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생겼다고? 거울이나 보고 얘기하시지!

[시골에서 책읽기] 시원시원 할머니 사노 요코 그림에세이 '요코 씨의 말 1'

등록 2018.07.10 20:07수정 2018.07.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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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도 쾌활하게 남들 눈을 똑바로 봐 가며 살아온 나. "못생겼으니 이쪽 보지도 마." 소리를 들어도, "거울이나 보고 얘기하시지!" 하고 받아쳐 주던 나. (사람들이 성형) 수술 후에는 다들 애매하고 비슷한 얼굴이 된다. 아아, 세상이 밋밋해진다. 요철이 있고 그래야 비로소 세상살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마음에 안 들어. (32∼34쪽)


여기 못생긴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못생긴 사람이 아닌, 둘레에서 못생겼다고 놀리는 말을 듣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자, 이때에 못생긴 사람은, 아니 둘레에서 못생겼다며 놀리는 말을 듣는 사람은 어떻게 대꾸하면 좋을까요?

그림책을 그리던 사노 요코 님은 이제 이승에 없지만, 사노 요코 님이 남긴 이야기는 있어서, 이 이야기에 그림을 새로 붙인 <요코 씨의 말>(사노 요코·기타무라 유카/김수현 옮김, 민음사, 2018)이라는 책이 1·2권 나란히 나왔습니다. 두 권 가운데 첫째 권을 펴면 글쓴이가 얼마나 스스로 씩씩하게 삶을 지어 왔는가를 새삼스레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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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민음사


숙모에게 "요코, 나이도 그만큼 먹고 아이도 있으면서 엉덩이 딱 붙는 옷이 뭐니. 차도 튀는 노란색. 좀 평범한 색으로 하지 않고." 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하하하, 내 마음이지. 누구 피해라도 준대?" 하고 웃었답니다. 듣는 말은 똑같았는데 어째서 이때는 "하하하, 내 마음이지."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걸까요. 저는 언제나 "하하하, 내 마음이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54∼55쪽)


사노 요코 님은 할머니로서 저승으로 가셨으니 저는 "사노 요코 할머니"라 이릅니다. 사노 요코 님 그림책을 좋아하는 우리 집 아이들한테도 이녘은 "사노 요코 그림책 할머니"입니다. 그러니까 사노 요코 할머니는 젊거나 어릴 적부터 둘레 눈치나 눈길이나 말은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대수로운 눈이나 말이란 바로 스스로 마음에서 길어올릴 노릇이라고 여겼대요.

이리하여 '못생겼다'라는 말은 남이 나한테 할 수 없고, 내가 스스로 미워하는 마음일 적에 스스로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누가 아무리 "넌 참 못생겼어!" 하고 혀를 쪽 내밀든 말든 쳐다볼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저 하하하 웃어넘기면서 "너야말로 거울이나 보시지!" 하고 대꾸하면서 제 할 일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나는 아코와 둘만 있을 때 "왜 테루랑 각각 떨어져 살지 않아?" 하고 물었다.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데 있지, 그 애가 없으면 살아가는 데에 소소한 탄력 같은 게 없어져서 허전할 것 같아." 게으른 사람만 있거나 성실한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완벽해지지 않는다. (100∼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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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 민음사


일본사람은 흔히 수수한 차림새를 좋아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본 살림살이를 못마땅히 여기는 일본사람이 제법 있다고 합니다. 성형수술을 하면서 사람들이 다들 비슷비슷한 모습이 되기보다는, 저마다 다르게 태어난 얼굴이나 모습 그대로 스스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길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지요.

사노 요코 할머니도 이런 이웃 가운데 한 분이지 싶습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맞추어 주지 않고, 스스로 꿀 꿈을 그립니다. 남들이 가는 길대로 좇지 않고, 스스로 짓고 싶은 살림을 생각하면서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게다가 씩씩하게, 또 노래하고 춤추는 신나는 걸음으로, 또 까르르 하하하 활짝 빙그레 웃는 몸짓으로.

"나는 네 큰어미 간병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단다.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진심으로 네 큰어미에게 감사하고 있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사람의 일생을 관통하는 모순에 혼란을 느꼈다. 소박한 생활을 해 온 큰아버지가 다다른 경지가 나를 동요시켰다. (172∼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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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 민음사


<요코 씨의 말>을 읽다 보면, 예쁜 우표를 모으는 맛에 푹 빠졌다가, 이 예쁜 우표를 침을 발라서 글월을 띄우는 기쁨에 푹 빠진 이야기도 흘러요. 그런데 어느덧 할머니 나이가 되어 머리가 가물가물한 나머지, 그만 사노 요코 할머니는 이녁 스스로도 모르게 '사노 요코가 사노 요코한테 편지를 썼다'지요. 우체국 일꾼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사노 요코가 사노 요코한테 쓴 편지'를 가져다주었다 하고요.

이런 일을 놓고 언뜻 보기에 '건망증도 대단하구려!' 하고 여길 수 있지만, 사노 요코 할머니는 이 또한 대수로이 여기지 않으면서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 뒤로도 더러 '나도 모르게 내가 나한테 편지를 썼다'고 해요. 나도 모르게 내가 나한테 쓴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까요? 아마 그 이야기는 <요코 씨의 말>이라는 책에 알게 모르게 깃들었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요코 씨의 말 1 하하하, 내 마음이지>(사노 요코 글 / 기타무라 유카 그림 /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8.4.20.)

요코 씨의 말 1 - 하하하, 내 마음이지

사노 요코 지음, 기타무라 유카 그림, 김수현 옮김,
민음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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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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