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덜 드는 텃밭, 최대한 '안'하는 농사... 꿈이 아니다

[우리는 시골에서 살기로 했다⑦] 초짜의 자연농 소개②

등록 2018.07.08 20:04수정 2018.07.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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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이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돈이 안 든다는 거였다. 시작부터 그랬다. 지구학교에 다니면서 자연농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지구학교가 무료였던 거다. 사실 지구학교를 알기 전에 다른 귀농 관련 학교를 찾아봤는데 수강료가 적어도 몇십만 원은 되는 곳이 많아 부담스러웠다.

갖춰진 것도 많고 제공되는 것도 많으니 그게 결코 비싼 가격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그럴 때 짝꿍이 지구학교를 발견했다. 유기농이 아닌 자연농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반가웠지만, 수강료가 없다는 사실도 만만찮게 좋았다.

농사에는 돈이 든다

여기서 지내면서 농사짓는 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걸 알게 됐다. 돈 버는 농사를 짓고자 하면 웬만하면 비닐하우스 몇 개 정도는 짓고 시작하는데 이거부터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그 비닐하우스의 비닐도 몇 년에 한번은 갈아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기계화학농이든 유기농이든 농사를 시작하려면 땅부터 갈아야 하는데 요즘은 보통 트랙터로 한다. 이 트랙터를 한 대 사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사지 않고 빌려서 쓰는 방법도 있다. 실제 시골에서 트랙터를 갖고 있으면 오늘은 누구, 내일은 또 누구 하는 식으로 하루씩 가서 밭을 갈아주고 오는 일도 많다.

그러나 첫째로 그렇게 대신 갈아주는 사람에게 내는 비용도 저렴하지 않아서 해마다 자신의 모든 밭을 그렇게 갈려면 꽤 부담스럽다. 둘째로 웬만해선 트랙터 가진 사람들도 자기 농사가 우선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때를 맞추기가 어려울 수 있다.

땅을 갈았으면 보통 비닐을 깐다. 이렇게 밭을 덮는 것을 '멀칭'이라고 하는데 이유는 주로 풀 때문이다. 밭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의 밭을 다 덮는 수준이기 때문에 많은 양의 비닐이 필요하다. 이것도 매년 새로 깔아야 한다.

그런 다음 작물을 심는데, 보통 작물 씨앗이나 모종 역시 사서 심는다. 모종을 직접 키우는 분도 계시는데 직접 씨앗에서 모종을 길러내려면 시설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비료와 농약이다. 유기농에서도 퇴비와 친환경 농약을 쓴다. 비료와 농약값은 물론이고 농약을 치려면 또 기계가 필요하다. 농사에 쓰이는 기계와 시설만도 한둘이 아닌 거다. 어떤 시설은 농협 등에서 함께 해결하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이러니 진지하게 먹고 사는 농사를 시작하는 분들은 빚을 지면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땅값도 비싼데 시설이니 기계니 온갖 것들 사다 보면 억도 우습다. 그리 대규모 농사가 아니라도 그렇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년 내내 열심히 농사짓고도 빚 갚는 것도 어려울 때도 많다고 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투자하고 노력해서 농사를 지어도 얼마를 벌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은 그해 작물을 수확하고 나서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주력한 작물이 풍년이라도 들면 값이 곤두박질쳐서 큰일이다. 그렇다고 흉년이 들길 바랄 수도 없다. 남들은 흉년이고 나만 잘 돼야 많이 벌 수 있다. 올해는 병충해나 재해가 얼마나 올지, 어떤 작물이 값이 오를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 상태에서 어디에 투자할지, 뭘 키울지 정해야 한다. 농사는 로또라는 얘기가 이미 십 년도 더 전에 나온 이유다.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농민 삶도 나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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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붉은땅콩 비가 와서 땅콩도 자랐지만 옆에 풀도 잔뜩 자랐다. ⓒ 김진회


물론 우리가 짓는 농사는 위에서 이야기한 농사와는 규모와 목적이 전혀 다르니까 비교할 수는 없다. 내다 팔아서 돈을 버는 농사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규모도 작고 딱히 시설을 지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귀농해서 자급을 위한 텃밭농사만 짓는다고 해도 매년 땅을 갈고, 비닐을 깔고, 씨앗과 모종을 사고, 비료에 농약도 주는 게 보통이다. 텃밭농사도 대다수 농민의 농사 방법을 따라가는 것이다. 당연히 돈도 꽤 든다. 어떨 때는 텃밭을 일궈서 작물을 키워먹는 것이 과연 마트 가서 사먹는 것보다 더 쌀까 의문이 들 정도다.

