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수술 후 3년, 지금 최대 고민은

가슴에 희망을 키우는 시간

등록 2018.07.02 11:22수정 2018.07.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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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정신도 흔들리는 것이 보통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삶의 목표와 방향은 흐려지고, 몸의 상태에 따라 감정의 기복도 심해지면서 어제까지도 중요했던 일이 오늘은 부질없는 짓으로 여겨지는 등 통제가 어려운 사고와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삶의 의욕을 잃으면서 우울증이라는 새로운 병에 빠지기도 하며 더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실 우울증은 강약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

나 역시 그랬다. 가족들의 위로에도 몸에 가해지는 통증과 갖가지 고통, 혹시 내 안에 또 다른 병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 그리고 과연 나는 얼마나 살 수 있을까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의 시간은 길고도 길었다.
  
꿈꾸었던 많은 것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인한 자존감의 상실, 억울함으로 인한 울분과 자책과 회한 등 내부적인 요인 때문에 차분하게 일상의 느낌이나 소회를 기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겨우 하루의 생활을 간단히 스케치하는 수준의 기록만 남겼다.

직장은 위와 소장 대장을 거치면서 소화되고 남은 음식물의 찌꺼기를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직장암으로 인한 수술은 변을 저장하는 기관의 상실을 의미한다. 직장을 완전 절제한 환자의 경우, 대장과 소장 사이를 절단하여 오른쪽 배를 뚫어 임시로 항문 기능을 하는 장루를 부착하는 과정을 거친다.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지난 후 장루를 제거하고 소장과 대장을 연결하여 다시 항문으로 배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복원수술을 한다. 복원 수술 후 직장이 남은 정도, 나이, 체질 등에 따라 약간 다르게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 환자들 상당수가 대변 문제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고 호소하고 있다(암의 발생 부위가 항문에 너무 가까워 항문을 살릴 수 없는 경우 영구 장루를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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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아 달리아는 여름 꽃이다. 요즘은 흔히 보기 어려운 꽃이다. ⓒ 홍광석


나 또한 직장을 전부 절제한 터라 배변의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수술 직후의 난감하고 민망했던 시간, 간단한 외출마저 버거웠던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그러려니 하고 산다면서도 화장실 출입은 늘 불편했기에 어떻게 하면 변의 횟수를 줄일 수 있는지? 하는 문제가 나에게는 최대의 화두였다.

2016년 가을부터 대변 보는 시간과 횟수, 변의 상태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속이 편안하며 화장실 출입이 줄어드는지 하는 인과관계를 살피고, 가능하다면 외부적 요인을 계량화하여 예측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고도 다르게 나타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그치지 않았다. 장의 폐색 현상으로 두 번 응급실을 갔고, 어떤 날은 변의 횟수가 10여 회가 넘어 항문이 허는 경우도 있었다. 또 어떤 날은 변비로 또 어떤 날은 무른 변으로 인해 실수하는 등 돌발 변수가 많았다.

그러나 관찰 기록이 쌓이면서 아주 서서히 변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변의 횟수만 해도 15회 이상에서 어느 사이에 10회 정도로 감소하였고 1일 7회 정도로 줄었는가 싶었는데 최근에는 1일 평균 6회 정도로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변의 형태, 색깔, 굳은 정도 등도 개선되었으며 나를 난감하고 민망하게 했던 변 지림 현상은 지난 2월 15일 이후 그친 상태다.

이제는 장의 폐색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갑자기 변의 횟수가 늘고, 그것도 10분 간격으로 항문을 압박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도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 현상을 예측할 수도 없어 장거리 여행은 자제하고 있다. 금년까지는 음식과 변의 관계, 변이 집중되는 시간, 스스로 통제 가능성의 여부를 좀 더 지켜보면서 장거리 외출은 2019년부터 시도할 작정이다.

상태가 많이 호전된 데는 일단 시간이 경과하면서 소장 대장 등 내부기관들이 몸에 적응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다음으로 꾸준한 음식 조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 양에 따라 변의 상태가 다르게 나타나며 횟수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나의 경험이지만 과식은 물론 시중에서 구입하는 과자류를 포함한 인스턴트 식품이 변의 상태를 악화시키며 변의 횟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여러 가지 시험 끝에 얻은 경험을 토대로 먹어서 좋지 않다는 맵고 짠 음식은 물론 생것과 날것도 금하고 있으며 이롭지 않다고 판단한 음식은 피하고 있다.

아침은 죽 점심은 잡곡밥 저녁은 다시 죽으로 식사의 형식을 고정하였는데 식재료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만 채소와 과일을 기본으로 생선을 많이 먹는 편이며 육식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음식 조절은 가족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그리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 다행히 내가 사는 마을에는 한 시간 코스의 등산로며 산책로가 몇 곳 있어 걷기에 매우 적합니다. 마사이족의 걸음법, 가슴을 펴고 손뼉 치며 걷기 등 나만의 몇 가지 원칙을 정하여 걷기를 실시하고 있는데 변의 조절은 물론 심리적 안정 효과도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

또한 텃밭농사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마늘 완두콩 양파와 오디는 우리가 당분간 먹을 만큼 저장했고 요즘은 고추, 오이, 호박, 가지, 상추, 비트 등 채소도 자급하고 있다. 얼마 후에는 토마토와 옥수수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더하여 정원에는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잔잔한 꽃들이 피고 지는데 나는 꽃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는다. 농사는 삶의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꽃은 평화의 안내자라는 점에서 많은 분들에게 텃밭 농사 혹은 정원 가꾸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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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도라지 꽃이 피었다. 도라지는 꽃도 좋지만 약용식물로 더 알려졌다. ⓒ 홍광석


어떤 사람들은 환자라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식사부터 조심하는 처지에서 보통 사람 스스로 환자임을 잊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몸 아픈 이야기는 자랑 거리가 아닐지라도 그래도 감추지 않으면서 환자임을 각성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에 중점을 두는 태도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만의 치유 방식도 공개하고 타인의 경험을 공유하면 치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생각을 해본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3년 고개'라는 전래동화가 실렸다. 고개에서 넘어져 구른 사내가 3년밖에 못산다는 말에 넋을 잃고 절망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선비가 고개에서 한 번 넘어지면 3년, 두 번 넘어지면 3+3, 또 넘어지면 3+3+3 자꾸자꾸 넘어져 구를수록 3년씩을 더 살 수 있다는 말에 사내는 시키는 대로 구르면서 절망을 극복했다는 그런 동화였다고 기억한다(1993년 일본 효고현 어느 소학교에 들렀을 때 일본어 교과서에도 그 동화가 소개된 것을 보면서 감동했던 적이 있다).

요즘 그 3년 고개를 생각한다. 수술 후 3년이 지난 현재,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텃밭 일하고 운동 하는 등 일상적인 활동은 거의 지장이 없다. 음식 조심하고 운동한다면 내년에는 스페인 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지금 내 마음의 3년 고개를 구르고 또 구르면서 희망을 키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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