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조치안 수정 논란, 금융위 '거짓말' 했나

시민단체 등 "금감원이 수정안 제출 안 해", 금융위 "제출 받았다"

등록 2018.07.06 19:29수정 2018.07.0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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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과 증선위 김학수 위원이 4일 낮 정례회의를 마치고 외부에서 식사를 한 후 함께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 증선위는 대회의실에서 정례회의를 열어 오전에 일반 안건을 처리한 뒤 오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안건을 심의할 계획이다. 2018.7.4 ⓒ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들여다보고있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 삼성바이오의 과거 회계자료까지 검토해 조치안을 수정하라고 했으나, 금감원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쪽에선 지난 4일 회의에서 금감원에서 관련 자료를 받고 논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선 금감원이 해당 자료를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익명을 요구한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4차 회의 때 증선위에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선위가 수정안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금감원은 못 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이 때문에 회의가 일찍 끝났다"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금융위가 수정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흘리면서 보도도 그런 방향으로 나오고 있는데 (삼성 쪽) 관계자들이 좋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심의한 이번 증선위 4차 회의는 오후 1시쯤부터 오후 7시까지 6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전 3차 회의는 약 12시간, 첫 회의는 13시간 넘게 이어졌고, 앞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으로 3차례 열렸던 감리위원회 회의도 각각 12시간 가량 진행됐었다.

이와 함께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도 "금융위가 금감원으로부터 수정안을 받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금감원이 제출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가 삼성바이오에 대해 고의가 아닌 중과실로 몰기 위한 시나리오를 수정안에 둔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을 근거로 과실로 결론 내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금감원이 수정 안건 제출하지 않아 4차 회의 일찍 끝나"

이번 회의를 앞두고 증선위가 금감원에 요청한 것은 삼성바이오의 2015년 이전 재무제표 등을 담아 수정한 안건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분식회계로 잠정결론 내린 뒤 금융위에 심의를 요청하는 안건을 올렸는데, 이는 2015년 회계에 대한 내용뿐이어서 이를 보완하라고 했다는 얘기다. 지난달 20일 3차 회의가 끝난 뒤 금융위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외부에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열린 삼성바이오 관련 증선위 4차 회의에서 수정된 안건을 채택하고 심의했는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앞선 증선위의 요청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는데,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대해 고의가 아닌 실수로 무게추가 쏠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 1일 2015년 말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아래 삼성에피스)에서 복제약 승인을 받아 지배력을 잃었다며 회계처리를 바꾼 것에 문제가 있다고 잠정결론 내렸다.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삼성에피스를 장부가액이 아닌 공정가치(시장가치)로 평가했고, 삼성에피스의 가치는 3300억 원에서 4조 8000억 원으로 뛰었다. 그 결과 삼성에피스의 최대주주였던 삼성바이오는 설립 이후 최초로 흑자를 올리게 됐다.

그런데 일부 증선위원은 지난달 7일 1차 회의 이후 금감원이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만 문제 삼았다며 2012~2014년 동안의 회계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증선위는 예정에 없던 2차 임시회의를 열었고, 삼성바이오가 애초부터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4차 회의 때 금감원으로부터 수정안 보고 받았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에피스를 설립할 당시인 지난 2012년부터 바이오젠에게 삼성에피스 지분(49.9%)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줬다. 삼성에피스를 삼성바이오만의 자회사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애초부터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회계상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다시 말해, 삼성바이오가 실수로 이처럼 회계처리를 잘못한 것은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금융위는 이번 4차 회의와 관련한 일부의 주장과 달리 증선위가 금감원으로부터 수정된 안건을 받아 이를 심의했다는 입장이다. 손영채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수정안이 포함된 안건을 보고 받았고 그 안건에 대한 논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라며 "금감원이 제출하지 않은 것을 논의했다고 할리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위 공정시장과를 총괄하는 자본시장국에선 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증선위 회의에 직접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국장은 "손 과장으로부터 증선위 흐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지만 제가 들은 바로 설명을 하면 덧나가거나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처럼 이번 증선위 4차 회의에서 삼성바이오의 2015년 이전 회계까지 심의했는지 여부를 두고 엇갈린 진술이 나오는 데 대해 금감원은 난색을 표했다. 이기영 금감원 회계조사국장은 "관련 내용은 금융위에 문의하라"며 "(회의에 앞서) 비밀유지서약을 썼기 때문에 증선위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말이다.

"저희가 이렇게 저렇게 말을 잘못하면, 또 금융위와 입장이 다르면 그렇지 않겠습니까. 좀 죄송한 마음입니다. 회의를 주관하는 금융위 쪽에서 모든 것을 (언론에) 이야기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쪽 이야기와 다르면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공식적인 창구는 금융위이니까요. 저희들이 또 다른 목소리를 내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다음 증선위 5차 회의는 오는 18일에 열린다. 증선위는 이달 안까지는 이번 안건 처리를 마무리하고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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