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여의도 시대' 끝난 한국당, "새 기회 주실 때까지..."

대통령 배출한 '정치 명당' 떠나 영등포로 이전... 김성태 "쇄신·변화 노력 게을리 않겠다"

등록 2018.07.11 16:25수정 2018.07.11 16:25
9
원고료로 응원
a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상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사 이전을 위해 현판을 떼어내고 있다. ⓒ 이희훈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여의도 당사에 걸려 있던 당 현판을 잡았다. 그의 맞은편에 섰던 안상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과 함께였다. 횃불 모양의 로고와 당명이 적힌 현판은 쉽게 떨어졌다. 두 사람은 잠시 현판을 들고 있다가 이내 바닥에 내려놨다. 자유한국당이 '여의도 당사' 시대를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한국당은 이날 영등포구 우성빌딩으로 당사를 이전했다.

11년. 한국당이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둥지를 틀었던 세월이다. 한국당은 옛 한나라당 시절인 2007년 지금의 여의도 한양빌딩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래서 정치권 안팎에선 한국당 당사를 '정치 명당'으로 평하기도 했다. 여의도 한양빌딩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만 아니라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배출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정치 명당'을 스스로 떠나야 하는 모습은 현재 한국당이 처한 현실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새대표와 당직자들이 새 당사로 이전하기 위해 구 당사에서 한나라당 현판을 떼어내고 있다. ⓒ 이종호


한국당은 과거에도 같은 경험을 한 바 있다. 2004년 차떼기 불법대선자금 사건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맞은 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여의도 국회 앞 중앙 당사를 처분하고 여의도 중소기업전시관 빈터에 '천막당사'를 열었다. 국민을 실망시킨 것에 대한 사죄와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당시 새 당 대표로 선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앙당사서 떼어낸 현판을 든 당직자들과 함께 걸어서 천막 당사로 이동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한나라당 간판 떼 '천막당사'로 출근).

이번 당사 이전도 같은 의미를 두고 있다. 매달 1억 원 가까이 지출됐던 임대료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 이유도 있지만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19대 대선 패배와 6.13 지방선거 참패 등을 거치면서 당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의미가 더 큰 셈이다.

"기득권과 관성, 잘못된 인식과 사고 모두 여의도 당사에 버리고 왔다"

a

자유한국당, 여의도 떠나 영등포에 새 둥지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새 당사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김성태 권한대행도 이날 혁신과 쇄신을 거듭 강조하면서 당사 이전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여의도 당사 앞 현판을 떼어 내면서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룬 보수정당의 여의도 당사를 이제 마무리한다. 저희들은 처절한 진정성으로 더 낮은 곳에서, 국민들이 부를 때까지 쇄신과 변화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당사인 영등포구 우성빌딩 앞에선 현판을 제막한 후 "기득권과 관성, 잘못된 인식과 사고들. 전부 다 여의도 당사에 버리고 왔다"라면서 "여기서는 오로지 국민들의 삶만 생각하는 진정한 서민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라고 강조했다.

a

영등포 당사 시대 연 김성태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새 당사에서 현판 제막식을 마친뒤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국민이 허락할 때 여의도로 복귀하겠다고도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오로지 국민들만 쳐다보고 국민들이 여의도를 생각할 때 저희는 다시 여의도로 돌아가겠다"라며 "국민들의 신뢰와 마음이, 저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실 때까지 혹독한 세월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은 영등포 당사에서 2개 층만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여의도 한양빌딩에선 6개 층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살림을 크게 줄인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권한대행은 "여의도 당사에 비해 실질적으로 15% 정도의 규모밖에 안 된다"라고 전했다. 영등포 당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기존 조직들은 모두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등으로 기능을 이전할 예정이다.

a

자유한국당 새 당사가 들어선 영등포 빌딩 자유한국당이 11일 서울 여의도를 떠나 영등포로 당사를 이전했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새 당사가 입주해 있는 우성빌딩. 이 건물의 2층과 3층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 남소연


#자유한국당 #김성태 #박근혜 #천막당사 #영등포 당사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