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싸웠는데... 삼성의 힘 새삼 느껴요"

[건강권 vs 영업비밀③]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 인터뷰

등록 2018.07.12 14:55수정 2018.07.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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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공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은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에 영업비밀이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서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에 영업비밀이 있는지 아닌지가 핵심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 사회와 정부, 자본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알 권리를 우선할 것인지, 기업에 이윤과 영업비밀을 우선할 것인지 가치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논란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더 우선하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지난 6월 23일 이 문제로 투쟁하는 공유정옥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가를 만나 지난 경과와 최근 상황, 이후 계획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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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 ⓒ 반올림



- 이번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논란이 시작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반올림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고(故) 황유미씨를 시작으로 직업병 피해노동자가 일했던 노동환경에 대한 자료가 필요했어요. 그중 하나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였죠. 고 황유미씨를 비롯해 림프 조혈계 암에 대해서는 현장조사가 있었지만, 현장조사 이전 자료도 있어야 해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계속 필요했어요."

-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가 필요했나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제일 필요한 이유는 삼성 반도체와 LCD 공장에 대한 자료가 있기 때문이죠. 작업환경측정 제도의 한계가 있어서 유의미한 결과가 없을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현재 기록뿐만 아니라 과거 현장에 대한 기록도 필요한데 삼성이 스스로 기록을 내놓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는 노동자나 시민이 고용노동부를 통해서 받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은 이 자료를 요청했었던 것이죠. 2013년 정부가 종합진단 보고서라고 반도체, LCD 공장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한 자료가 있기는 한데 여기에도 과거 자료는 없었거든요."

- 고용노동부가 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나요?
"대한민국 국민은 정보공개법에 의해서 고용노동부가 가지고 있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결과를 볼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 이전까지 고용노동부는 이 내용을 일부 가리고 보여주거나, 아예 안 보여주거나 그래왔죠. 결국 2014년에도 삼성 직업병 피해자가 고용노동부가 삼성 온양 공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어요. 그때 1심은 졌는데 2심에서 이기면서 올해 2월에 고용노동부가 자료를 공개했어요."

- 법원에서 굉장히 크게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네요.
"고등법원에서 고용노동부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했어요. 하나는 직업환경의학 의사 등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영업비밀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설령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영업비밀이 있다고 해도, 이 자료는 해당 노동자나 지역 주민 등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중요한 정보니까 비공개하거나 보호할 수 없다는 거예요. 세 번째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지금까지 삼성이나 노동부는 해당 직업병 피해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지도 않았던 제3자가 예전 자료를 요구한다면 보여 줄 수 없다고 주장해왔어요.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정보공개는 법적으로 이해관계자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어요. 이후에 반올림과 함께하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들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다른 삼성 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요."

- 법원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에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얘기가 궁금합니다.
"법원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가 내부 지침을 바꿔요. 앞으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면 다 제공하기로요. 그래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죠. 결정 이후에 구체적으로 자료를 언제쯤 받을지를 고용노동부가 법률 대리인들과 상의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 거죠."

- 삼성이 손을 쓰기 시작한 건가요?
"네. 삼성 직업병 피해자를 대리하는 노무사님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복사본을 받으려고 고용노동부에 갔는데 자료를 못 받고 있다는 거예요. 이유를 확인해보니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에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집행을 정지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대요.

삼성디스플레이가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심판 및 정보공개 결정 집행정지를 신청했는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삼성 요청을 받아들인 거죠. 게다가 삼성은 법원에 별도로 행정소송과 정보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예요. 앞으로는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확인하려면 삼성이 이 처분을 취하하거나 패소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예요.

결국 이렇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자료를 얻으려고 10년을 싸워서 이제야 길이 열렸는데 다시 소송으로 자료를 받으라고 하니 산업재해 인정까지 더 오랜 시간 기다려야겠죠."

