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는 왜 축사를 취소했나
'사법농단' 문건 실행한 대법원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 "내 임기 중 한 번도 안 해"... 양승태 지시 이행 가능성 높아져

등록 2018.07.02 18:00수정 2018.07.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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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전방위적으로 사찰했다는 문건이 확인된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이 실제 문건 내용대로 움직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에 불거진 '사법농단' 문건과 관련해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문건을 작성하고 이행하는데 그가 직접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 전 회장은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매년 8월 대한변협에서 가장 큰 행사인 변호사대회를 여는데 대법원장이 갑자기 불참을 통지하더라"라며 "수십 년간 역대 대법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하는 행사인데, 내 임기 중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 전 회장은 최근 검찰에 조사를 받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지난 2015년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자신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의) 변호사대회 참석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법원행정처의 압박을 느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변협 광고를 일부러 줄이는 정도만 알았다. 대법원에서 법관 지원자 모집 등 정책 광고를 변협신문에다 하는데, 당시 많이 줄였다"라며 "변협신문에 싣는 정책광고, 변협 산하 법률구조재단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 내지 축소가 실제로 이루어졌다. 문건에 국선전담 변호사 비율을 높여서 사선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률을 낮춘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것도 실제로 이루어졌다"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2013년과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의 창립기념일을 겸해 치러지는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 모두 참석해 축사를 했지만 2015년 이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퇴임을 앞둔 2017년에는 김소영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행사에 불참한 시기는 실제로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감하며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1일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서 작성 지시여부를 묻는 질문에 "문건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라며 "지금까지 (그런 문건을) 본 적도 없다. 도대체 컴퓨터 안에 무슨 문서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2014~2015년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기획조정실·사법지원실·사법정책실 등 핵심부서를 동원해 하 전 회장을 사찰하고 대한변협을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법정책실에서는 '변협 제압'을 위해 '변론 연기 요청을 원칙적 불허', '공판 기일 지정 시 변호인의 연기 요청을 거부' 등 재판 받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준의 방안을 검토하고 이행하는데, 당시 대법원의 총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장 변호사대회에 불참을 제안한 것도 사법정책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대법원 #대한변협 #하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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