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의 역사 지닌 휴게소, 가을에 손님 붐비는 이유

[속리산에서 탄금대까지 달래강 인문학 기행 ②] 달래강 발원지

등록 2018.06.28 15:41수정 2018.06.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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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에 들어온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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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임제의 시 '산비이속속리산' 서각 ⓒ 이상기


비로산장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밤새도록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잠을 잔다. 이곳 비로산장은 김태환 이상금 부부가 1965년 들어와 개척한 산장이다. 방마다 서예작품이 걸려 있다. 김태환씨가 쓴 것이 많고, 철기 이범석, 거산 김영삼 같은 정치인이 쓴 것도 있다. 철기의 글씨는 유곡수성(幽谷水聲)이고, 거산의 글씨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그윽한 골짜기에 들리는 물소리', 비로산장을 표현했다.

이곳에서 인상적인 것은 서각이다. 문구가 '도불원인인원도 산비이속속리산(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이다.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 하고, 산은 세속을 떠나려하지 않는데 세속이 산을 떠나려 하네." 그리고 마지막에 최고운선생 시라고 새겼다. 이게 과연 최치원의 시일까? 자료를 찾아보니 백호 임제(白湖 林悌: 1549-1587)의 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14권 「문장부(文章部)」 '시예(詩藝)'에 보면 백호가 속리산에 들어와 중용을 800편이나 읽고 이 시구를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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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산장 ⓒ 이상기


비로산장은 지금 김태환 부부의 막내딸인 김은숙 화백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 적 추억을 잊지 못해 산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화백이다. 아버지가 트럭으로 8대나 되는 모래를 실어와 집을 지었지만, 이제는 낡아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시설 개보수를 해야 하는데, 허가를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로산장에서 출발해 천왕봉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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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폭 위에 자리 잡은 상환암 ⓒ 이상기


다음날 비로산장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중간에 상환암(上歡庵)과 학소대를 보고, 배석대를 지나 상고암(上庫庵)을 찾아갈 예정이다. 그것은 달천의 발원지로 언급되는 상환암 은폭과 상고암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상환암은 1977년 법운(法雲)대선사에 의해 중창되었다. 중창비에 보면 상환암은 숨겨진 폭포(隱瀑) 위에 자리 잡은 신령스런 땅이고 성역이다. 그리고 그 물이 청계천(淸溪川)이다.

"속된 세상(塵世俗巷)을 꺼리어 암굴(暗窟) 속 단애(斷崖)에다 마구 물을 흘려 쏟아 사자후(獅子吼) 산간을 뒤흔드는 은폭을 깔고 앉은 영지(靈地)에 상환암 청계천 물줄기를 뿜어 보내는 기암절경이 바로 속리이속(俗離離俗) 어느 쪽이라 해도 산자수명하고 세속을 초월한(超俗脫塵) 성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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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암 ⓒ 이상기


상고암은 천왕봉으로 오르는 산길에서 왼쪽으로 300m쯤 떨어진 곳에 있다. 상고암에는 거북바위가 있고, 석간수가 있고, 마애불상이 있다. 절 뒤 전망대에 올라가면 비로봉에서부터 신선대, 청법대, 문장대를 지나 관음봉에 이르는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곳 상고암 석간수가 달천의 발원지로 여겨져 왔다. 절에서 만난 성중(性重)스님도 모든 학자가 다 인정한 사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천왕봉에 오르려면 백두대간 능선에 이른 다음 남쪽으로 900m 정도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천왕봉 정상에는 해발 1058m라는 표지석이 서 있다. 이 천왕봉 아래로 지하수가 흘러 1020m 지점에서 샘으로 솟아난다는 게 '달래강의 숨결' 탐사팀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샘이 유로종점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발원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를 보면 천왕봉에서 은폭을 지나 세심정에서 합류하는 물길보다, 신선대에서 금강골을 따라 비로산장으로 내려와 세심정에서 합류하는 물길이 더 길고 멀어 보인다.   

천왕봉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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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산 속리산의 파노라마 ⓒ 이상기


천왕봉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은 속리산 최고의 절경이다. 그것은 바위가 기기묘묘한 형상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속리산은 골산(骨山)이다. 그런데 천왕봉은 두드러진 모양의 바위가 없다. 멀리서보면 완만한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산을 오르는데도 어디 한번 숨을 몰아쉴 필요가 없다. 그것은 그 바탕에 넉넉한 흙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이나 동양에서 물과 흙은 생명의 근원이고 어머니다. 그러므로 속리산의 어머니는 천왕봉이다. 나는 천왕봉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파노라마를 볼 때마다 어머니 천왕과 아버지 문장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에 있는 비로, 입석, 신선, 청법이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것은 이들 봉우리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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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가 기어오르는 모습(오른쪽)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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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형상의 바위 ⓒ 이상기


비로봉은 상고암에 이르러서야 물길을 드러낸다. 그것은 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샘을 찾았기 때문이다. 물이 바위 이래로 스며들 경우, 물은 계곡에서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비로봉과 입석대 사이에서는 특이한 형상의 바위를 여럿 볼 수 있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머리 없는 부처님, 거북이, 원숭이, 코뿔소 머리로 보인다.

