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채무제로 표지석' 훼손해 유감? 김경수 지사 생각인가"

경남운동본부 "보수세력 비위 맞추기"... 인수위 대변인 논평 문제 삼아

등록 2018.07.03 16:00수정 2018.07.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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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7월 3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준표 '채무제로 기념 표지석'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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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 ⓒ 윤성효


"우리는 홍준표 적폐의 상징인 채무제로 표지석이 경남도청의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지켜볼 수 없고 그것을 없애는 것이 홍준표 적폐를 치우는 첫 경로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론화가 필요하면 공개토론을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3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경수 경남도지사한테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홍준표 전 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을 없앨 것을 요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홍준표 전 지사는 2016년 6월 1일 이곳에 '채무제로 기념식수'를 하고 표지석을 설치해 놓았다. 그런데 기념식수해 놓은 나무(사과나무→주목→주목)가 말라죽었고, 경남도는 지난 6월 27일 죽은 나무를 철거하면서도 표지석은 그대로 두었다.

경남운동본부는 그 다음날 표지석을 땅 속에 파묻었고, 경남도는 6월 29일 다시 복구한 후 꽃을 심어 화단을 조성했다. 당시 현 김경수 도지사는 당선인 신분이었다.

이날 경남지사 인수위인 '도정운영 4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새로운 경남위원회' 명희진(전 경남도의원) 대변인은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채무제로 표지석 훼손 유감"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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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회원들이 6월 28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을 땅 속에 묻기 위해 땅을 파자 공무원들이 나와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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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6월 28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을 땅 속에 묻었다. ⓒ 윤성효


명 대변인은 "지난 28일, 한 시민단체가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을 일방적으로 땅 속에 묻었다"며 "이미 고사한 기념식수는 경남도가 지난 27일 제거했고, 표지석은 '새로운 경남위원회'에서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처리방안을 논의 중이었다"고 했다.

그는 "김경수 당선인은 소통과 협치의 도정을 경남도민에게 약속드렸다"며 "이 와중에 시민단체가 도청 공무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공공기물인 표지석을 일방적으로 훼손한 것은 '소통'과 '협치'라는 김 당선인의 소신과도 배치되는 행위이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실로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경수 당선인의 도정은 경남도민 모두와의 소통을 위해 항상 열려있을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새로운 경남을 함께 만들어 가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했다.

"표지석은 깨부숴진 상태로 있어야 교훈"

3일 경남운동본부는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준표 채무제로 기념 표지석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특히 인수위 대변인이 낸 논평을 문제 삼았다.

김영만 상임의장은 "오늘 기자회견은 정확하게 말하면, 김경수 당선인 인수위에서 나왔던 논평에 대한 우리의 입장 발표다"며 "그 내용을 보니 한 마디로 말해, 김경수 당선인의 '소통'과 '협치'라는 소신에 위배되는 행위라서 유감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당황스럽고 황당한 내용이었다. 그 논평 내용에 계속해서 '대화'와 '타협',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상임의장은 "인수위가 출범하던 날(6월 19일), 우리는 동시에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와 표지석을 없애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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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7월 3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준표 '채무제로 기념 표지석'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윤성효


그는 "죽은 나무 제거가 있었는데, 우리는 나무만 제거하면 안 된다고 했다. 불법건축물을 철거하면서 문패가 달린 대문을 두고 할 수 있느냐. 나무를 철거하라는 것은 그 표지석까지 함께 없애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죽은 나무 철거는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 때 일이다. 김영만 의장은 "한경호 권한대행이 와서 온갖 어려운 일을 다 처리했는데, 마지막에 느닷없이 표지석을 파묻으면 그 분의 입장이 난처하겠다는 생각에 제가 직접 전화를 해서 말씀을 드렸다"며 "그랬더니, 한 권한대행은 말렸고 충돌이 생길 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돌은 당연히 예상했다. 우리가 파묻는다고 해서 그냥 둘 리가 있나. 원상 복구시킬 거라고 알고 있었다. 복구 시켰다는 연락을 받고 나니까, 인수위 대변인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대변인은 '오해 없이 들으시기 바란다. 앞으로 그런 일을 할 때는 인수위에 절차를 밟으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기가 찼다.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목표와 원칙이 있다. 그러나 인수위는 정치적으로 계산해서 하는데 우리와 같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인수위는 10일 동안 무엇을 했느냐. 누가 누구 보고 소통을 안했다는 것이냐. 소통과 협치를 하는 쪽에서 전화를 하든, 사람을 보내든, 공문을 보내든 우리와 소통하려고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김영만 의장은 "그 논평을 김경수 지사가 결재를 했는지 모르겠다. 김 지사가 그 내용을 봤을까, 제대로 보고를 받았을까, 만일 아닌데 김 지사의 최측근이 그런 식으로 시민단체를 대한다면 그런 측근 때문에 앞으로 김 지사의 4년이 좀 꼬이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도 아마 김 지사 측에서는 나무는 없애고 표지석은 그대로 남겨 놓으면 그 자체가 역사의 교훈이 된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김경수 지사가 평생 할 거 아니다. 경남도지사 수십 년 할거냐. 말하기 좀 그렇기는 한데, 빠르면 4년이고 늦어도 8년이다. 앞으로 모른다. 홍준표 지지자들이 도지사로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했다.

