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반가운 제비의 방문... '한 지붕 두 가족'을 꿈꾸며

제비야, 우리 아이 나을 수 있는 박씨를 물어다주렴!

등록 2018.07.03 20:50수정 2018.07.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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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가족 ⓒ 김현중


지난 6월 16일 오후, 턱시도를 입은 귀빈이 찾아왔다. 우리 집을 구석구석 둘러본 귀빈은 잠시 후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귀빈은 따사로운 햇살을 후광 삼아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머리에 기름까지 바르고 쫙 빼입은 귀빈과는 달리 나는 까치집 머리에 팬티 바람이었다. 주말 오후의 햇살을 조명 삼아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귀빈의 정체는 바로 제비였다. 동화책에서나 보았던 제비를 실제로 만나다니. 작년 가을에 처음 전원주택 생활을 시작한 후 가장 반가운 손님이었다. 그동안에는 미키 마우스(들쥐), 돈벌레(그리마) 등 그리 달갑지 않은 손님들만 찾아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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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6일, 제비의 첫 방문. "혼자 왔어요!" ⓒ 김현중


윤기가 흐르는 깃털을 가진 제비는 아담하고 예뻤다. 또한 '물 찬 제비'라는 말처럼 날렵하게 생겼다. 왜 '제비족'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제비족은 유흥가에서 돈 많은 여성을 유혹하는 남자를 일컫는다. 아마 날렵하게 잘생긴 제비를 빗대어 제비족이라 명명하지 않았을까.

제비는 사실 '정의의 심판자'다. 박씨로 흥부를 돕고 놀부를 응징했다. 아마 제비는 자신에게 오명을 씌운 제비족한테도 놀부에게 준 박씨를 물어다 주었을 것이다.

어릴 적 동화 속의 제비는 실화가 되어 찾아왔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긴 여운을 남기고 떠났다. 혹시 박씨를 물고 올지도 모르는 매력적인 제비와 다시 만나길 기대했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3일. 이번엔 두 마리가 찾아왔다. 미동도 없이 빨랫줄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제비와의 거리는 불과 30cm. 동영상 근접 촬영에도 달아나지 않고 포즈를 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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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3일, 제비와의 두 번째 만남. "둘이 왔어요!" ⓒ 김현중


잠시 후 어미로 보이는 제비가 집 마당 위를 한 바퀴 돌며 지저귀자 빨랫줄에 있던 제비 두 마리도 어미를 따라 날아갔다. 어미는 한 번 더 집 마당을 돌더니 사라졌다.

'제비가 자주 나타나면 집을 지으려고 하는 것'이라는 장모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지난번엔 어미가 집터를 탐색하러 왔었고 마음에 들자 이번엔 새끼들을 데리고 온 게 아닐까.

작년 가을에 만삭인 아내와 여러 군데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녔었다. 지금 사는 집을 처음 봤을 때 한눈에 반해 바로 계약했다. 그렇게 정착한 후 올해 초 아들이 태어나 세 식구가 됐다. 제비 가족은 과연 우리 집에 정착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한 지붕 두 가족'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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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제비 세 마리가 나타났다. "셋이 왔어요!" ⓒ 김현중


제비와의 두 번째 만남을 뒤로하고 오늘 오후 6개월 된 아들이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겪는 일이다. 입원수속이 끝나자 간호사는 벼룩의 간을 내어먹듯 고사리 같은 아들의 손에서 피를 흠뻑 뽑아냈다. 혈액 검사인지 알 리 없는 아들은 병원이 떠나가라 통곡했다. 아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모자의 눈물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하다. 제비야, 우리 아들이 금방 나을 수 있는 박씨 하나만 물어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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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같은 아들 손에 주사 바늘이 꼽혀있다. 마음이 아프다. ⓒ 김현중



#제비 #박씨 #한지붕두가족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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