"법원 판결 후 급변한 상황... 직업병 피해자들 또 기다려야"

- 반올림 활동가들 심경은 어땠나요?
"너무나 충격적이고 경악했죠. 오후 2시까지 오면 자료를 카피해주겠다 해서 갔는데 가처분이 걸려있어서 못 준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해요. 이후에 삼성이 행정소송 5개를 걸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를 동원해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있다고 결과를 만드는 거 보면 삼성의 힘을 새삼 느끼게 돼요."

- 직업환경의학 의사나 산업위생을 하는 분들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른바 노동보건을 한다는 분들은 다들 경악했죠.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왜? 아니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막을 수 있지? 라며 다들 황당하다고 해요.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이럴 수도 있다고 말씀을 하세요. 이유가 뭐냐면 어떤 사업주가 자기 현장을 측정한 결과를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걸 좋아하겠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어요. '그럼요. 작업환경측정이 좋아서 이걸 하면 막 기쁘고 행복해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따지면 안전보건 조치가 즐거워서 시행하는 사업주가 어디 있겠어요. 노동자 건강이 귀하니까 사람 목숨이 귀한 거니까 사업주를 강제하는 거죠. 강제를 안 하면 방치하게 되니까요.'"

- 삼성이 의도하는 바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표면적인 이유와 속내가 조금씩 다를 거 같은데요. 표면적인 이유는 우선 첫 번째, 지금까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를 막은 이유는 이렇거든요.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 삼성이 쌓아 올린 정보가 누출 → 외국 동종 업계가 삼성 경쟁력을 쫓아 → 삼성은 물론 국가 경제에 타격' 이 논리죠. 그런데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는 핵심 영업비밀이 담겨 있지 않아요. 애초에 담을 수 있는 포맷이 아니거든요.

두 번째, 반도체 전문가들 말이 '아무리 작은 정보라고 해도 조각조각 모으면 추정이 된다, 반올림은 추정하기 어렵겠지만 전문가들은 추정하면 자료를 다 안다'는 거예요. 저번 국회 토론회 때 나왔던 서울대 교수 한 분은 지금 가지고 있는 일정 기술을 맨바닥에서 찾으려면 6만 년이 걸린대요.

그런데 조그만 자료라고 해도 하나하나 모으면 2.5년 만에 따라잡는다고 주장하더라고요. 제가 이 주장에 관해서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일정 기술을 가지려면 6만 년이 걸리는데 삼성은 그걸 어떻게 몇십 년 만에 해냈을까요? 자기들도 기술을 훔쳐서 가능했던 거라 남들도 훔칠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세 번째, 반도체 산업은 여러 차례 공정을 뺑뺑이 돌리는 거로 수익을 내는 산업이거든요. 그래서 공정배치도와 속도가 경쟁력이고 단가를 결정해요. 그래서 삼성 주장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들어 있는 간단한 공정 모식도가 영업비밀이 된다는 거예요.

이 점에 대해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공정 배치도는 고유기술이 아니고 장비를 운영하려는 방안인데 이걸 영업비밀이라고 하면 노동자들 몇 시간 근무시키는지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비밀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모든 걸 영업비밀로 인정해주면 현장에 법이나 사회적인 규율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져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요. 저는 이 주장이 맞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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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문제는 노동자들의 알권리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 반올림 페이스북


