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부엌, 우리 동네를 이렇게 바꾸었어요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이야기 ②] 은평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등록 2018.07.05 15:13수정 2018.07.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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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이웃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 환경정의



마을 공동부엌에서 찾은 내 삶의 신나는 놀이터

"제가 죽을병에 걸린 건가요?"
"아닙니다. 그건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입니다."

아이를 낳은 후 나에게 찾아온 낯선 질병 '만성피로증후군'은 내 삶의 질을 사정없이 떨어뜨려 놓았다. '이러다가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어떤 약으로도 질병을 이겨낼 수 없었고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정도는 매우 낮았다. 그 후 건강에 대해 한없이 고민하면서 먹을거리를 바꾸고 내 몸을 위한 휴식과 운동을 하며 몸의 환경을 바꾸니 차츰 회복되기 시작한 것! 그 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과 교육은 계몽수준이다. 이로 인해 의료비 지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가 이 사회의 문제다'와 같이 그냥 지나쳤던 정보들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우리의 먹을거리와 농업, 환경 등이 내 삶의 큰 관심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라도 이런 것들에 대해 관심 갖게 된 것을 감사해하며 '슬로푸드'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게 뭣이여? 우리의 자연환경, 농업, 먹을거리가 이토록 심각했던 것인가?' 충격과 걱정으로 다시 병이 들 지경이었다. 그동안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몰랐던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나는 그 후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환경과 지속가능한 농업, 건강한 먹을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배우고 실천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마치 사막의 신기루를 쫓아가듯이) 지금 하라고 한다면 절대!! 그때처럼 못할 것이다. 그러던 중 지금의 박정희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고, 이분과 추구하는 가치, 이념, 고민 등 매우 거창한 것들이 척척 맞아 지금의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이 탄생할 수 있었다.

박 대표님은 그때 당시 '서울시 마을 공동체 사업'에 선정이 되어 몇 천만 원의 운영비를 알차고 의미 있게 써 나갈 수 있는 구성원이 없어 고민하고 계셨는데, 신들린 듯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운동에 뛰어들어 30대의 젊음을 불사르고 있던 내 앞에 나타나셔서 이웃과 더불어 살며 건강한 삶을 실천할 수 있는 기쁨과 평화의 길로 나를 인도해 주셨다. 그 후 신도를 모으듯 열심히 만나 내가 깨달은 '건강한 삶을 위한 길'을 전파했던 많은 인맥을 모아 공동부엌을 만드는데 함께 하게 되었고 전국단위의 자립형 사립고와 맞먹는 지금의 '자립형 사립 부엌'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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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만들어주는 주말요리공동부엌 아빠가 만들어 주는 주말요리 ⓒ 환경정의


조금씩 변화하는 마을의 활기, 그 속에서 발견한 마을(공동)부엌의 의미

한 해 두 해 공동부엌이 자리 잡아 가면서 우리 마을은 조금씩 활기를 띠며 변해가고 있다. 조리 기술이 없던 주부들이나 식구가 별로 없어 장을 보면 식재료가 남았던 주부들은 오전에 모여 반찬 만들기를 하고 있다. 다행히도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해 주셨고 어르신께 자연스럽게 조리기술을 배우게 되면서 주부들은 가족 밥상을 차리는데 자신감과 열의를 갖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가정의 건강한 밥상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출범한 공동부엌의 근본적인 의미와 성과가 아니겠는가?

또 가족만을 위해 반찬을 만들고 나누어 가던 엄마들이 자발적인 봉사단체를 만들어 마을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반찬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봉사단체 이름도 '심(心)봉사'! 후원이 전혀 없어도 십시일반 쌈짓돈을 모아 재료를 사고 정성 가득 반찬을 담아 나르는 엄마들에게 존경심이 절로 일어난다. 이 봉사 팀은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 준비하고 배달을 한다는 점에서 더없이 사랑스러운 단체이다.

직장 엄마들에게 늘 고민인 아이 간식 챙겨주기와 돌봄도 공동부엌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챙겨주시는 것처럼 정성 가득한 간식을 먹고 돌봄 교실에서 보드게임이나 놀이 수학, 영어 동화책을 읽으며 즐겁게 보낸다. 동네 생협에서 공수한 안전한 식재료와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노고로 아이들이 챙김을 받고 있어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안심을 하고 일하고 있으며 큰 숙제를 해결한 듯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방학 중에는 부엌에서 직장맘 아이들 점심 챙겨 먹이기를 하며 좀 더 든든한 챙김을 한다. 또 주말에는 직장맘 엄마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류하거나 돌봄 교실 운영에 대한 이야기들로 꽃을 피운다.

공동부엌이 학교 앞이라는 접근성, 건강한 요리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돌봄 둥지'를 트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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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동부엌에서 함께하는 아이들 돌봄지역아이들 돌봄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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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주부들과 김치만들기지역 다문화 주부들과 함께 만드는 김치 만들기 과정 ⓒ 환경정의


먹거리 소외계층을 품으며 마을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 연계망 확장

그 밖에도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은 마을 행사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검바우 마을학교와 진행했던 다문화가정 엄마들과 함께한 김치 만들기 행사는 매우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 행사 이후에도 다문화 가정 엄마들과 함께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 김치에 담긴 맛과 정성을 전해주며 정을 쌓아가고 있다. 또 은빛초등학교 녹색장터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성 가득한 음식을 팔아 그 수익금을 심봉사 팀에 전달해 주곤 한다. 이밖에 금암기적비 마을 축제에서는 든든한 먹을거리를 해결해 주기도 하고, 도시농부와 사회적경제가 함께하는 '은평 꽃피는 장날'에서는 공동부엌의 이름으로 고추장과 김치를 팔기도 한다. 

부엌 자랑을 하다 보니 공동부엌에서 함께하는 분들의 얼굴이 스친다. 먼저 언제나 건강한 어른의 본보기가 되어주는 든든한 박 대표님과 맛깔난 조리기술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김복덕 어머니, 오전 반찬팀 운영을 이끌어주는 맏언니 이선화님, 우리동네 긍정 에너자이저 권성원님, 쌍둥이 엄마의 건강한 힘으로 묵묵히 도와주는 최송아님, 봉사와 돌봄을 함께하는 이에리나님, 다양한 부엌 연계프로그램들을 책임져주는 박하나님 등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들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이웃끼리 서로에 대한 무관심은 경계를 만들고, 따뜻한 관심과 연대는 관계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공동부엌은 이웃들이 관계를 맺어갈 수 있고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따뜻한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내 아이뿐만 아니라 서로의 아이를 챙겨주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주고 있다.

이웃들과 함께 만드는 '소통이 있어 행복한 마을부엌'

앞으로 공동부엌이 좀 더 지속 가능 할 수 있고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늘 고민 중이다. 으쌰 으쌰 뭘 해보자!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공동부엌도 열심히 알려보자!!고 외쳤던 처음과 다르게 지금은 뭘 새롭게 해 보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들여 다 보고 가려운 곳이 있으면 긁어주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해결해 가면서 묵묵히 지켜나갈 따름이다. 관심 없는 듯 보이지만 사랑만은 가득한 아버지처럼 뒤에서 조용히 챙기고 다독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부엌을 아끼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들이 편히 부엌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딱!!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늘 부담스런 임대료 걱정을 안 하면서 활동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시민기자 : 이현정(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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