이어 "무슨 역사의 교훈이냐, 역사의 증거다. 그 때 가서 표지석 있지 않느냐며 나무를 다시 세우겠다고 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교훈이 되겠느냐. 그런 표지석은 깨부숴진 상태로 있어야 교훈이다"고 덧붙였다.

김영만 의장은 "표지석을 복구 시켜놓았다면 됐지, 왜 굳이 논평을 언론사에 돌렸느냐. 이게 무슨 뜻이냐. 아무리 생각해 봐도, 홍준표 지지자들, 적폐 잔존 세력들, 가까이는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에게 우리는 저 사람들하고 다르다고, 우리와 선을 긋고자 하는 것이라는 해석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당당한 경남'를 내걸었는데, 도민들은 '황당한 경남'이라거나 '숭구리당당 경남'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내걸었다"며 "이런 식으로 우리한테 굳이 모욕까지 줘 가면서 하면, '완전히 실망한 경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홍준표 적폐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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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이 7월 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홍준표 채무제로 기념표지석에 대한 입장문"을 조현명 경남도 행정국장한테 전달하고 있다. ⓒ 윤성효


경남운동본부는 인수위 대변인 논평에 대해 "여기에서 '한 시민단체'가 홍준표 채무제로 표지석을 파묻은 것은 김경수 도지사의 소신에 배치되는 행위이고 '소통과 협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며 "참으로 황망하고 어처구니없는 말이다"고 했다.

이어 "김경수 도지사는 홍준표에 대한 경남도민의 분노를 아는가? 진주의료원 폐원에 맞서 거리에서 노숙하며 맞섰던 도민의 분노, 빼앗긴 아이들의 밥그릇을 찾기 위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야 했던 학부모들의 분노, 온갖 막말과 무시와 일방적 도정에 가슴 끓였던 도민의 분노를 아는가"라고 덧붙였다.

경남운동본부는 "김경수 도지사는 적폐청산에 대한 도민의 뜨거운 열망을 아는가? 홍준표 폭정에 굴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선 도민의 열망. 그 열망이 홍준표 주민소환의 힘이 되어 뙤약볕을 견디며 거리로 나가 서명을 받았고 그러한 실천이 쌓이고 쌓여 촛불이 되었으며 그 힘이 박근혜 퇴진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다"며 "그것이 지금의 문재인 정부와 김경수 도정을 탄생시킨 힘이 되었다"고 했다.

홍준표 전 지사의 '채무제로'에 대해, 이들은 "채무제로 나무는 홍준표 적폐의 상징이며 홍준표의 폭정을 미화하는 표석이다"며 "홍준표는 100년이 넘게 서민의 건강을 지켜왔던 진주의료원을 폐원하고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았으며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시민단체 기부금을 없애면서 색깔론과 편 가르기와 대립을 부추겼고 그것을 채무제로라는 것으로 정당화하고 미화시켰다"고 했다.

이들은 "대변인의 논평을 보며 미온적 개혁과 타협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그들이 '소통과 협치'를 이야기하며 홍준표를 지지하는 보수정치인의 비위맞추기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시민단체를 견제하고 보수세력과의 적당한 타협으로 형식적 안정을 꾀하려는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적폐청산을 미온적으로 처리하고 적당히 덮으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경남운동본부는 "만약 그러하다면 김경수 도지사는 도정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은 시대의 요구이고 국민의 바램이다"며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도민이 민주당에 묻지마 지지를 보낸 것도 적폐청산과 민주도정에 대한 요구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소통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우리의 입장을 감춘 적도 없다"며 "김경수 도지사 측에서 한 번도 의견을 물어오지 않았으며 공개적 논평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기에 우리도 공개적으로 김경수 지사에게 질문한다"고 했다.

경남운동본부는 "김경수 도지사는 홍준표 적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홍준표 적폐를 어떤 과정을 거쳐 청산하려 하는가?", "김경수 도지사는 경남의 적폐세력이 누구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말하는 '대화와 타협' '소통과 협치'는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경수 지사의 답변을 보름 정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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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중앙현관에 붙어 있는 새 도정지표구호인 '완전히 새로운 경남'. ⓒ 윤성효


김영만 상임의장은 "우리는 표지석을 파묻기 전에 권한대행한테 마지막 예의를 표했듯이, 오늘 기자회견은 새로 부임한 김경수 지사에 대한 예의다"며 "우리는 표지석을 없애버릴 것이다. 홍준표 채무제로 기념물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은 시민단체의 원칙이고 목표다. 반드시 없애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김경수 지사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모르겠다. 대변인 논평에서 '그것은 공용물'이라고 했던데, 그것은 우리에 대한 협박이다. 손만 대봐라, 손만 대면 법적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며 "우리가 그것에 손을 댔다고 해서 사형을 당하겠느냐 무기징역을 살겠느냐"고 했다.

이어 "김 지사가 대변인이 한 쓴 글이나 말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 지사께서 대통령 연설문을 쓴 분이기에 한 문장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정말 그랬을까, 봤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상식적으로 대변인이 혼자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했다.

경남운동본부는 김경수 도지사의 답변을 보름 정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박종철 경남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이 문제가 공론화되면 더 좋다"고 했다.

박종철 집행위원장은 "홍준표 채무제로 기념 표지석에 대한 우리의 입장문"을 조현명 경남도 행정국장한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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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 ⓒ 윤성효


#김경수 #홍준표 #김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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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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