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팔이 분향소, 당장 철수해" 난동 피운 극우단체

[현장] "30번째 사회적 타살" 쌍용차 범대위, 대한문에 분향소 설치

등록 2018.07.03 14:30수정 2018.07.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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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대위가 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주중 조합원 분향소를 설치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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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 분향소에 의자 던지는 '태극기부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고 김주중 조합원 분향소 설치에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보수단체 회원이 분향소를 향해 의자를 집어던지고 있다. ⓒ 권우성


대량 해고 이후 숨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영정 사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눈물과 죽음,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라는 플래카드 등이 있던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화단이 생긴 것은 2013년 4월이다. 화단에 밀려 내쫓긴 쌍용차 분향소가 5년 만에 다시 대한문 앞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을 맞은 건 풀이 가득한 화단과 극우단체들의 욕설이었다.

"광화문도 모자라서 대한문 앞에서 시체팔이 하는 분향소 차리고 있어!! 당장 철수해"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쌍용차범대위 등은 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7일 사망한 고 김주중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했다(관련 기사 : "복직 시한만 알려줬어도..." 쌍용차 해고자 숨진 채 발견). 그 과정에 미리 대한문 앞에 와있던 극우단체와 충돌이 발생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극우단체는 5년 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분향소가 있었던 자리 인근에 먼저 분향소를 설치하고 '님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성조기와 태극기가 곳곳에서 펄럭였다.

극우 시위대는 분향소를 설치하러 온 쌍용차범대위 등에게 "대한문은 보수의 성지다"라며 "부모가 죽어도 3년 장 안 치른다. 이 거지 같은 것들아!!"라고 소리치며 삿대질했다. 한 극우시위 참가자는 "빨갱이 새끼들, 그렇게 이북이 좋으면 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극우 시위대는 "광화문으로 가라"라며 "그런 대통령 만들어놓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냐"라고 고래고래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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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 설치 반대하는 '태극기부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단체(일명 태극기부대)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고 김주중 조합원 분향소 설치에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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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 설치 반대하는 '태극기부대' 보수단체 회원들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분향소로 달려들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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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 김주중 조합원 분향소 설치를 막으려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충돌을 막으려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쌍용차범대위 등이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하자, 극우시위대가 달려들었다. 쌍용차범대위 등과 극위시위대가 한 데 뒤엉켰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바닥에 넘어져 크게 다칠 뻔했다. 한 극우단체 시위참가자는 분향소 텐트를 설치하는 한 금속노조 조합원의 멱살을 잡고 텐트에서 떼어내려고 했다.

또 다른 극우시위 참가자는 텐트를 무너뜨리기 위해 기둥을 잡아당겼다. 쌍용차범대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두 사람씩 기둥을 부여잡고 버텼다. 5분여의 몸싸움 끝에 분향소를 겨우 설치했다. 그 이후에도 극우시위대와 시민사회단체는 경찰을 사이에 두고 2시간 넘게 대치했다.


어렵게 설치된 분향소 안에서 상복을 입은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이 분향하는 시민들을 맞았다. 가장 먼저 분향을 한 최헌국 목사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한다"라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죽었다'가 아닌 '죽였다'"

분향소 설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쌍용차범대위 등은 참담한 표정으로 고인의 영정을 들고 섰다. 이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대한문 앞에 선 건, 5년 전과 달라진 것이 22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난 희생자 숫자밖에 없어서다.

앞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2012년 4월부터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2013년 4월 서울 중구청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 분향소와 천막 농성장을 철거하고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화단을 조성했다. 쌍용차비대위 등이 다시 분향소를 설치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결국 같은 해 11월 쌍용차 범대위는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앞으로 분향소를 옮겼다. 대한문 앞 농성 1년 7개월 만의 일이다. 그 후 5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복직을 이야기하며 여전히 거리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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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앞 설치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대위가 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주중 조합원 분향소 설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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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앞에 설치된 고 김주중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분향소에 2012년 11월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가 대한문앞 분향소를 찾은 사진을 내걸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그럼에도 이들이 대한문으로 돌아온 것은 죽음을 멈추기 위해서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09년 대량해고 된 후 공장을 떠나 아픈 마음을 안고 온 곳이 이곳 대한문이다"라며 "당시 22명의 희생자 영정을 안고 왔다"라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1년 7개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농성장을 지켰다"라며 "다시 돌아갈 곳인 공장 앞으로 농성장을 옮긴 후에 자존심을 다 버려가며 회사와 협상도 하고 마힌드라그룹(쌍용자동차 대주주)을 만나기 위해 인도까지 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라며 "다시는 이 자리에 안 올 줄 알았는데, 여기 왔고 30번째 죽음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죽음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평택으로 내려가고 일부가 복직하니 쌍용차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시는 국민들이 많이 계시다"라며 "아직 해고자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다시 왔다"라고 말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도 고인의 영정을 든 채 "절박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대한문에 선다"라고 운을 뗐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명박 정부의 살인진압과 손배 가압류, 대법원의 재판거래로 인한 정리해고, 노사합의를 지키지 않는 회사의 불이행이 김주중 동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한다"라며 "회사가 복직 시기를 정했더라면, 정부가 경찰 폭력에 의한 처사를 빨리 했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김 지부장은 "고인과 유가족은 희생자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정리해고·국가폭력·사법살인에 의한 희생임을 알려달라고 했다"라며 "또 해고자 전원이 공장에 돌아가길 바란다는 고인의 뜻을 위해 당차게 싸우겠다"라고 외쳤다. 마이크를 잡은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은 결국 울음을 보였다. 김 사무국장은 울분에 차서 "김주중을 살려내라"라며 "해고는 살인이다. 공장으로 돌아가자"라고 외쳤다.

"하루하루가 절박한 사람에게 기다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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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당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화꽃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죽었다'가 아니라 '죽였다'를 분명히 이야기하고 싶어서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또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반민주적인 질서가 남아있음을 화단을 보면서 또 한 번 느꼈다"라고 말했다.

손배소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모임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는 "고인의 (손배 관련) 신청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라며 "해고 기간 55개월, 퇴직금·부동산 가압류,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14억 7천만 원"이라고 했다. 윤지선 활동가는 "회사가 제기한 손배는 하나도 없었다"라며 "오로지 경찰만 청구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8월 5일 경찰의 폭력 진압이 있었지만 그가 그날 옥상에 있었다는 이유로 공동정범이 되고 구속됐다"라며 "그렇게 손배가압류 대상자가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리해고로 거리로 내몰린 것도 힘든데 경찰은 집과 퇴직금마저 다 가압류해 빼앗아갔다"라고 울부짖었다.

그는 "경찰은 국가폭력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라고 했다"라며 "그 사이 사람이 죽었다"라고 했다. 이어 "기다리라는 말은 절박함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라며 "하루하루가 절박한 사람에게 기다리라는 말은 공허하다"라고 했다.

그는 "2017년 시민사회단체들은 국가가 제기한 손배 대응모임을 구성했다"라며 "보수정권 밑에서 기본권을 행사한 이들에게 가해진 손배가압류를 철회해달라고 문재인 정부에 요구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다리라고 답할 거면 단 하루라도 기다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기다리라고 해라"라며 "국가가 제기한 손배 가압류부터 해결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대한문 앞 분향소 #정리해고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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