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천외한 발상, 산 위에 작은 유럽

[베트남 다낭여행 ③] 길거리 공연과 놀이 시설이 있는 바나힐 테마파크

등록 2018.07.09 20:11수정 2018.07.09 20:11
0
원고료로 응원
a

무지개다리 두 손을 기둥으로 한 무지개 다리. 그냥 무지개 다리로 부른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빛이 들어간 건지 오른쪽 손 기둥 밑에 무지개가 생겼다. ⓒ 문운주




"비가 부슬부슬 내려 시원해서, 날씨가 흐려 덥지 않아서, 더위를 피해 1487m 바나힐에 오를 수 있어서 여행하기 딱 좋은 때입니다."


6월 18일 다낭 여행 마지막 날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즐거움보다는 짜증 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더운 나라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그럴 때일수록 긍정의 자세가 필요하다. 목적지가 예상을 빗나가 실망시킬 때도 있다. 하지만 처음 출발할 때의 다짐을 나는 되새기곤 한다. 가이드 윤 부장의 "비가 오면 시원하고 흐리면 덥지 않아서 여행하기 딱 좋은 때다"라는 말처럼...

a

유럽의 거리 1487m 바나산 정상에 조성한 바나힐 테마파크. 유럽의 거리로 불린다. 성당, 거리공연, 카페, 놀이시설 등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 문운주


a

바나힐 테마파크 1 ⓒ 문운주


바나힐은 1487m 바나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 마을이다. 구름을 타고 천사가 내려 올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은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구름 위에 떠있는 하늘나라, 분명 신이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세계다.

프랑스인은 더위를 피해 바나산 정상에 별장을 짓고 더위를 피했다. 그들이 베짱이처럼 피서를 하는 사이 건축 자재며 음식, 생활용품 심지어는 사람까지 운반은 현지인들의 몫이었다. 노예였다. 상상해보자. 섭씨 40도에 이르는 찜통더위에 1487m 정상까지 짐을 나르다니...

1945년 프랑스인이 물러가자 이들은 240여 채의 별장을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다시는 보기도 싫은 산이 돼 버렸다. 실제 불을 지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들에게 바나산은 치옥의 산, 뒤돌아보기도 싫은 산인 것만은 분명하다.

10년 전 이들은 이곳에 하늘나라를 세웠다. 자신들이 짐을 짊어지고 오르내렸을 그 길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를 설치했다. 성당을 짓고 불교사원도 세웠다. 뛰어봐야 부처님의 손 안, 두 손을 기둥으로 한 무지개 다리를 놓았다.


a

바나힐 케이블카 베트남 선그룹에서 개발한 선월드 바나힐 테마파크까지 5.2km.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3개 노선, 출발 및 도착점을 지역명으로 역 이름을 정했다. ⓒ 문운주


바나산은 무등산보다 300m 높은 1487m다.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3개 노선, 덕유산 곤돌라와 비슷하게 보였다. 주차장에서 제일 가까운 노선인 호이안 역에서 탑승했다. 출발 점과 도착점을 각각 지명을 이용해서 역 이름을 지은 것이 특이하다.
 
종점 21번 (LOUVER) 역에서 내렸다. 한마디로 완전히 다른 세계다. 지금까지 밑의 세상이 여느 동남아 농촌처럼 고즈넉하고 여유로움이었다면 이곳은 빽빽이 들어선 건물과 골목길이 있는 유럽의 도시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세상... 꿈을 꾸고 있다고 해야 하나.
 
이곳에서도 사람 구경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 무슬림도 보이고 아프리카인도 보인다. 절반 이상이 우리 한국인, 국내 여행을 온 듯 착각할 정도다. 길거리 음식도 여행의 진미다. 아이들처럼 아이스크림을 들고 건물 계단에 주저앉았다.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꼬치 구이도 보였다.
 
거리공연, 카페, 성당, 놀이시설을 갖춘 테마파크인 바나힐은 하루 입장객이 5000~6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관광 수입이 얼마라고 하는 산술적 계산보다는 시너지 효과가 그 몇 배가 될 것 같다. 이 나라 상품에 대한 동반 가치 상승이랄까.

