죽은 강으로 알았는데 생명이 깨어나 있었다. 병아리보다 약해 보이는 아이는 총총걸음으로 뒤뚱거리며 달리는 것이 건강한 상태였다. 

특히 화산 분화구처럼 3~4평, 4~5평씩 만들어진 모래언덕 손톱만 한 자갈이 깔린 주변으로 회색빛에 점들이 박힌 메추리 알보다 작은 알들이 발견됐다. 납작한 곳에 3개의 알은 가늘고 뾰쪽한 면이 바닥으로 둥근 쪽이 하늘로 향해 있었다. 

현장에 동행했던 새 박사로 통하는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세 쌍의 물떼새들이 3곳에 10개의 알을 낳았다. 빈 둥지도 7~8개로 보이는 것으로 보아 1차 번식을 끝내고 나간 후 2차 번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은 모래톱에 많은 새가 모여서 번식을 하는 것 같다. 늦으면 8월까지 번식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으로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비좁은 모래톱에 집단으로 알을 낳고 키우던 새들이 장맛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번식을 끝낸 꼬마물떼새 꼬마들과 알들은 안타깝게도 하류로 떠내려간 것으로 보였다.

공주보도 강물은 불어나고 있었다. 보를 통과한 강물은 보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시멘트 물받이공과 사석보호공을 통과하면서 높이 쏟아 오르며 파도를 쳤다. 각종 생활 쓰레기부터 강변 잡초를 제거한 부유물까지 빠른 물살을 타고 빠져나갔다. 시설재배 농가들의 지하수 고갈 민원으로 하류 백제보의 수문이 닫힌 후 공주보 주변에 쌓인 펄층도 씻겨 내리고 있다. 

공주에서 부여군으로 향하는 강변도로인 백제큰길에는 차량에 치어 죽은 고라니의 사체 3마리가 보였다. 고라니 사체가 발견된 곳 강변은 최근 자치단체가 제초작업을 벌인 곳으로 인근 산으로 이동하다 로드킬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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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공주보와 아래 백제보에도 누런 흙탕물이 흘러내린다. ⓒ 김종술


장맛비에도 굳게 닫힌 백제보는 상류에서 흘러드는 부유물이 잔뜩 걸려있다. 좌안 수력발전소에 유입되는 부유물 차단을 위해 설치한 보호 펜스에는 죽은 물고기부터 농작물인 수박과 각종 쓰레기가 모여 있다. 백제보를 타고 넘친 누런 흙탕물이다. 상류 수몰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큰빗이끼벌레도 모두 떠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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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이 닫힌 백제보 상류 물속에 큰빗이끼벌레가 물속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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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화양면 와초리 연꽃단지 인근에 녹조가 피어나고 있다. ⓒ 김종술


자연의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렸다. 하류 부여대교와 황산대교, 웅포대교, 금강하굿둑까지 스멀스멀 피어나던 녹조도 이번 장맛비에 사라졌다.

한편, 정부는 30일부터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백제보의 수문도 개방한다. 수문개방은 지하수제약 수위인 현재 4.2m에서 2.5m까지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환경부는 수문개방에 따른 모니터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4대강 사업 #장맛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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