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무원, 명찰 달기 싫다면 공무원증을 가슴에 달라

[주장] 명찰 패용은 도지사 지시 이전에 민원 친절도 높이라는 시민의 요구다

등록 2018.07.10 14:17수정 2018.07.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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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외국인고용허가제 농업이주노동자로 캄보디아에서 온 린다는 용인고용복지센터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구직신청을 하고 돌아가다가 담당 공무원이 준 서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방글라데시'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러 길을 나섰던 린다는 발길을 돌려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어떤 영문인지를 물었다. 문서를 살피던 직원은 '방글라데시' 단어가 적힌 문서를 홱 뜯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뜬금없는 행동에 놀라던 린다에게 담당 공무원은 양손으로 크게 X표시를 하며 "아니야!"라는 말을 두 번 했다.

린다는 "아니야"라는 말을 들으며 공무원이 자신을 고용했던 사장보다 더 무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장은 어떤 지시를 할 때 린다가 못 알아들어도 최소한 설명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외국인이라고 아무런 설명 없이 반말을 해대는 공무원에게 주눅이 든 린다는 혹시 잘못 보이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돌아서야 했다.

지난 5일 경기도가 자치행정국 총무과가 내부행정망 공람을 통해 전 직원이 근무시간에 명찰을 패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에 경기도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증이 있는데 명찰 패용을 지시한 것은 예산을 낭비라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이 일자 총무과는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논란을 바라보는 많은 경기도민은 경기도공무원들을 성토하고 나섰다.

"쓸데없이 멀쩡한 보도 블럭이나 도로 까는 것보다 백배 저렴하고, 취지도 좋다. 공무원증을 의무 착용하라." -정*환
"공무원들 불친절 유명하다. 불친절하게 대할 때마다 이름이 뭔지, 어느 부서인지 일일이 물어봐야 하는데, 이름 석 자 당당히 붙이고 일하라." -최*현
"공무원들이 뭔가 책임지기 싫고 나태한 마음이라면 불편할 것이나, 책임지는 자세를 갖는다면 반겨야 하는 방법이다." -오*연

사실 이런 논란은 원칙을 따르면 문제될 게 전혀 없는 일이다. 경기도공무원 복무 조례 제13조(복장 등) ②항은 "공무원의 신분증발급 및 휴대 등에 관하여는 '공무원증규칙'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다만, 총리령인 '공무원증규칙'은 인사 관계 법령 등의 체계화·간소화를 위하여 국가공무원의 복무와 연관성이 높은 여러 규정들과 함께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으로 통·폐합 제정되면서 2017년 4월에 폐지되었다.


이에 따라 경기도 공무원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에 명시된 공무원증 규정을 따라야 한다. 총리령 제1408호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칙' 제59조(공무원증의 휴대 및 패용) ①항은 "공무원은 늘 공무원증을 지녀야 하며 공무집행 시 공무원증의 제시를 요구받으면 공무원증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②항은 "공무원은 행정기관 내에서 공무원증을 왼쪽 가슴에 달거나 목에 걸어야 한다. 다만, 제복을 입는 공무원에 대한 소속 행정기관 내에서의 공무원증 패용 여부에 관하여는 해당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에 따르면 지방공무원인 경기도 공무원들은 "공무원증을 왼쪽 가슴에 달거나 목에 걸어야 한다." 여기에서 공무원증을 '왼쪽 가슴에 다는 것'이 우선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원행정을 좀 더 친절하고 책임 있게 하라는 요구다. 간단하게 말해 민원인을 잘 섬기라는 취지다.

공무원은 공과 사를 명백히 분별하고, 주민의 권리를 존중하며, 친절하고 신속·정확하게 모든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경기도공무원 복무 조례 제6조(친절·공정) ②항은 "공무원은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로서 국민의 신임을 얻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많은 도민이 명찰 패용에 반기를 드는 경기도공무원들을 보며 힐난하는 이유는 불친절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사회가 갖고 있는 무사안일과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이자, 경고이기도 하다.

만일 명찰 패용을 계속 거부한다면 경기도 공무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투쟁 선언한 셈이다. 혹자는 공무원증이랑 명찰이 같으냐고 따질지 모른다. 명찰 패용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 공무원증을 왼쪽 가슴에 달거나 목에 걸면 된다. 그러나 민원인이 애써 찾지 않아도 볼 수 있도록 높이 달아야 한다. 책상머리에 앉았을 때 공무원증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

시민들은 공무원증을 패용하지 않고 있는 공무원들을 보면 총리든지 행정안전부장관이든,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민원을 넣을 수 있다. 아니,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을 어긴 부분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공무원이 국민의 신임을 얻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겠다는 데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민주시민이다.

린다의 구직신청을 담당했던 용인고용복지센터 직원이 공무원증을 가슴에 달고도 그런 무례를 저지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경기도공무원 #이재명 #공무원증 #복무규칙 #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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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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