인파에 떠밀리듯 유럽(?)을 다녀왔다. 내려오는 길에 잠깐 무지개 다리에 올랐다. 무지개 다리는 하늘을 가로지르는150미터에 이르는 전망대다. 멀리 다낭 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하얀 캠퍼스 위에 그려놓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이제 남은 일정은 오토바이 쇼와 보트피플 난민 희생자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세우고 있다는 사원 방문이다.

환상의 오토바이 쇼

a

오토바이 행렬 베트남의 중요한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퇴근 시간이 되면 환상의 오토바이 쇼가 벌어진다. ⓒ 문운주


오토바이는 다낭의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까맣게 썰물처럼 빠지는가 하면 파도처럼 밀려오는 오토바이 행렬, 에스코트하듯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터본 강, 호이안, 후에  관광과 더불어 다낭 볼거리 중 하나다.

여행객에게는 토속적인 것,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진한 울림이 되어 가슴속 깊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교통수단일 뿐인 오토바이가 그렇다. 우리 농촌에서 소달구지를 볼 수 없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 같은 아쉬움에서 일까.

몇 년 전 중국 여행을 할 때다. 당시만 해도 화장실은 재래식이 대부분이었다. 칸막이가 없거나 낮아서 옆 사람 엉덩이까지 들여다 보일 정도였다. 나란히 앉아 일을 볼 수밖에 없었다. 남자 화장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찌나 민망하던지... 아이러니하게도 그 여행이 나에게는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추억의 하나다.

베트남은 모계사회다. 결혼 후 모든 생계의 책임은 아내가 진다. 아내가 일을 나가면 남편은 새장을 들고 카페에서 종일 빈둥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자들의 천국인 셈이다. 단, 남자들은 결혼 전 스마트폰, 오토바이, 결혼 지참금 마련을 위해 죽도록 일을  한다고...

여성들이 일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때가 오후 5시쯤이다. 직접 운전을 하기도 하고 남편이 데리러 가기도 한다. 오토바이 쇼가 펼쳐지는 시간대다. 바나힐 '유럽의 거리'에 넋을 잃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그 황홀한 오토바이쇼는 볼 수 없었지만... 계속 이어지는 오토바이 행렬은 나에게는 진한 감동이었다.

베트남 난민 보트피플

a

미케비치 1 ⓒ 문운주


미케 비치 해변은 미국 '포브스' 지가 선정한 세계 6대 해변 중 하나다. 다낭서 호이안을 잇는 약 20km 해변이다. 경포해변처럼 시내에 인접해 있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 푸른 하늘과 바다, 새하얀 백사장, 구름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해변도시 이면에는 드러나지 않는 아픈 역사가 있다. 다낭은 베트남 최대의 상업도시였고 부유층과 중산층이 밀집한 도시였다. 베트남 전쟁으로 발생한 이들 난민들이 배를 타고 미케 비치 해변을 통해 국외로 탈출했다. 이들 중 보트 위에서 떠돌다가 물에 빠져 죽은 난민이 수만에 이른다고 한다.

보트 탈출에 성공하여 미국에서 큰돈을 번 난민 중 한 명이 전 재산을 희사하여 절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보트피플 희생자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들의 조국을 떠나 국외로 탈출하는 난민... 우리의 아픈 역사이기도 한 그 난민 이야기다.
a

미케비치 해변의 야경 1 ⓒ 문운주


오후 7시쯤 되었을까. 어둠이 미케 비치 해변에 내리고, 멀리 바다 저편으로는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입구 계단을 올라서자 뿌리까지 드러내는 고목분재들이 눈길을 끈다. 산 나무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하다.

마지막 여행지 선짜 반도 언덕에 위치한 린응(영응)사다. 멀리 펼쳐지는 미케비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67m의 해수 관음상이 우뚝 서 있다. 물에 빠져 희생한 보트피플 난민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는 듯하다.

a

해수 관음살 다낭 선짜 반도 언덕에 위치한 린응(영응)사에 세워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67 m의 해수 관음상 ⓒ 문운주


덧붙이는 글 짧은 여행기간에 다낭을, 베트남을 전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다짐대로 그들만의 삶을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여행기는 주로 가이드의 해설을 참고했습니다.
#다낭여행 #바나힐 #선그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