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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첫 도전' 강렬했지만, 경험 부족에 발목 잡힌 팀들

[러시아 월드컵] 파나마-아이슬란드 조별리그서 좌절, 아프리카도 16강 '전멸'

18.07.03 15:20최종업데이트18.07.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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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챔피언스리그는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며 매년 전 세계의 축구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유럽의 챔피언 클럽 간의 경기인 만큼 경기의 수준은 그 어떤 대회보다 높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 등 내로라하는 슈퍼 스타들이 매년 자웅을 겨룬다. 축구 팬들의 위해 유럽 클럽들이 준비한 축구의 '향연'과 같은 대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챔피언스리그의 몸집과 위상도 아직 월드컵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한다. 매년 대회를 진행하는 챔피언스리그와 달리 월드컵은 4년마다 치러지기에 희소성이 크다. 또한 실력만 있으면 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클럽과 달리 월드컵은 국가대항전이기에 제 아무리 슈퍼스타라 하더라도 자국 대표팀의 전체적인 실력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 월드컵은 메시와 호날두도 우승하지 못한 대회이자 페르난도 토레스가 부상을 숨겨서라도 참여하고자 한 대회다.

그래서일까. 월드컵은 그 어떤 대회보다 긴장감이 높다. 조그마한 실수가 곧 4년 간 혹은 길게는 수십 년을 기다린 조국의 탈락을 의미하기에 선수들은 높은 집중력으로 경기에 임한다.

그럼에도 실수는 발생하고 눈물을 흘리는 팀이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경험이 없는 팀들이 월드컵의 무게감을 이기지 못하고 일찌감치 집으로 향했다.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국가들 사이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했던 10개 국가 중 16강 고지를 밟은 국가는 스웨덴과 덴마크 단 2개국에 불과하다. 경험이 없는 팀 대부분은 조별리그가 끝나고 짐을 쌌다. 

36년 만에 '전멸'한 아프리카 축구

이번 월드컵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가혹했다. 5개의 참가국 전부 조별리그에서 버티지 못하고 탈락의 쓴맛을 봤다. 아프리카 국가 중 단 하나의 국가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고 전멸한 기억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이후 36년 만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팀들의 특징은 명확했다. 바로 오랜만에 월드컵 본선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부터 3개 대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나이지리아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모두 긴 기다림 끝에 본선 무대를 밟았다.

▲ '너와 나 한폭의 데칼코마니' 지난 6월 19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러시아와 이집트의 경기.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흐와 러시아의 로만 조브닌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먼저 28년 만에 월드컵행 티켓을 거머쥔 이집트는 가장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쓸쓸히 퇴장했다.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당한 부상 여파로 완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치명타였다. 이집트는 살라의 개인 능력에 모든 것을 걸었던 팀이었기에 경기 내용은 예상보다 더욱 답답했다. 보통 에이스의 부재를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하지만 이집트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그 결과 3전 전패로 월드컵을 마감하게 된 이집트다.

20년 만의 월드컵에 모습을 드러낸 모로코도 경험 부족에 울었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대회 시작 이전에 많은 전문가들이 기대했던 것 만큼 출중했다. 다만 경기 운영 측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B조 조별리그 1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란과 경기에서 모로코 선수들은 성급하게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도 틀어막았던 이란은 더 조직화된 수비로 재능 넘치는 모로코 공격진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모로코 입장에서는 보다 침착하게 공격 작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었지만, 20년 만의 복귀전의 긴장감과 다급함이 플레이에 묻어났다.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한 모로코는 오히려 후반 추가시간 아지즈 부아두즈가 자책골을 내주면서 0-1로 패했다. 조별리그 2차전부터 몸이 풀린 모로코 공격진이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곤경에 빠뜨렸던 사실을 되짚어보면 더더욱 쓰라린 이란전 패배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열린 세네갈과 폴란드의 H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세네갈의 알프레드 은디아예를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 EPA/연합뉴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에 나타난 세네갈도 경험의 한계를 맛봤다. H조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와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순항하는 듯 했지만, 2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두 번이나 리드를 잡고도 무승부를 거뒀다. 압도적인 파워와 스피드로 앞서가는 골을 두 차례나 넣었음에도 승점 1점을 챙기는데 만족했다. 이날 경기의 해설을 맡은 SBS 박지성 해설위원의 말처럼 다소 '안일한' 태도가 발목을 잡았다.

