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빼돌리기' '대치' 등 CJ대한통운에 무슨 일?

택배연대노조 하루 경고파업 뒤 사측 물량을 다른 터미널 보내... 사측 "불법 아니야"

등록 2018.07.08 18:34수정 2018.07.09 17:10
4
원고료로 응원
a

8일 창원시 성산구 지역 한 아파트 앞에서 씨제이대한통운 관계자가 물품을 배송하려다가 관할지역을 담당해오던 택배기사 등이 막아서기도 했다. ⓒ 택배연대노조


[기사 보강: 9일 오후 5시 10분]

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지역 일부 아파트 앞에서는 일부 택배 배달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CJ대한통운 본사직원이나 위탁기사들이 물품을 배송하려고 하자, 해당 지역을 담당해오던 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이 '불법배송'이라며 막아섰고, 이에 일부는 돌아가기도 했다.

CJ대한통운과 택배연대노조는 지난 달 말부터 갈등을 빚었다. 택배연대노조는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에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과 '성실교섭 촉구' 등을 내걸고 투쟁해 왔다.

택배연대노조는 쟁의해위의 하나로 지난 6월 30일 하루 '경고파업'을 벌였다. 택배연대노조 부산울산경남지부는 창원성산터미널(서브)을 비롯해 일부 터미널에서 물량 분류와 배달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CJ대한통운은 본사직원과 위탁기사를 통해 물량을 배송하려 했고, 물량을 실은 차량을 다른 지역 터미널로 보내 분류와 배송을 시도했다.

가령 김해로 와야 할 물량이 부산사상터미널, 창원성산지역 물량이 양산, 울산지역 물량이 부산기장, 경주지역 물량이 포항터미널로 갔던 것이다. 택배연대노조는 이같은 행위가 '대체배송'이고 정당한 쟁의행위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라 했다. 또 이들은 이같은 행위가 '대체인력 투입'과 '물량 빼돌리기'라고 했다.

이후 '대체 터미널'에서는 회사와 조합원 사이에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량 배송은 대개 대형차량이 각 지역 터미널에 도착하면 분류 작업을 거쳐 간선차량을 통해 아파트 등 각 소비자들한테 전달하는 체계다. 터미널(지점)은 CJ대한통운이 운영하고 각 터미널마다 위탁대리점을 두고 있으며, 창원성산에는 20개 대리점이 있다. 조합원인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다.

김해 청소년수련관 주차장에서는 지난 5일부터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량을 실은 1톤 차량(간선차)이 이곳에 왔고, 조합원들이 막아서면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택배연대노조는 '물량 빼돌리기'가 쟁의행위를 무산시키기 위한 행위로 보고 있다. 조합원들이 본사직원 등에 의한 물량 배송을 막기 위해 충돌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경 울산 남구 달동의 한 아파트단지 안에서 벌어졌다. 조합원들이 CJ대한통운 화물차를 가로 막았고, 차량 아래에 드러눕기도 했다.

경찰은 레어저건을 사용해 조합원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했던 것이다. 당시 연행됐던 조합원은 4시간여만에 풀려났다.

조합원 연행에 대해, 택배연대노조는 "CJ대한통운이 조합원들에게 배달 물량을 계획적으로 줄이면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경찰은 1~3차 경고를 했지만 너무 빨랐고, 충분한 사정을 말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아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물량 배송과 관련한 대치와 충돌은 주말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8일에는 창원 성산구 사파동, 상남동, 웅남동 일대 아파트 앞에서 조합원들이 지키고 있다가 간선차가 들어오면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a

씨제이대한통운이 물품표에 택배연대노조 조합원이 배송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별표 2개를 표시(원안)해 놓았다. ⓒ 택배연대노조


택배연대노조 부울경지부는 회사가 오래 전부터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분류해 '노조탄압'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3개월여 전부터 회사가 조합원의 물품에 별표(★★)를 해놓았다고 했다.

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3개월여 전부터 조합원이 배달하는 물품에는 별표 2개가 표시되어 있었고, 비조합원 물품은 그런 게 없었다"며 "그래서 현장에서는 위화감이 조성되었고, 우리한테는 그 별표가 '주홍글씨'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볼 때 회사는 오래 전부터 노조탄압을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물품이 제때 배송되지 못해 창고에 쌓이고 있다. 생선 등 일부 물품에서 냄새가 나고 있다"며 "아무 조건 없이 배송하겠다고 했지만 회사는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택배연대노조는 "지난 6월 30일 하루 파업은 경고성이었고, 이후부터 물품 배송을 하겠다고 했지만, 회사는 의도적으로 물량을 빼돌렸다"며 "거기다가 회사는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택배연대노조는 교섭을 통해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중당 경남도당은 "대한통운이 다른 터미널을 이용해 대체 배송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이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CJ대한통운과 위탁대리점주들에게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물량빼돌리기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CJ대한통운 측 "대체배송은 불법행위가 아니다"
CJ대한통운 측은 "물량 빼돌리기가 아니고, 대체배송은 불법행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홍보실 관계자는 "노조에서 배송을 못하게 하니까 고객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대체배송을 할 수 밖에 없고, 어쩔 수 없는 다른 터미널로 옮긴 것이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불법행위가 아니다"고 밝혔다.

물품 분류작업과 관련해 그는 "노조는 무임금 노동이라고 주장하나, 택배기사들이 계약을 할 때 고유 업무라는 것을 다 알고 시작한다"며 "분류작업은 택배기사가 배송할 물품을 수령하는 것이다. 다른 기사의 물품을 분류해 주는 게 아니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고 했다.

그는 "물품 분류를 자동적으로 하는 장치는 전국 터미널에 설치하고 있으며 현재 70% 정도가 되었다. 회사가 전혀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리점연합회와 노조가 원만하게 교섭을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제이대한통운의 한 터미널에 물품이 제때 배송되지 못하면서 쌓여 있다. ⓒ 택배연대노조


a

씨제이대한통운의 한 터미널에 물품이 제때 배송되지 못하면서 쌓여 있다. ⓒ 택배연대노조


#CJ대한통운 #택배연대노조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