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도 안 했는데..." 택배 대란이 노동자 탓?

[현장] '분류작업' 두고 노동자-CJ대한통운 갈등... 택배노조 "우리도 배송하고 싶다"

등록 2018.07.10 17:51수정 2018.07.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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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CJ대한통운 물량 빼돌리기 규탄한다"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CJ 대한통운의 불법적 노조 죽이기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열어 CJ대한통운의 공짜노동 강요와 물량 빼돌리기를 규탄했다. ⓒ 유성호



"노조위원장도 모르는 파업이 있을 수 있나? 우리는 분류만 거부했을 뿐, 고객들에게 배송하는 업무를 거부한 적도, 해태한 적이 없다.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는데 '노조 파업' 때문에 택배가 지연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아래 택배노조) 위원장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도 배송을 하고 싶다"라며 "정상배송을 할 수 있게, CJ대한통운은 노조 죽이기를 멈추고 물량을 넣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택배 배송 전 단계인 분류작업을 두고 택배노동자들과 CJ대한통운과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이 영남권 일부 지역의 물량을 타지역으로 보낸 뒤 대체인력이 배송하게끔 하면서 택배 배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를 '물량 빼돌리기'이자 '노조 죽이기'라고 주장하며 "CJ대한통운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1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CJ대한통운의 불법적 노조 죽이기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대체배송기사 250여 명을 투입해 대체배송을 시도한 CJ대한통운이 이제는 울산, 경주, 창원, 김해 등 영남권 4곳에 대한 물량을 받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다 보니 해당 지역 물품은 CJ대한통운이 아닌 로젠, 우체국 등 다른 택배회사가 배송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일반 시민은 물론 택배기사, 고객사 등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김태완 위원장은 "CJ대한통운의 고객사인 애터미의 경우 영남권 네 곳에 대해 한시적으로 우체국 배송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라며 "일부 지역만 택배회사를 바꾸는 것은 고객사들에게 큰 피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규모 고객사들은 택배회사를 변경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대리점과 택배 기사들에게 돌아간다"라며 "노조를 죽이려다가 비조합원은 물론 전체 택배기사, 대리점 등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 등을 내걸고 투쟁해왔다. 지난달 30일에는 하루 경고파업을 벌였지만 지난 1일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울산, 창원 성산, 김해, 경주 지역 등에서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배달해야 할 물량을 부산 사상, 양산, 포항 등지로 빼내 직영·대체인력 기사들이 배달하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택배노조와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물량 빼돌리기' '대치' 등 CJ대한통운에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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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CJ대한통운 물량 빼돌리기 규탄한다"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CJ 대한통운의 불법적 노조 죽이기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열어 CJ대한통운의 공짜노동 강요와 물량 빼돌리기를 규탄했다. ⓒ 유성호


노조족 "CJ대한통운, 노조법·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 있어"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지금 상황은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 모두가 피해를 입는 치킨게임이다"라며 "고객사들이 줄어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CJ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노조 죽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노조의 분류작업 거부에 대한 보복 조치라면 다른 곳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라며 "광주에서도 분류작업 투쟁을 하고 있지만, 배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이 많고 투쟁이 강한 영남권 네 지역을 고사시키려는 전략으로 보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물량을 원위치하라"라고 요구하는 한편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의 조치들이 노조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택배노조의 입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조세화 변호사는 "노조가 배송업무를 하겠다고 했음에도 위탁대리점주들은 CJ대한통운에 지원 배송을 요청했다"라며 "이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로 인해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대체할 수 없다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를 어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노조 조합원들은 배송업무에서 배제됐다"라며 "이는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노조법 제81조 1호를 위반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노조법 위반 혐의로 이미 CJ대한통운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은 울산, 경주, 창원, 김해 지역으로 배송될 물품을 집하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다른 택배회사를 통해 배송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라며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제소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대체배송이 화물운송사업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수도권 등 특정 지점에 속한 직영기사들이 영남권에서 상주하며 영업을 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며 "CJ대한통운의 대체기사 투입이 이에 저촉하는지 면밀히 검토해 적발 즉시 행정관청에 신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일주일째 이 같은 '물량 빼돌리기'가 이어지면서 수수료를 받아 생활하는 택배기사들은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빼돌린 조합원들의 물량을 원위치시키면 (이번 사태는) 해결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은 불법적 물량 빼돌리기를 통한 노조 죽이기를 당장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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