3차전 콜롬비아전도 경험 부족에 울었다. 같은 시간에 열린 일본과 폴란드에 경기에서 일본이 0-1로 끌려감에 따라 한 때 실시간 순위가 조 1위까지 올라간 세네갈이었다. 콜롬비아와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16강에 갈 수 있는 찬스를 잡았지만 후반 29분 예리 미나에게 헤더 골을 허용하며 리드를 내줬다.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세네갈을 앞선 일본의 '더티 플레이'까지 결합되어 세네갈의 축구의 도전은 조별리그에서 마무리됐다.

12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한 튀니지도 잉글랜드와 벨기에라는 확실한 2강에게 밀려 탈락했다. G조 조별리그 1차전 잉글랜드와 경기가 탈락의 빌미로 작용했다. 해리 케인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했지만 후반 초반 페르자니 사씨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튀니지는 경기를 미궁에 빠뜨렸다. 튀니지는 경쟁자 잉글랜드를 나락으로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케인에게 또 한 번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골잡이를 놓친 대가는 가혹했다.

그나마 경험이 풍부했던 나이지리아 대표팀은 그간 쌓아온 경험이 무색하게 D조 조별리그 1차전 크로아티아와 경기에서 0-2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무승부만 거둬도 16강행을 확정할 수 있었던 조별리그 3차전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는 마지막 4분을 버티지 못하고 1-2로 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경험 부족이 여실하게 드러났던 아프리카의 러시아 월드컵 도전기였다.

경험이 적은 진출국들에 더욱 가혹했던 월드컵

아프리카 팀 이외에도 경험이 부족한 팀에게 월드컵이란 무대는 가혹했다. 무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의 감격을 누린 페루는 월드컵의 중압감을 버티지 못했다. C조 조별리그 1차전 덴마크와 경기에서 페루는 전반전 추가시간에 패널티킥을 얻어내며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같은 조에 우승후보 프랑스가 있기에 덴마크만 잡으면 16강행의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패널티킥 키커로 나선 크리스티안 쿠에바는 허무하게 공을 허공으로 날려보냈다. 반면 비교적 짧은 공백기인 8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한 덴마크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간 결과 요세프 풀센이 골을 잡아내면서 웃었다. 페루는 점유율, 패스 시도, 슈팅 시도 등 대부분의 기록에서 덴마크를 앞섰지만 0-1로 패했다. 프랑스와 2차전에서도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도 결정력에서 한계를 경험한 페루는 아쉽게도 2경기 만에 대회를 조기에 마감했다.

그래도 페루를 비롯해서 오랜만에 월드컵에 진출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세르비아, 폴란드는 1승씩은 챙기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한편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컵에 데뷔한 '첫 진출국' 아이슬란드와 파나마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대회 첫 출전에 만족했다.

대회 최약체로 지목되어 왔던 파나마는 예측대로였다. G조 조별리그 1차전 벨기에와 경기에서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선전하는 듯했지만, 후반에만 3골을 내리 내주며 패했다. 2차전 잉글랜드전에서는 경험은 물론이고 실력에서도 압도를 당하며 1-6의 대패를 당했다. 필리페 발로이의 골이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운 상황에서 나왔음에도 파나마 팬들이 진심으로 기쁨을 표출할 정도로 파나마의 경험은 미천했다.

▲ 메시! 어디로 가려고? 아이슬란드 길피 시구르드슨(왼쪽부터), 호르더 맥너슨, 비르키르 브자르나손이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D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10)의 앞을 막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대회 참가의 의의가 더 컸던 파나마와 달리 아이슬란드의 도전은 꽤나 강렬했다. 유로 2016 8강 진출국다운 저력을 나름 보여줬다. D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이슬란드는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메시의 패널티킥을 막는 등 '혹한의 수비력'을 보여주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렇게 아이슬란드의 동화는 계속되는 듯했다.

그러나 2차전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적은 경험이 문제가 됐다. 전반전은 무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공격을 위해 아이슬란드의 수비진이 라인을 올리는 순간을 상대보다 경험이 많은 나이지리아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아메드 무사가 성급하게 공격을 시도한 아이슬란드를 응징했다.

무사의 환상적인 멀티골로 승기를 잡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아이슬란드 선수단의 조급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무리해서 공격을 시도하지 않고 존 오비 미켈을 중심으로 공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갔다. 후반 38분 아이슬란드는 패널티킥을 얻어내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믿었던 길피 시구르드손이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기회를 놓쳤다. 월드컵은 유로 대회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임을 배운 아이슬란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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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경험 부족 아이슬란드 파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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