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부지도 없는데..." 광주 518m 타워 논란

빛의 타워 공론화 움직임에 “바보 같은 논의될 것”... 전문가들 "타워는 옛날식"

등록 2018.07.06 16:38수정 2018.07.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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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양향자 예비후보가 제기한 518m 상징탑 참고 이미지. 홍보 영상 캡쳐. ⓒ 광주드림


이용섭 광주시장의 인수위원회격인 광주혁신위원회가 제안한 '518m 빛의 타워 건립'에 대해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화·관광 활성화, 지역의 대표적 볼거리를 고민한다는 순수한 의도를 인정하더라도 어마어마한 높이의 타워 건립에 대한 공감대 부족, 현실성 등 따져볼 문제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능할지도 모를 사업을 놓고 적절성을 따지고 공론화를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광주혁신위원회는 타워 건립 필요성, 입지 선정, 타워 규모와 도입기능 등을 놓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이용섭 광주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문화·관광 활성화를 연구하고 있는 광주전남연구원 문창현 연구위원은 "이번 문제는 문화·관광 측면에서 광주의 볼거리가 없다는 차원, '메가 랜드마크'가 없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는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잘 알려진 관광지의 경우 관광의 시작이 대부분 타워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직공원 전망대가 그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 "도시 관광 대부분 타워에서 시작"
 
다만,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518m라는 규모의 추진 방식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지속가능성, 실현 가능성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무조건 필요하다고 추진할 수는 없다"는 것.

특히, 문 연구위원은 캐나다 CN타워(553.33m), 파리의 에펠탑(320m 높이)을 예로 들며 "타워 자체보다 도시가 갖는 매력으로 타워를 찾는 것"이라며 "타워 하나만 가지고는 관광객을 끌 수 없고, 도시의 문화관광 인프라 등 복합적인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부산타워(해발 69m 높이 120m), 대구 83타워(높이 202m, 탑신 153m, 철탑 49m) 등이 세워진 사례가 있지만, 이로 인한 관광 활성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광주혁신위원회는 빛의 타워 건립 추진 방식으로 민자유치를 제시했다.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등 지역의 기존 현안들도 민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무작정 민간자본에 기댄 추진 방식은 실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론도 거세다.

전남대 조동범 조경학과 교수는 518m 빛의 타워 건립 추진에 있어 '기본적인 것'들이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일단 타워의 지속 가능성, 경관적인 랜드마크냐 광주라는 도시의 상징, 정신적인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그 전에 경제성, 타당성과 같은 문제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적으로 조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 중 누가 광주에 518m나 되는 타워를 세우려 나서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 "도쿄·파리는 타워때문 성공 아니다"

이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5·18 상징물로서 518m 빛의 타워를 논의하고 추진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논의에 사로 잡히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도쿄의 경우 도쿄타워가 333m, 최근에 만들어진 스카이트리가 643m다. 조 교수는 이들 시설의 경우 "인근 지역의 도시재생과 연계해 추진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도쿄나 파리에 높은 타워가 있어서 성공했으니 '그래서 우리도' 식은 곤란하다. 광주라는 도시 여건을 고려해야지 다른 도시들 단순히 1:1 비교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634m 높이의 일본 도쿄 스카이트리. 이용섭 광주시장 측이 최근 518m 빛의 타워 건립 추진을 만지작 거리면서 자주 거론되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노후된 지역의 도시재생 차원에서 추진된 도쿄 스카이트리 건립 사례는 이 시장 측이 추진하려는 518m 빛의 타워 건립과는 궤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건축공학 전문가인 광주대 박석봉 교수는 "최근 아시아권에서 '건물 높이 경쟁'은 있지만 세계 여러 도시를 보더라도 타워나 탑을 세우는 시도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높은 타워가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가질 순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후대에 큰 짐을 물려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지 문제도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의 경우 부지 면적이 8만7000㎡(260만 평)이 넘지만, 도쿄 스카이트리는 4만㎡에 불과해 차이가 있다.

도쿄 스카이트리 사례를 참고하더라도 박 교수는 "518m 높이의 타워를 세울 경우 타워 자체와 함께 접근하는 도로나 부수시설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더 넓은 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광주에는 이만한 부지가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최근 랜드마크는 생태·문화에 초점"

동신대 조진상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랜드마크=높은 건물은 70~80년대식이다"며 "최근에는 예술이나 생태, 문화를 활용한 랜드마크가 시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타워라는 형태의 시설물은 방송·통신을 목적으로 하고, 평지로 이뤄진 외국이나 유럽에서 주로 활용됐다"며 "광주처럼 이웃에 1000m가 넘는 산이 있고, 높은 지형이 있는 곳엔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광주혁신위원회는 타워 상층부에 5G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시켜 스마트시티 조성의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긴 했다.

하지만 '높은 타워'라는 과거의 방식이 IT,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조 교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지하에 건립된 점을 언급하며 "시민들을 위해 '오픈 스페이스(열린 공간)'를 두고, 공원을 만들고, 지하로 이용 편리를 도모하려했던 시도다"며 "이제는 시민의 삶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지. 누가 높다, 누가 크다 이런 경쟁할 시기는 아니다. 이건 '옛날식 개발 마인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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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광주드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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