자연농 텃밭은 땅도 안 갈고, 비닐도, 비료도, 농약도 안 쓰니 돈 들어갈 일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씨앗이나 모종을 살 때도 있지만 우리는 최대한 토종씨앗을 얻어서 심고, 올해 키운 것에서 씨앗을 받아 내년에 계속 심는 '자가 채종(씨받기)'을 하려고 한다. 꼭 돈을 아끼기 위해 이렇게 하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돈도 아껴진다. 물론 그만큼 노동력이 들어가고 귀찮지만, 비닐, 비료, 농약 쓰는 텃밭농사도 절대 쉽진 않다.

요즘 이렇게 농사에 돈이 많이 들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안타까운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일을 빨리할 수 있게 해주는 어떤 발명품이 나왔다면 처음 그걸 사용한 사람은 이득을 본다. 남들보다 빨리 일할 수 있으니, 남는 시간에 쉬거나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보통은 돈을 벌고자 일을 더 한다. 그러나 발명품은 다른 농민들에게도 금방 팔려나갈 테고 이젠 모든 농민이 그만큼 많은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 전보다 한 농민이 생산하는 농산물의 양은 늘어나지만 농민이 일하는 시간도 그대로다.

농산물은 양이 늘어난 만큼 가격이 내려서 수입도 별 차이가 없게 된다. 그 기계를 사는 데는 돈이 들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그걸 사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면 나만 혼자 도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농업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고, 분명 좋은 일이다. 다만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농민의 삶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농민을 위한 농업정책, 제도가 훨씬 많이 필요하다.

거기에 더해 70년대 80%대에서 많이 떨어져 OECD 최하위로 50% 수준인 식량자급률도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좀 더 많은 식량을 자급하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우릴 불쌍히 여겨 싼 가격에 농산물을 계속 팔아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내 작은 텃밭에 그게 꼭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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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잡이콩 밥에 넣어먹으면 정말 맛있는 선비잡이콩. 올해 처음 심어봤는데 아직은 잘 자라고 있다. ⓒ 김진회


이야기가 옆으로 샜지만 결국 나는 우리 가족이 먹을 식량 일부를 돈 덜 들이고, 되도록 손도 덜 가는 방법으로 키워내고 싶다. 거기에 더해 다국적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종자보다는 내 마음대로 심어도 되는 토종씨앗도 몇 개나마 지키고 싶다.

썩지 않는 것은 덜 쓰고 싶고, 지속가능한 농사, 지속가능한 삶에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직 일회용품도, 비닐도 많이 쓰는 일상이 떠올라 부끄럽지만 그래도 어쨌든 방향은 그렇다.

난 게을러서인지 뭔가를 자꾸 더 하려고 하는 방식보다는 안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안 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마침 자연농이 추구하는 게 딱 그거다. 기존의 방식은 언제나 뭔가를 더 하면 좋아진다고 한다. 더 열심히 하면, 더 비싼 것을 쓰면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다 생기는 문제는 그걸 해결하는 뭔가를 또 개발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말만 들어도 너무 지친다.

인류의 많은 발전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것도 있다. 내 작은 텃밭에서는 그게 정말 꼭 필요할까 그걸 하지 않으면 진짜 농사가 불가능할까라는 관점에서 최대한 안 해보고자 한다.

해봐서 정말 안 된다면 아무래도 뭔가 더 해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를지도 모르지만, 조금 작고 적더라도(솔직히 우리 작물 중 어떤 것은 남들보다 너무 많이 작은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먹을 것이 나온다면 안 하고 싶다. 그게 내 몸과 마음에도 좋고 지구에도 좋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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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서울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지금은 홍천에서 자연농을 배우고 있는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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