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문재인 정부는 왜 인도를 주목하는가?'

자간나트 판다 연구원의 <파이오니아> 기고글

등록 2018.07.09 17:29수정 2018.07.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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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자간나트 판다(Jangannath Panda) 뉴델리 국방분석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8일 인도 영문 일간지 <파이오니어>에 기고한 글을 번역한 것이다. 기고문의 제목은 'India Arc in Moon's southern policy'(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에서 차지하는 인도의 위상)이다. [편집자말]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이 동북아 평화와 안전 실현 방안에 대한 컨센서스를 구축하고, 한편으로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한국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면, '신남방정책'은 인도태평양 내 경제 이익 실현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7월 8일부터 11일까지 인도를 방문하고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그의 신남방정책의 '새로움'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 '새로움'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관계에 있어 한국이 취하는 접근방식이 새로운 맥락을 갖고 있다는 것과 좀 더 깊은 연관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아세안 및 인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신남방정책은 복합적이고 복잡한 외교정책으로서, 이에 대해 인도가 적절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 정책은 한국이 아세안 및 인도에서 경제적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아세안과 인도는 한국에게는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남단에 가깝다. 둘째 이 정책은 한국의 외교 및 경제협력에서 아세안 및 인도가 갖는 활력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은 활력은 가장 중요한 역내 메커니즘인 아세안, 그리고 아시아 2위 경제대국 인도가 한국에 안전한 협력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 이 정책은 한국이 아세안 및 인도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대체로 상충적인 요인이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대중국, 대일본 관계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넷째, 이 신남방정책은 제한적인 역내 비전이지만 인도태평양과도 연결될 수 있는 확장적 비전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이 정책은 남아시아를 포함해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의 이익을 더욱 적극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한국정부는 '인도태평양' 개념을 공개적으로 적극 지지하는 데 신중할 수도 있다. 한국은 중국 주도, 그리고 미국 주도 역내 환경 사이에서 자국의 외교행보를 신중하게 취해왔다. 그러나 그 같은 상황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한국의 이익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립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욕을 꺾지는 못했다. 실제로 한국은 늘 인도태평양의 중심인 아세안과의 협력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신남방정책하에 인도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는 신중하게 조율됐으며 '독자적(exclusive)' 외교 전략이다. 한국은 이 전략을 통해 남아시아와의 경제 협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햇볕정책', '신아시아구상', '동북아평화구상(NAPCI)' 등, 과거 한국의 외교정책은 늘 인도를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켰었지만, 인도를 집중적으로 겨냥한 협력을 모색하진 않았다. 인도가 아시아 정치에 영향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음을 가리킨다. 한국은 인도와 역내 차원보다는 양자 차원에서 협력을 모색해 왔다. 인도 역시 최근까지 아세안에 국한됐던 이전의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에선 한국을 두드러지게 고려하지 않았었다.

지난 20년간 한-아세안 관계는 지속적 진전을 보였다. 한국은 1989년 아세안과 부문별 대화 파트너가 됐고, 1991년에는 완전대화상대국으로 관계를 격상했다. 한-아세안 FTA는 2010년 실질적으로 완료됐다. 이에 따라 아세안은 한국의 2위 교역 파트너가 되었고, 양자 교역 규모는 1,200억 달러 이상에 이르렀다. 게다가 주요 문제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계속해서 아세안의 두 주요 대화 파트너인 중국 및 일본과 경제 관계를 확대해 왔다.

한국이 신남방정책에서 인도를 별도로 주요 국가로 간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심할 여지없이, 동아시아 및 아시아 전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도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접근방식에는 더 많은 배경요인이 존재한다.

첫째, 신중하지만 확장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의 대외정책 흐름이다.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 구상은 한국에게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두 지역인 북부 및 남부 아시아 외교에서 실리주의와 균형을 취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 신북방정책을 통해 경제 협력보다 평화와 안보를 중시하고 있는 반면, 신남방정책에서는 경제 협력을  더욱 강조한다. 여러 측면에서 아세안과 인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시킨다. 게다가 신남방정책은 한국이 이 지역에서 위상을 더 유력하게 재정립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한국의 대외 정책 프리즘(prism)에서 인도는 인도태평양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그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한국은 일본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가 핵심에 있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인도가 중시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이같은 인도태평양 역학구도에서 인도를 파트너로 공개 지지하길 원치 않는다. 그와 동시에 역내 강국 인도를 과소평가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원치 않기 때문에, 양자적 차원에 더 무게중심이 있지만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아세안과 인도를 동일한 두 주요 요소로 간주하는 대만의 '신남향정책' 역시 한국이 인도에 주목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아세안은 아시아에서 인도와 관계를 계속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점에서 한국 대외정책과 공통분모를 갖는다.


셋째, 아시아 및 국제정세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은 새로운 파트너국을 모색할 필요를 느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의 한국행 관광을 규제하면서 한국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았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북중 관계도 한국이 경제 파트너로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 대안적인 파트너국을 찾아나서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중국의 경제 및 전략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은 한국의 경제적 이익과 투자에 더 큰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역시 아시아 및 여타 지역에서 한국의 경제적 투자 기회에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간 "차가운 평화(cold-peace)" 관계를 감안했을 때, 한국은 장기적으로 인도를 유망하며 독자적인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전체 글로벌 틀에서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양자적 틀에서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넷째 한국은 잠재력이 큰 인도시장을 다시 확보하길 원하며, 인도 시장은 한국의 신남방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산 자동차, 기술 그리고 소비재는 인도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품들은 중국과 일본산 제품의 큰 도전을 받고 있다. 게다가 양국이 한국-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긴 했지만, 무역 및 경제 부문에서 양국간 협력은 그 잠재력에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은 또한 인도에 소규모 방위 장비 등을 수출하기 위해 양국간 국방 협력 강화를 원할 것이다. 조선업 부문에서 한국과 인도 간에 이미 긍정적 모멘텀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같은 긍정적 모멘텀이 국방부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략적 측면에서, 한국의 기대는 구체적이다. 한국은 인도와 경제적 교류를 강화하길 원한다. 그러나 나아가 대외정책에서 일본보다 한국을 우선시 할지를 알고 싶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한-인도 관계에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상황(context)을 인도정부가 진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인도 국빈 방문 #자간나트 판다 #신남방정책 #파이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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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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