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희망타운과 공적임대주택, '그림의 떡'인 까닭

평균 소득 신혼부부는 분양가 감내 어려워, "토지임대부 등 다양한 방식 고려해야"

등록 2018.07.10 14:33수정 2018.07.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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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3개월 앞둔 서아무개(35)씨는 최근 정부가 공개한 신혼희망타운 예상 분양가를 보고 낙담했다. 서씨가 청약을 하려고 한 서울 지역의 신혼희망타운 분양가는 4억 원대 중반. 당초 2억~3억 원 수준일 것이라던 예상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서씨는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들에겐 저금리로 대출해준다고 하지만, 그래도 월 수입의 절반을 집값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분양가 때문에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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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위스테이' 견본주택이 서울 중구 명동에 오픈한 28일 오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파트 모형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여전히 비싸다'

신혼희망타운과 공적임대주택 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이라는 정부의 목표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아파트 건물은 팔고 토지는 임대하는 방식의 토지임대부 등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혼희망타운과 공적임대주택은 문재인 정부 주거 정책의 큰 기둥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주거지원방안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공적임대주택은 25만 호, 신혼희망타운은 10만 호가 공급된다.

향후 5년간 공공주택 공급계획(38만호) 중 공적임대주택과 신혼희망타운의 비중은 무려 92.1%에 달한다. 공공주택 공급 계획의 핵심이지만, 최근 공개된 분양가를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결코 싼 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의 예상 분양가를 보면 전용 55㎡는 4억 6000만 원, 46㎡는 3억 9700만 원이다. 한쪽에선 위례신도시 평균 시세보다는 싸다는 이유로 '로또 분양'을 얘기한다.


위례 신혼희망타운, 입주하면 월 100만 원 이상 상환해야

하지만 논의는 '신혼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당초 신혼희망타운은 정부가 공공 자금을 투입해, '부담 가능한 금액'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계획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일 서울 오류동 행복주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집 마련이 큰 짐, 국가가 나눠지겠다"며, 신혼희망타운의 목표를 명확하게 밝혔다.

위례 신혼희망타운을 분양받은 신혼부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월 100만 원 이상이다. 전용 55㎡형(4억 6000만)의 경우 1억 4000만 원을 미리 납부하더라도 월 110만~160만 원을 주택 상환금으로 내야 한다.

평균 소득 수준의 신혼부부들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통계청에 나온 지난 2016년 기준 신혼부부(초혼)들의 소득 구간 분포도를 보면, 연 소득 3000만~5000만 원인 신혼부부 (26.8%)가 가장 많았다.

월 소득 294만 원(연 소득 4000만 원)인 신혼부부가 위례신도시 희망타운에 입주한다고 가정해보자. 매달 110만~160만 원 수준의 주택 상환금을 내면, 월 소득의 37~54%가 주택 상환금으로 나가는 셈이다.(관련기사: 신혼희망타운은 '금수저 타운'? 고분양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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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강남구 자곡동 더스마티움에서 신혼부부 희망타운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도 "신혼희망타운 가격 비싸" 아우성

일반적으로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RIR 비율)이 30%를 넘어가면, 주거비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다. 이렇게 보면 위례신도시 희망타운 분양가는 평균적인 소득의 신혼부부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신혼부부의 월급으로 신혼희망타운에 살 수 있도록 분양가를 측정해달라', '위례신도시 분양가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은 금수저 뿐이다' '신혼희망타운을 분양하지 말고 저렴한 임대로 공급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공적임대주택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를 개편한 공적임대주택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택지와 기금 지원 등을 해주고, 민간 사업자(건설사 등)가 사업을 하는 형태다.

국토부는 공공지원주택의 일반 공급 아파트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최대 95%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 뉴스테이와 달리 초기 임대료 규제를 적용했지만, 큰 차이점은 없어 보인다.
공적임대주택, 주변 시세의 95%로 큰 차이 없어

주변 시세가 월 100만 원이라면 공적지원주택은 월 95만 원이라는 얘기다. 이 정도 차이는 굳이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집 주인과 합의를 해서 맞춰볼 수 있는 금액이다. 주변 시세를 결정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향후 가격 책정 기준을 두고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혼희망타운과 공적임대주택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예상보다 분양가가 높은 이유는 토지 가격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신혼희망타운의 토지 가격을 조성원가가 아닌 감정가를 기준으로 공급한다.

감정가는 조성가보다 훨씬 비싸다. 먼저 조성원가는 논이나 밭 형태의 토지를 주택 건설이 가능한 택지로 만들기 위해 투입한 공사비용이다. 감정가격은 조성원가를 포함해, 주변 도로나 주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다.

위례신도시 등 아파트가 자리를 잡은 곳에서의 토지 감정가액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표준형 건축비(3월 기준 3.3㎡당 342만 원)보다 비싼 기본형 건축비(3.3㎡당 평균 627만 원)를 적용하는 것도 고분양가의 원인이다.

"신혼희망타운,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의 토지임대부 도입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신혼희망타운의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팔지 않고 임대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이다. 분양가는 일반적으로 토지와 건물 가격을 합해 산정하는데, 토지임대부는 토지 가격을 안받으니 더 저렴해질 수 있다.

비현실적인 얘기도 아니다. 지난 2007년 경기 군포, 지난 2013년 서울 서초 보금자리지구 일부 아파트도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했다. 당시 서초 보금자리 지구의 경우 건축비는 59㎡ 기준 1억 4000만 원, 토지임대료는 월 32만 원으로 공급됐다. 신혼부부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준의 금액이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토지임대부를 할 경우, 분양가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고, 공공택지라는 자산도 보전할 수 있다"면서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시세차익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적임대주택은 근본적인 사업 구조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적임대주택은 공공은 공공택지 제공 등 지원만 할 뿐, 실제 사업은 민간(주로 대기업)들이 한다. 정부가 초기 임대료 기준을 더 낮출 경우, 사업 참여자를 찾기 힘들어진다. 주변 시세와 비슷한 주택을 공급하는데 공공 택지까지 지원하면서 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민간 건설사가 비싼 임대료로 이익을 얻고, 분양도 비싸게 하라는 모델"이라며 "의무임대기간인 8년 이후에는 정부가 아무 것도 제어하지 않겠다는 모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연구위원은 "공공 택지를 민간에 넘기는 것이 근본 문제"라며 "정부가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강제로 수용한 땅들을 민간 대형건설사의 이윤을 위해 되파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신혼희망타운 #공적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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