입석대는 말 그대로 선바위다. 4면비처럼 생긴 직육면체의 바위가 바위들 위로 우뚝 서 있다. 입석대는 천왕봉과 문장대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입석대와 경업대는 입경업 장군이 무술을 연마한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신선대는 신선이 노닐던 장소라는 뜻이다. 신선대에 이르면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똑바로 가면 청법대를 거쳐 문장대에 이른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경업대가 나온다.

물길 찾아 경업대를 지나 금강골로 내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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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왼쪽 봉우리) ⓒ 이상기


신선대 정상 옆에는 속리산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는 신선대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 앞에는 해발 1026m 신선대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나는 휴게소 운영자에게 물어본다. 이곳에서 물은 어떻게 구하느냐고? 그랬더니 저 아래 계곡 쪽으로 관을 묻어 물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선대 아래 지하에 수원지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그곳을 발원지로 볼 수는 없다. 인위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물이 솟아야 발원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원지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리 같은 인문학자들의 딜레마다. 신선대에서 경업대로 내려오는 길은 암릉이다. 경업대에 이르러서야 바위에서 물기를 확인할 수 있다. 경업대 아래에서 샘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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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업대 아래 관음암 ⓒ 이상기


그 샘은 300m 떨어진 관음암에 있다. 이 샘 때문에 이곳에 관음암이라는 절이 세워질 수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 샘물을 불로장생의 약수 또는 장군수라 부른다. 그렇다면 관음암 샘물을 달천의 발원지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관음암은 또한 기가 모이는 곳이라 해서 최고의 기도처로 여겨지고 있다. 관음암은 1971년 선암(仙巖)대선사가 중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곳 관음암에서는 금강골 파노라마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금강골을 따라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물길을 만나는 것은 금강골 휴게소에 이르러서다. 그것은 길이 능선을 따라 나 있기 때문이다. 금강골 휴게소에서는 사람이 생활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는 국립공원 규정상 휴게소에서 숙박을 하는 게 금지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들 휴게소 운영자들은 출퇴근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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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소 ⓒ 이상기


금강골 다음에는 비로산장을 지난다. 지난 밤 하루 신세를 진 산장이다. 현재 속리산 내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비로산장 앞으로는 시원한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흐른다. 이제 속리산의 물은 겉으로 모습을 드러낸 채 세차고 당당하게 흘러간다. 다음 행선지는 세심정이고, 목욕소고, 상수도수원지다. 수원지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달천수는 법주사를 지나 사내리로 흘러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종점인 충주 탄금대에 이를 것이다.

속리산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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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천암 ⓒ 이상기


휴게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달천의 발원지 속리산에서 흐르는 물을 이용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들은 달천의 최상류에 산다. 휴게소는 복천암과 중사자암을 거쳐 문장대에 이르는 등산로에 많다. 문장대에서 0.8㎞ 아래 지점에 냉천골 휴게소가 있다. 냉전골 휴게소는 최상류인 해발 870m 지점에 위치한다. 냉천골이라는 이름은 이곳의 물이 차서 붙여졌다.

5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냉전골 휴게소는 현재 김남영씨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는 차를 복천암 위쪽 용바위 휴게소 아래에 세워놓고 걸어 올라와 영업을 한다. 대개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올라와 오후 4시경 내려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점심장사다. 이곳을 찾는 등산객은 가을에 가장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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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정 물길 ⓒ 이상기


중사자암은 냉천골휴게소 아래 있는데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절인테 퇴락해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앞에 보이는 삼봉(三峯)이 인상적이다. 소위 할딱고개로 알려진 보현재에도 휴게소가 있다. 문장대에서 2㎞ 법주사에서 4㎞ 떨어져 있다. 최석영씨 부부가  운영하다, 지금은 아들인 최고만씨가 엄마와 함께 운영한다. 여기서 700m를 내려가면 용바위골 휴게소가 있다. 이곳에서부터는 등산로가 물길을 따라 나 있다.

용바위골 휴게소를 지나면 복천암이 있고, 그 아래 세심정이 있다. 이 길은 차량이 통행할 수 있다. 세심정 휴게소에는 과거 물레방아도 있고, 절구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변에 사람이 살았다는 얘기가 된다. 상류 쪽으로 천제단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곳은 천왕봉과 문장대로부터 내려오는 물이 합류되는 지점으로, 양쪽에서 기가 모이는 지점이 될 수 있다. 기를 머금은 물은 이제 법주사로 내닿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중부매일신문>에 실리는 기사와 중복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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