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증언자 김복득 할머니, 우리는 영원히 기억"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 추모식, 통영 충무체육관에서 열려

등록 2018.07.02 20:38수정 2018.07.0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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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충무체육관에 마련된 고 김복득 할머니의 분향소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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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저녁 통영 충무체육관에 있는 고 김복득 할머니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식에 강석주 통영시장과 김지수 경남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 윤성효


"그저, 백년 / 나 김복득 이 생에 와 / 꼭 백년을 살고 오늘에사 간다/ 장맛비 몰고 태풍 더불어 간다 / 나의 백년은 한반도 조선의 백년, / 조국이 힘이 없어 / 강토가 짓밟힌 금수강산 산천경계 다 태우고도 모자라서 … 봉선화 같았던, 아 박꽃 같던 산목련 같았던 / 처녀였던 우리가 내가 전쟁에 미쳐 날뛰던 짐승들의 성노리개로 끌려가서는 / 지옥보다 더한 치욕의 나날을 / 죽지 못하여 살아야 했으니, 견뎌야 했으니 / 어찌 다 말로 하리 …

울지 말거라 / 울지 말고 너거들 / 냇가에 나와 앉은 아이마냥 / 오색 종이배 접어 그 배 뒷전을 살며시 밀듯이 / 저 푸른 창공을 차고 오르는 / 그네를 밀듯이 가볍게, 훨훨 나를 밀어다오. 배웅해다오. 자, 간다. 어라 차차. 능소화 봉선화 흐드러진 담장너머로 얼씨구나 나간다. 차차차."

7월 2일 저녁 통영 충무체육관에서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득 할머니의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유귀자 시인이 낭독한 조시의 일부다.

유 시인이 조시를 낭독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눈물을 흐느끼기도 했다. 추모식은 할머니의 약력보고에 이어 조사와 조시 등으로 이어졌다.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 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는 조사를 통해 "사랑하는 복득 어머니. 어머니. 이렇게 가시고 말았군요. 이렇게 보내드리고 마는 저희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병마와 싸우는 동안 수없이 많은 고비를 어머니 당신은 기적처럼 이겨내셨지요. 무엇이, 그 무엇이 어머니 당신을 그토록 처절하게 버티게 하시었는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오로지 사죄, 참말로 사죄, 진짜로 사죄,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그 한 마디를 듣고 편히 쉬기 위해, 그 한마디를 듣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고파, 그만 가시고 말았군요"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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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는 7월 2일 통영 충무체육관에 있는 고 김복득 할머니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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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주 통영시장은 7월 2일 통영 충무체육관에 있는 고 김복득 할머니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또 송 대표는 "어머니 늘 그러셨죠. 정애 어머니의 타박도, 기아 어머니의 노랫소리도, 기선 순선 두순 어머니들의 모습도, 보고 싶고 그립다 하셨지요. 이제 동생들 모두모두 만나시겠군요. 이제 도란도란 얘기꽃도 피우시겠군요"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송 대표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겠어요, 어머니. 이제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세요 어머니. 70년을 넘게 짊어 오신 짐 저희들에게 다 주시고, 이제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세요. 어머니"라고 인사했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조사에서 "강인한 생존자, 용감한 증언자였던 김복득 할머니의 모습을 평생 기억하겠다"며 "비록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지만 그 분이 남긴 발자취는 우리 곁에 영원이 남아 있을 것이다. 할머니께서 당부하신대로 역사적 부채 정산과 진정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배윤주 통영시의원은 "빛으로 오서"라는 제목의 조시를 낭송했다. 다음은 조시 일부다.

"'내가 죽기 전 일본으로부터/잘못했다는 사죄를 받는다면/소원이 없겠소//그래도 남은 소원이 있다면/다음 생애 족두리 쓰고 시집가서/남들처럼 알콩달콩 살아보고 싶소//할머니께서 입버릇처럼 되뇌이셨던/평생의 소원입니다

… 세월은 거칠고 파도는 드세어/할머니께서 기다리시던 사죄는/저 바다를/건너오지 못하고 있습니다//건너오지 못하면/우리가 바다에 길을 내겠습니다//통영시민/한사람 한사람이/딸, 아들이 되어/손자, 손녀가 되어//족두리를 준비하겠습니다/연지 곤지 곱게 차리우고

… 감미로운 바람/어깨에 두르고//보석 같은 섬들/밀고 당기며//자존의 푯대 높이 세워//사랑의 깃발 펄럭이는//어머니/바다이시여//빛으로 오소서"

유현진 충렬여고 역사동아리 회장과 심윤서 통영여고 청소년정치외교연합동아리 회장이 조사를 하고, 이마주씨가 조가를 불렀다.

이날 추모식에는 김지수 경남도의원, 김종부 전 창원부시장,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 황경순 민중당 경남도당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복득 할머니는 101세의 일기로 7월 1일 새벽 눈을 감았다.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시민분향소가 있는 충무체육관에서 열린다. 시신은 통영시립화장장에서 화장한 뒤 두타사에 위패가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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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는 7월 2일 통영 충무체육관에 있는 고 김복득 할머니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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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주 통영시의원이 7월 2일 통영 충무체육관에 있는 고 김복득 할머니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조지를 낭독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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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저녁 통영 충무체육관에서 있는 고 김복득 할머니 분향소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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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부 전 창원부시장(가운데_ 등이 7월 2일 통영 충무체육관에 있는 고 김복득 할머니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윤성효


#김복득 #강석주 #송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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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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