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시장님, 취수원 이전이 아니라 사과가 먼저입니다

[주장] 대구 취수원 이전 주장은 결국 식수원 낙동강을 포기하겠다는 선전 포고

등록 2018.07.02 13:57수정 2018.07.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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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달 29일 대구 수돗물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시장직을 걸고서 대구 취수원 이전을 이루어내겠단다. 사과가 아닌 선전포고다. 대구 시민들의 대구 수돗물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극대화한 기획에 의한 대구 취수원 이전 마케팅. 이것이 권시장 '사과 쇼'의 핵심이다.

안전한 수돗물을 위해 그동안 대구시는 뭘 했나

연임에 성공한 권영진 대구시장는 그동안 대구 수돗물의 안전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던가. 대구시가 그동안 한 일은 대구 취수원을 구미시 해평면의 구미광역취수장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공염불에 가까운 정치적 주장과 물산업클러스터를 유치해야 한다는 일방적 요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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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돗물 대란 사태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이 공식 사과했다. 해명성 사과로 일관하면서 대구 취수원 이전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 조정훈


우리는 이 상반된 주장을 주목해야 한다. 대구 취수원 이전 주장은 결국 구미국가산단의 미량 유해화학물질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곧 대구 수돗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솔직한 고백인 셈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물산업클러스터를 하루빨리 완성해야 한단다. 물산업이란 대체 뭔가? 아주 좋게 봤을 때 그 핵심은 정수기술과 하수처리기술을 높여 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수처리나 정수처리 기술력을 높여 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정부에 하루빨리 물산업글러스터 예산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대구 취수원 이전을 주장한다. 

아무리 정수처리 기술이 좋아도 산단의 미량 유해화학물질은 처리할 수 없으니, 대구 취수원을 상류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물산업을 키워 물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면 왜 막대한 국민혈세를 들여 물산업클러스터를 해야 하는가? 이 모순적 주장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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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국가산단에 둘러싸인 낙동강. 이곳에서 나오는 폐수가 낙동강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우리는 이것에 주목해야 한다. 취수원 이전 또한 절대로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구시시민의 집단적 반대는 차지하고라도 취수원을 옮겨가면 구미취수장을 확대해야 할 것이고 거기엔 또 막대한 국민혈세가 들어간다. 또한 구미에서 대구까지 대규모 관로공사를 벌여야 한다. 수천억 원 대의 토건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취수장을 옮겨간 후 대구지역 낙동강은 상수도보호구역에서 해제돼 마음껏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대구는 광역상수도로 편입돼 대구시민들은 지금보다는 훨씬 비싼 물값을 부담해야 한다. 수돗물 걱정하는 대구시민들께 높은 물값만 '선물'로 안겨주려는 것인가?

좋다.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취수원을 옮긴다 치자. 그럼 그 위엔 산단이 없나. 김천에도 대규모 산단이 있고, 결정적으로 낙동강 상류엔 영풍제련소가 자리잡고 있다. 

식수원 낙동강을 포기하고, 낙동강 신개발 시대를 열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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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옮겨가겠다는 구미시 해평면 구미광역취수장이 있는 낙동강의 전경.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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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곳곳에는 대구 취수원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런 상황에서 대구 취수원 이전이라는 한심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오직 강을 새로운 토건시장 논리로 보는 이명박 식 사고의 연장선에 서 있을 뿐이다. 이것이 그동안 자유한국당(이전 새누리당) 단체장 치하의 경상도에서 벌어진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들 단체장들의 그간 행적에서도 이 모든 상황은 충분히 설명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명박의 4대강 사기공사를 찬양했다. 식수원 낙동강이 각종 중장비로 난도질당할 때도 잘하는 일이라 찬양했고, 4대강 사업으로 물고기가 떼죽음당하고, 맹독성 녹조가 창궐하면서 낙동강이 죽어갈 때도 이 사업에 대한 비판은커녕 새로운 개발사업에 열을 올렸다. 

대구 달성군 김문오 군수는 식수원 낙동강에서 맹독성 녹조가 퍼져가는데도 그 위에 기름으로 운항하는 바다 동력선을 띄워 뱃놀이사업을 벌였다. 강변에 무허가 주막촌을 차리고는 그 관광객들 놀이터용으로 멸종위기종의 서식처인 화원동산 하식애 앞으로 관광용 탐방로를 닦았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대구 식수원 바로 상류인 칠곡보 위 낙동강 둔치에 시멘트덩이인 거대한 콘크리트 수영장을 건설했으며, 차량이 무한정 드나들 수 있는 오토캠핑장을 차렸다. 이정백 전 상주시장 역시 1급수 식수를 제공해주던 도남취수장을 상류로 옮기고 상주보 일대를 대단위 관광지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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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의 낙동강에서 달성군의 뱃놀이 사업은 강행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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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오 달성군수는 식수원 낙동강에서 기름으로 운항하는 동력선을 띄워 뱃놀이사업을 벌이고, 무허가 주막촌을 차려 관광객을 유치했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처 앞으로 관광용 탐방로를 닦았다. ⓒ 이홍국


이것이 경상도 자유한국당 단체장들이 식수원 낙동강에서 그간 벌여온 일들의 일단이다. 그들에게는 낙동강이 국민들 식수원이란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어떻게 하면 낙동강이란 신천지를 개발할까 그 궁리뿐이었다.

자당 대통령이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을 망쳐놓았는데도 대구시장이란 분은 또다시 취수원 이전 타령이다. 

제대로 된 대구시장이라면 사과가 '먼저'

제대로 된 대구시장이라면 취수원 이전이라는 무책임한 정치적인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4대강 사업을 벌이고 적극 찬동한 일에 대한 철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식수 안전성을 더욱 해쳤으니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후 식수원 낙동강을 근본적으로 되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북도와 구미시에 무방류시스템의 즉각적 도입을 요구해 산단의 폐수가 낙동강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보를 허물어 강이 흐르게 하는 동시에 습지를 조성해 강의 자정시스템을 높이고, 낙동강 상류의 오염공장 영풍제련소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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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을 때 왼쪽 박스 안에서 성서공단의 오폐수가 관리되지만,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저 턱을 넘어 오폐수가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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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구에 적은 양의 비가 왔는데, 성서공단의 오폐수가 턱을 넘어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시는 구미시에 하수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요구조차 할 수 없다. 대구시의 하수관리는 구미시의 그것보다 더 엉망이기 때문이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성서공단 등의 오폐수가 낙동강으로 그대로 흘러든다. 현재 구미시는 우오수 관로 분리사업이 98%까지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대구시는 40%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과 요구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은 구미와 대구의 갈등을 부추기고, 대구와 부울경의 대립을 초래할 대구 취수원 이전이라는 무책임한 정치적 주장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더이상 대구시민들과 영남인들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250만 대구시민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대구시장은 식수원 낙동강을 살리려는 노력은 전혀 않고, 오직 대구 취수원 이전이라는 불가능한 정치적 주장만을 일삼고 있습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습니다. 현장 활동가의 시각으로 권영진 시장의 주장을 반박합니다.
#대구 수돗물 대란 #권영진 시장 #낙동강 #4대강사업 #김문오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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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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