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 된 아이들, 이건 실화입니다

[서평] 콩고 난민 이야기 '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

등록 2018.07.04 16:57수정 2018.07.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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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다가올 조카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어느 날 동네에 있는 대형 마트에 갔더니 장난감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장난감 세일이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붙여져 있다. 그 때문인지 이 동네 아이 엄마들이 여기 다 모여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도 많다.

그곳에서 한 아이가 데굴데굴 구르며 울고 있다. 어디가 아파서, 혹은 누군가 괴롭혀서가 아니다. 진열대에 놓인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중이다. 아이를 자세히 보니 눈에 눈물이 보이진 않는다. 요란하게 굴수록 부모가 항복하리라는 걸 잘 아는 듯하다. 난감해하는 부모의 표정이 보인다. 곧 장난감을 손에 쥔 채 의기양양하게 마트 문을 나서는 아이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아이에게 아낌없이 뭐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잘 사는 사람이든 못 사는 사람이든 평화로운 나라에 살든, 총성이 빗발치는 나라에 살든지 같에 말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 <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라는 제목을 보게 됐다. 솔직히 처음엔 '소설'인가 싶었다. 생각과 달리, 이 책은 영화 같은 일들을 겪은 어느 어린 소년이 난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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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어린이 그림책이다. 여전히 세계 도처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진다. 그들이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것,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건 아주 작은 '관심'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이의성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장난감이 버젓이 출시되고, 아이들은 핸드폰을 보면 화면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화면을 넘긴다. 그런데 동시대 어느 지역에선 어린아이들이 전쟁에 끌려간단다. 같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맞는 건지,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데, 정말 현실 맞나?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지구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고발하고 있다. 이 어린 아이들을 위해, 대신 전쟁터에 나가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관심, 작은 관심을 보여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보면 요즘같은 시국에 민감한 주제일 수 있다. 제주도를 통한 예멘 난민들의 입국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그들의 입국이 우리가 그동안 지켜온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고 경계하는 건 '난민' 그 자체의 입국이 아닌, '난민'인 척 위장하며 난민법의 독소조항을 악용하는 허위 경제 난민들의 입국이다.


난민들에 대한 옹호 발언으로 얼마 전 화제가 된 정우성씨의 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허위 난민들에 대한 철저한 검사와 규명을 통해 불온한 목적을 가진 세력의 입국은 불허하되, 진짜 난민에 대해서는 우리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함께 한다면, 이 세상은 더 나은 내일을 이룰 수 있을 거야. 나 한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우리 아빠가 남기신 이 말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봐!"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 네가 너무 작은 존재처럼 느껴진다면, 모기 한 마리가 있는 방에서 잠자는 걸 한번 생각해 보렴!"


이 책은 콩고민주공화국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처참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까지 전쟁이 끊이지 않은 그곳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어린이 병사 역시 그 중 하나로, 이제 겨우 초등학교를 들어갈 아이들이 총과 칼을 다른 누군가에게 휘두르고 있다고 한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이곳에선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주인공 미셸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태어난 평범한 가정의 어린 막내아들이다. 당시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정 상황이 어지러워지면서 반란군에게 붙잡히며 그의 인생이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반란군에게 끌려가 각종 군사 훈련을 받으며 살인병기로 길러지던 어느 날, 극적으로 탈출하여 다시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이후에도 미셸의 가족은 여러가지 전쟁과 반란군의 위협으로부터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다 겨우 우간다에 있는 난민캠프로 탈출하게 된다.

이 책 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의 서사 구조는 결코 대단치 않다. 오히려 너무 간단해서 허무할 수 있지만, 이 책의 목적을 생각하면 결코 허무하단 생각이 들 수 없다. 같은 지구상에 살면서 일어나는 누군가의 처절한 현실에 대한 앎, 그것을 알리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기 때문다. 그것을 위해 미셸은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이렇게 책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다른 어린 아이들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실제로 미셸은 난민캠프에서 캐나다로 겨우 이주 허가를 받아 아프리카 땅을 탈출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마주한 다른 친구들의 평범한 삶을 보며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알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것이 어떤 변화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다른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함으로써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숙원이자 아버지와 한 약속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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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끌려간 어린이병사 中 캐나다로 이주한 미셸은 다른 평범한 학생들을 보며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총을 잡아야만 하는 다른 친구들의 처지를 생각하며 그들의 실상을 알리기로 결심한다. ⓒ 이의성


사람들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모를 뿐. 그렇기 때문에 미셸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한다. 이 책도 그 일들의 일환인 셈이다. 이 책의 독자층은 어른이 아니다. 오히려 미셸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다. 왜일까. 그건 그 아이들이 앞으로 세계를 선도할 주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저자는 책의 서두에 이 글을 읽을 '독자'를 밝히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쳐 갈 미래의 주인공인 너에게."

내 자녀의 생일날, 최신 장난감도 좋지만, 이런 책 한 권쯤 아이에게 권할 수 있는 부모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장 나부터 그런 아버지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아이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아이가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안도감보다, 다른 누군가의 불행에 긍휼한 시선과 관심을 보낼 줄 아는 부모가 되었으면 한다.

현제 제주도로 입국을 시도하고 있는 '진짜' 난민들의 실상과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포용과 관용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

미셸 치콰니네 외 지음, 클라우디아 다빌라 그림, 마술연필 옮김,
보물창고, 2018


#전쟁에끌려간어린이병사 #난민사태 #난민문제 #콩고민주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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