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폐지법안 정의당+6명 서명, 깜짝 놀랐다"

[인터뷰] 윤소하 정의당 의원에게 '당 지지율 10% 돌파, 이유를 묻다'

등록 2018.07.12 09:28수정 2018.07.1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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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하 정의당 의원 ⓒ 남소연


"마음 좀 열고 들어주십쇼. 법사위에서 동료 (자유한국당) 의원 한 분이 그 말씀 하십디다. '2년 만에 (더불어민주당과) 뜻이 맞네, 참 좋네'라고.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자기 당 이익에 필요할 때 거대 양당이 짬짬이 한 사례 오늘만이 아닙니다.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정말 어렵게 살아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간의 갈등 구도를 어떻게 국회가 만듭니까. 국회가 해야 할 것은 줬다 뺏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대재벌들의 갑질을 막는 거 아닙니까. 왜 그러십니까 민주당 의원들, 어울릴 사람과 어울려야 할 거 아닙니까. 절절한 마음 제발 헤아려 주시길 호소하고 또 호소합니다."

5월 28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일부법률개정안이 가결된 본회의 현장. 투표에 돌입하기 전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5분 30초 간 목청을 높이며 반대를 청했다. 마이크가 꺼졌음에도 "호소하고 또 호소한다"고 말했다. 결과는 빤했다. 거대 양당이 이미 합의해 버린 안건에 반대는 24표에 그쳤다.

그럼에도, 윤 의원은 그 속에서 '정의당의 존재 의의'를 찾았다. "촛불 민심이 왜곡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야당이 제대로 견제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면에서 그렇다. 또한 이는 2020년 총선에서 '제 1 야당이 되겠다'는 당의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에도 맞닿아 있다.

"정의당이 촛불 민심의 요구를 초심 잃지 않고 계속 이어간다, 민생을 향해서 가는구나, 정부에 쓴소리도 하면서 정부가 제자리를 잡도록 견지한다, 이렇게 여겨지면 국민들이 정의당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넓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윤 의원과 만나 '지방선거 이후의 정의당'에 대해 물었다.

"원내대표한테 수천 만 원씩? 이건 촛불 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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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 남소연


정의당 지지율은 6.13 지방 선거 이후 6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은 10.4%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갑질 기업 문제 등에서 선명한 대책을 내놓는 점을 지지율 상승의 이유로 꼽았다. (지난 2~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6만1515명에 통화를 시도해 2504명이 응답, 4.1%의 응답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포인트)


윤 의원은 "특활비 폐지의 경우 '너희들이 진짜 개혁을 실천하는구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비단 특활비 때문만이 아니라 '누가 국민적 요구를 실현해주냐'의 측면"이라고 짚었다. 이어 "내가 아무리 초선이라지만 특활비 구경도 못해봤다, 내역 보니 요즘 말로 '이건 뭥미?'했다"며 "우리가 받았으면 벌벌 떨고 가져다 놓을 텐데, 원내대표한테 수천 만 원씩 준다? 이건 촛불 들 일"이라고 일갈했다.

국회 내에서 특활비 제도 개선 움직임이 이는 것을 두고는 "일정 정도 개선이 이뤄지긴 하겠지만, 비빔밥은 제대로 매워야 하는데, 구색만 맞춰서 맵지 않은 비빔밥을 만들 거 같다"고 전망했다. '특활비 폐지 법안' 발의를 위해 다른 당 의원들 사인을 받으려 할 때, "의원들이 국민 생활 지키기는 대단히 허술하고 자기 기득권 지키는 부분은 철저하구나"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에는 정의당 의원을 제외하면 6명 의원(김광수 민주평화당, 김종훈 민중당, 박주민·서형수·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바른미래당)만이 이름을 올렸다.

'특권 내려놓기'는 정의당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문제이기도 하다. 정의당 서울시당 지방의원단은 지난 5일 5무·5유 약속을 선언하기도 했다.