- 표면적인 이유 말고 그 이면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하면 외국 동종업계가 삼성 경쟁력을 따라오고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주 적나라한 삼성의 속내가 여기에 있다고 봐요. 삼성은 단 한 푼이라도 잃고 싶지 않은 거예요. 단 하루라도 경쟁자에게 따라잡을 기회를 주고 싶지 않은 거죠. 그리고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싶지 않다는 주장은 논리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어떤 가치를 우선할 거냐 문제라고 봐요. 기업이나 스포츠도 그렇고 다 마찬가지인데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고 나를 부당하게 따라오는 걸 막고 싶어 해요. 그런데 그걸 막고 싶다고 해서 가령 운전할 때 옆 차가 법규를 위반하면서 내 차를 추월한다고 해서 내가 그 차를 받으면 안 되잖아요. 삼성이 경쟁력을 우선할 수는 있는데 그게 노동자 시민의 건강권과 정보 접근권을 침해하는 거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 지난 5월 23일 국회에서 <국가 핵심기술과 알 권리-작업환경측정 보고서 논란과 이해>토론회가 열렸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친기업 전문가들은 반올림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영업비밀이 없다고 어떻게 확신하느냐, 그럴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있냐, 어떤 물질을 사용하는지 알려지면 배합해서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주장을 해요. 그런데 미안한 이야기지만 다른 기업들도 이미 다 알고 진행하고 있어요. 삼성만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에요.

그리고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공개되면 다른 기업이 따라 올 거라고 주장하는데, 지난 역사상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자료를 토대로 따라왔다는 통계를 단 하나라도 들어주면 좋겠는데 그런 것도 없어요. 반면에 법학 전문가들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어요. 일단 국가 핵심기술이라는 말이 곧 영업비밀은 아니라는 거예요. 국가 핵심기술정보는 해외로 유출하지 말라는 거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는 거예요."

- 현장에서 실제 측정을 하는 전문가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요?
"글쎄요. 지금까지 직접 삼성을 편드는 사람은 못 봤어요. 다만 '너희 집이 얼마나 더러운지 사진 찍어서 아무한테나 공개한다고 하는데 어떤 사업주가 좋아하겠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있었어요. 그런데 이들도 사업주가 싫어하는 건 당연한데 그래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죠."

"소송으로 의미 있는 결과 만들 것... 알 권리 고민해야"

- 이후 소송 진행하는 것을 포함해서 이 문제를 둘러싼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번 사건만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삼성이 소송을 빨리 철회해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법률 활동가들 생각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다시는 삼성이나 기업들이 이런 짓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거 같아서 이 문제는 소송에서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남는 제일 큰 문제가 산재 피해자들이에요. 삼성이 말로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당사자에게는 주겠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러질 않고 있어요.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이나 법원이 기업이 작업장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감추거나 방해하면 산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해줘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영업비밀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영업비밀이라는게 대체 뭐냐, 어떤 절차를 통해 영업비밀을 주장하고 그걸 인정할 것이냐, 영업비밀이라고 하면 어느 선까지 보호할 것이냐 등을 총괄하는 공적 기구를 만드는 게 필요한 거 아닐까 고민중에 있어요.

여기에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몇 년 전 법률 활동가들이 전문가들과 영업비밀을 심의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어요. 국회에 발의도 했는데 아직 통과되지 않았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법안을 들여다보고 지금 상황에 맞춰서 수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이건 제도적인 부분이고 운동적 차원으로 보면 화학물질이나 현장에 대한 알 권리를 주장하고 정보를 받아보고 감시하는 그런 운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꼭 산재 신청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회사나 지역에서 무슨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알고싶다, 정보를 공개하라는 싸움을 만들었으면 해요.

제 생각에 지금까지 영업비밀에 관한 법이 통과되지 못했던 이유는 법이 나빠서나 국회의원이 나빠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런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운동이 조직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반올림을 비롯한 몇몇 단위들이 간혹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당사자가 나서서 소송도 불사하고 이러면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도록 하는 투쟁이 없었거든요.

이런 활동 없이 지혜롭고 선한 전문가들이 법안을 만들고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는 건 전혀 역사적이지 않은 기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노보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그렇고 노동안전보건운동 진영이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 말씀하신 고민을 반올림도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지금은 농성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이후 반올림 활동에 있어서 이 문제는 굉장히 주요한 의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반올림이 지금까지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첨단전자산업 대기업 중심, 산재 인정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렇다면 이제는 전자산업 노동자 인권과 건강권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영업비밀과 알 권리 문제를 고민했으면 해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정재현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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