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문 대통령 인도 방문, 반년 전 중국 '홀대론'은 왜 나왔나

[게릴라칼럼] 중국 '홀대론'은 보수 언론이 만든 프레임

등록 2018.07.10 14:53수정 2018.07.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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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인도 총리와 뉴델리 지하철 탄 문 대통령 (뉴델리=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인도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나렌드라 인도 모디 총리와 간디 기념관을 방문한 뒤 지하철을 이용해 다음 행사 장소인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한국 기업이 건설한 지하철을 타고 환담하며 환호하는 시민들과 인사를 했다. 2018.7.9 ⓒ 연합뉴스


"한국 국민들은 요가로 건강을 지키고, 카레를 즐겨 먹습니다. 제 딸도 한국에서 요가 강사를 합니다. (중략) 우리 기업의 진출과 사업 확대의 기회를 대폭 늘리겠습니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도 인도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풀어가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오후 한국-인도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한 말들이다. 또 문 대통령과 함께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9일(현지시각) '전인도 케이팝 콘테스크' 객석에 앉아 콘서트를 관람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덕담을 건넸다. 갖가지 해석과 평가가 나왔다.

이렇듯, 문 대통령의 인도 방문이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간디 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삼성전자 신공장으로 향하는 길목엔 인도 지하철도 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함께였다. 10일 오전 청와대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한 내용은 이랬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디 총리가 페이스북, 트위터로 활발히 소통하는데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모디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딸이 요가를 배운다는 사실에 반색했습니다. 온라인 소통과 요가로 이야기꽃을 피운 두 정상. 이번에도 촬영은 윤영찬 수석입니다."

정치인의 대중교통 이용이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일정에 없던 모디 총리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10일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 인도 현지 분위기를 전한 김응기 (주)비티엔 대표이자 한국어대 인도어과 겸임교수는 "적어도 인도 정부 차원에서의 환영 분위기는 각별합니다"라며 현지 반응을 이렇게 소개했다.

"지금 여기 델리 연방 수도권 지역 길목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 개인 초상도 걸렸는데 현지인들 말로는 이런 거는 유례가 없는 경우라고 그럽니다."

양국의 경제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5년 한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의 관심사도 경제협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변 4개국 다음으로 인도를 중요시 여기겠다"고 한 발표도 인도를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신북방 정책이나 신동방정책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사실 러시아 국민 방문에 이어 2주 만에 인도를 방문한 문 대통령의 행보는 크게 달라진 바가 없어 보인다. 경제에 방점을 찍고, 각국의 상황과 한국의 이해를 적절히 맞춰나가려는 전략 말이다. 여기에 모디 총리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지하철 이동과 같이 각국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행보나 연설 또한 눈에 띄고는 한다. 별다른 이견이 없을 법한 행보라 할 만하다. 한데,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지난해 연말 중국 방문에서 불거진 홀대론 말이다.

돌이켜봐도 어이없는 중국 홀대론

지난해 12월 14일, 문 대통령 부부가 중국 북경의 한 현지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문제시됐다.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대통령 부부가 중국 현지 서민들이 즐겨 먹는 메뉴인 만두와 만둣국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을 두고 언론과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혼밥' 운운하며 '홀대론'을 키웠다. 

하필, 앞서 한국 사진 기자들이 문 대통령의 국민방문 행사를 취재하다 중국 정부 측 경호 관계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불거진 상태였다. 그 사건 자체가 중국 정부가 국민 방문한 한국 대통령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각에서 일었고, 그 반대편에서는 '기레기' 운운하며 한국 기자들의 과잉 취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측 경호 관례나 현지 취재 분위기는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의견들이 난무했다. 분명한 것은 그 불필요한, 안타까운 폭행 사태와 중국 정부 '홀대'와는 별다른 연관 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홀대론'은 일파만파 커졌다.

심지어 차후에 중국 현지에선 문 대통령 부부의 '서민 식사'가 중국인들의 마음을 샀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진실은 저 너머'에라기보다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선이 분명히 존재했다. 중국 동화대학교에 재임 중인 우수근 교수는 당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와 같은 중국의 문재인 홀대론에 "일본 아베 총리는 5년째 중국 땅도 못 밟고 있다"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사드 문제로 정말 양국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서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식도 제대로 못 치른 그런 상황에서 무거운 부담감을 안고 가는 정상외교의 길이였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고요. 중국 입장에서도 사드 배치 철회를 강력하게 요청해 왔는데 결국 그걸 관철시키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들어간, 어떻게 보면 중국 내부에서 '굴욕 외교가 아니냐' 라고 비판이 나올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서 지난 중국 방문을 수행했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역시 같은 방송에 출연, 보수 언론 중심으로 조성된 '홀대론 프레임'을 적극 반박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풀이하자면, 당시 사드 배치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사드 추가 배치까지 인정하는 양상이 된 이번 국빈 방문과 정상 회담 자체가 "(중국 입장에서) 굴욕 외교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난징 대학살' 추모 기간과 국빈 방문 기간이 겹치면서 이런저런 오해를 낳았지만,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올해 들어서 급진전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초석을 다지는 외교였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의 '자원외교', 박근혜의 '패션외교'

돌이켜본다면, 당시 '혼밥' 논란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지엽적이며 딴죽을 위한 딴죽이었던가. 그런 논리라면, 문 대통령이 인도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것 역시 '서민쇼'라고 비아냥댈 것인가. 만약 모디 총리의 제안이었다는 사실이 전해지지 않았다면 분명 그러한 비판이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청와대 측이 왜 굳이 '셀카'를 찍고, 실시간으로 실제 현지 분위기를 전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러시아 국빈 방문 당시 하원 연설에서 러시아의 유명 역사 지리학자 레프 구밀료프의 책을 인용한 문 대통령. 이를 칭찬하기 위해 "결국 정상외교는 그 (상대) 나라 국민을 미디어를 통해서 만나는 자리"라던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동의하는 바다. 그만큼 이 21세기 미디어와 실시간 소통의 시대에 20세기 식 구태의연한 의전과 뻣뻣한 외교로는 상대국은 물론 자국의 국민들에게도 감동을 주기엔 역부족이다.

그런 관점에서, '패션 외교'라는 이름으로 훗날 최순실이 만든 것으로 밝혀진 의상을 입고 전 세계를 누비고, 최순실이 썼다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연설문을 읽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은 얼마나 철학이 빈곤했던가. 또 중동을 누비며 '자원 외교'라는 이름 아래 제 잇속 챙기기에 바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그것은 외교로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연 그 당시 언론들은 무엇을 했는지, 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시 왜 그렇게 '홀대론'과 '혼밥'에 집착했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또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도 말이다. 과연 고공 행진 중인 지지율 이외에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외교나 해외 순방의 기조가 달라진 것이 있는지도.
#문재인 #홀대론 #인도국빈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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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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