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오른 아이 진료한 의사 "만일 제 아들이라면..."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작은 실천에 감동하다

등록 2018.07.02 11:36수정 2018.07.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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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님, 아이에게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1일 오후 일산 풍산동의 어느 소아과.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6개월 된 아이가 영 기운이 없었다. 밤새 뒤척이며 칭얼거리더니 낮이 되자 열이 확 올랐다. 아내와 아이를 안고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갔다.

"예... 지금 아이는 올림픽대로를 탔습니다. 경부 고속도로로 빠질지 아니면 그대로 갈지 아직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 소아과 의사가 갑자기 교통방송을 할 리는 없고 우리 아이에게 벌어진 일을 설명하는 듯했다. 우리 부부는 의사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식과 한국식이 있는데요. 미국식은 교과서적으로 처방을 합니다. 해열제를 먹여보고 하루 이틀 더 지켜보는 거죠. 한국식은 당장 센 약을 처방해서 불안감을 없애는 겁니다."

우리 부부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의사의 입술을 응시했다.


"아이는 지금 코와 귀가 모두 깨끗해 중이염 증상은 안 보입니다. 아이가 만일 제 아들이라면 저는 미국식을 택할 겁니다. 한국식으로 센 약을 처방하면 저도 편하고 부모님도 덜 불안하실 수 있습니다."

의사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나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단 한마디만 귀에서 메아리칠 뿐이었다. '아이가 만일 제 아들이라면...'

"행복하려거든 사랑하라. 우선 나를 사랑하라. 대한민국 헌법 10조가 보장하는 것처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나를 사랑하라. 그리고 그 힘을 기반으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그동안 801회의 강연을 통해 위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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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일상속에서 특별한 이웃 사랑을 맛보았다. ⓒ pixabay


밤새 보채는 아이와 씨름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이의 열이 갑자기 확 오르는 바람에 놀라서 병원으로 달려온 우리 부부. 의사가 던진 '아이가 만일 제 아들이라면'이라는 한 마디는 우리의 놀란 가슴을 달랬고 멍한 정신을 깨웠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의사가 환자를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고 진심을 담아 건넨 말 한 마디는 사랑이었다. '우리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다'는 음식점에 손님이 몰리듯, 오늘 찾은 병원에 왜 그렇게 많은 환자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소중하듯이 남도 '또 다른 나'로서 소중히 여기는 것. 이것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첫 걸음이다. 우리 부부의 선택은 당연히 의사가 권유한 처방이었다. 집에 와서 아이는 해열제를 먹고 잠들었다. 열이 조금 내려갔다. 처음 본 낯선 이웃의 사랑 안에서 아이는 한결 편해진 모습이다.
#이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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