5무(無) 약속은 ▲ 외유성 해외연수 ▲ 재량사업비 등 선심성 예산편성 ▲ 인허가·지자체 발주공사 알선 등 이권 개입 ▲ 취업청탁·인사개입 ▲ 의원 직무와 연관된 영리활동을 안 하겠다는 것이다. 5유(有) 약속은 ▲ 표결 실명제 ▲ 계수과정 공개를 통한 투명한 예산심사 ▲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공개 ▲ 주민감시단 제도화 ▲ 의정활동 성과·계획 보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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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하 정의당 의원 ⓒ 남소연


특혜는 내려놓고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윤 의원은 "정의당 의원이 있는 의회와 없는 의회가 어떻게 다른지 시민들께 직접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국회 판 '5무, 5유 약속'에 대해 물었다. 5무는 ▲ 국회 특수활동비 ▲ 비리혐의 불체포특권 ▲ 청와대의 거수기 ▲ 교섭단체간 차별 ▲ 해외출장에 피감기관비용지원을 꼽았다. 5유는 ▲ 국회의원 세비 최저임금연동제 ▲ 국민소환제 (선출직공직자에 대한 파면권 부여) ▲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개혁 ▲ 재보궐 원인 제공 정당 공천 포기 (불량공천 책임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 이재용 만남에 뜨악... 민주당, 청와대 눈치 그만 봐야"

이 같은 개혁을 통해 '제 1 야당'으로 올라 서기 위한 체급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제 1야당이 되려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이동이 필수적이다. 실제, 정의당 지지율이 오르는 사이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했다.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주 전보다 9.5%p 하락(47.5%)했고, 이 가운데 3.5%p가 정의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당 지지율은 박근혜 시대의 콘크리트 지지율 같습니다. 모두 촛불 정신이 이어져온 거죠. 때문에 진짜 개혁하라는, 대전환기로 삼아보라는, 촛불민심을 제대로 관철시키려는 정의당에게 그 마음을 주시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을 돌리고 발걸음 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정의당의 의의', 건강한 견제를 위한 윤소하 의원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집권을 했으면 당이 책임을 쳐야 하는데 청와대 눈치를 봅니다. 최저임급법 후퇴 등이 그 예죠. 이게 의회 정치입니까? 민주당이 후보를 내서 대통령에 당선된 거예요. 그럼 거기에 맞게 정당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치 개혁을 하려면 여당이 치고 나가야 합니다. 안주 하지 말고 눈치 보지 말아야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역시 아쉽다. 정의당이 6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선거 제도 개혁이 필수다. 현재 지지율 10%를 환산하면 의석 수는 30석.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를 연동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의당에 꼭 필요한 이유다.

윤 의원은 "시민들의 생각이 적극 반영되려면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정의당은 (이번 원 구성 합의 때) 상임위원장을 마다하고 선거구 획정 문제에 권한을 갖는 정개특위 위원장을 받은 거"라며 "선거 제도를 개혁함으로써 국민적 힘이 정치 공간을 통해 표출 돼야 한다, 그래야 국회도 변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하는데, 같이 하자고 말은 하면서 팍 밀고 나가지 않는다, 배가 부르면 게을러지고 남이 잘 안 보이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9일 인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얘기를 꺼내자 "뜨악했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윤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적 판단도 남아있는데, 국정농단의 중심축이었던 당사자를 문 대통령이 지금 만나는 건 자연스럽지 못하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자꾸 우클릭 한다는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 사람 만나는 거야 누가 뭐라 하겠냐만 촛불이 가진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2020년 제 1야당이 가능한지 재차 물었다.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죠. 현재 6석의 의석수로 봤을 때는 반신반의하는 게 타당성 있습니다. 그러나 촛불 혁명 이후 대한민국은 대전환기를 맞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잘못해서 지지율이 낮아지고 저 상태까지 간 것만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대변혁을 요구하고 있어요. 국민의 힘을 보고 판단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저렇게까지 압도적인 싹쓸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누가 예측했겠습니까. 기존의 정치 지형 틀만 두고 본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국민들의 욕구를 중심으로 본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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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영에서 열린 정의당 국회의원 워크숍 당시 여섯 명의 의원이 기념으로 찍은 점프 사진을 윤소하 의원이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지난 해 연말, 정의당 의원 6명은 겨울바다 앞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의원실 한 편에 놓인 사진 속, 한껏 뛰어오른 의원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노회찬 의원이 이렇게 높이 뛸 줄은~ 김종대 의원은 실망이야"라며 설명하던 윤 의원이 한 마디 보탰다.

"정의당 지지율 짬프(점프)!"
#정의당 #특활비 #윤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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